용두사미 된 아시안게임 e스포츠 평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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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용두사미 된 아시안게임 e스포츠 평가전
정성현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2. 04.24(일) 14:09
  •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중국팀 입국 문제와 해외 팀들의 부담스러운 체류 기간,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과 코치진이 느낄 부담감을 반영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평가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e스포츠협회(협회)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앞서 협회는 지난 14일, 국가대표 예비명단 10인 발표와 함께 광주e스포츠 경기장에서 22·23일 양일간 해외 팀과의 평가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던 e스포츠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취소 사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협회의 운영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본보가 지난 4월19일에 보도한("'롤의 신' 페이커가 정말로 광주에 온다고?") 기사에 기재됐던 김태완(28) 씨는 "국제적으로 점차 코로나 규제가 풀리고 있지 않나. 여기만 되레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 이해가 안 된다"며 "처음 일정을 발표한 14일에도 코로나는 있었다. 갑자기 '이것 때문에 안된다' 그러면 팬 입장에서는 협회에 대한 불신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해외 팀들의 체류 기간'과 '선수·코치진이 느낄 부담감'이란 이유도 납득이 쉽지 않다.

협회는 중국팀의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입국 불가와 타 해외 팀들의 체류 기간 문제를 연기 사유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곧 '협회가 해외 팀과 일정을 완벽하게 조율하기도 전에, 평가전을 발표한 것'이라는 말로 풀이될 수 있다.

'부담감'이라는 명목도 마찬가지다.

협회가 추진한 평가전이 연기되면서, 10명의 예비 국가대표 선수들은 뜻밖의 '광주합숙훈련'을 진행했다. 이마저도 빡빡한 일정 탓에 실시 사흘 만에 조기 종료됐다. 협회의 운영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훈련이 끝난 지난 21일, 김정균 아시안게임 LoL 한국대표팀 감독은 e스포츠 명예의 전당 기자간담회에서 "(일정 조율 등의 이유로) 합숙훈련과 평가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협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묵인된 채 강행됐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평가전은 협회와 광주e스포츠경기장의 입지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면, 정부나 대한체육회에 이들은 강렬한 각인을 남겼을 테다. 그러나 뜻밖의 오명만 남았다.

협회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받았다. 선수와 게임단은 기꺼이 자신들의 일정을 내어줬고, 광주시는 1050석 규모의 경기장을 대관료 없이 빌려줬다. 팬들은 그런 선수단을 만나기 위해 치열한 티켓팅을 준비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협조에 다른 이유는 없다. 모두 '국위선양'을 위한 일편된 마음뿐이었다. 협회는 LoL 최종 국가대표 6인이 결정된 5월에 공개 평가전을 재실시한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준 만큼, 다음 평가전에서는 철두철미한 모습을 꼭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