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무기, 노르트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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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에너지 무기, 노르트스트림
  • 입력 : 2022. 05.03(화) 16:20
  • 이용규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양 국간의 전쟁이 지난달 24일을 기해 석달째에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이 이어지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식탁 물가와 기름값은 전쟁의 후폭풍을 실감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코로나19 악재를 벗어나려던 지구촌에 새로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둘 중 하나는 양보를 해야 끝날 전쟁"이라는 전망에서 보듯 해법 도출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칼자루를 쥔 노르트스트림으로 상징되는 에너지 무기화도 복잡한 셈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노르트스트림은 2개의 관이 있는데 모두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 라인이다. 지난 2012년부터 가동중인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 북서부 비보르크에서 출발해 발트해 밑을 통해 독일의 루브민까지 약 1200㎞ 연결하고 있다. 이 관을 통해 독일 한 해 가스 사용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 공급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북서부 우스트루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루브민에 이르는 1230㎞가 지난해 연말 완공됐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한 독일 메르켈 정부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건설했다. 유럽 천연가스 사용량 40%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도 국가사업으로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미국은 독일에 비판과 견제구를 날렸고, 정권이 바뀐 독일은 이를 의식해 지금까지 사용 승인을 못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2가 개통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커지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미국의 천연가스 시장 확대 속셈과도 맞물려있다.

현재 노르트스트림 2에는 가스가 이미 채워져 있는 상태다. 미국은 비축유를 대량 방출하면서 동맹국을 달래고 있으나 미국이 주도하는대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시장이 구축될 지에 대해 낙관은 어렵다. 중동, 베네수엘라등 산유국과 미국 역시 공급량을 늘려도 유럽국가들의 운송 능력 확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반격도 만만찮다. 러시아편에 서지 않는 국가에 대해 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가스 공급 비용을 루블화가 아닌 달러로 결제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 가스 공급을 끊은 지가 엊그제 일이다. 러시아로서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무기로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판에 미국은 유럽에 러시아의 가스 공급을 막고 자신들의 LNG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속셈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미국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출한 곳이 서유럽이라는 통계를 보면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도 4000만톤으로 3위에 랭크됐으니 미국의 주요 고객임에는 틀림없다. 그보다도 러시아의 가스 중단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도 LNG 부족 및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바다 건너 저 멀리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구경만 해야할 남의 일은 아닌 것같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