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과 질주' 그 아쉬움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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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질주' 그 아쉬움에 대한 성찰
깔따구 비명
  • 입력 : 2022. 05.05(목) 14:56
  • 최도철 기자
깔따구 비명. 고요아침 제공
깔따구 비명

최한선 | 고요아침 | 1만원

지난 몇 년 사이 몇 번의 사선(死線)을 넘나 들었다는 그의 시에는 희망이 가득 담겨있다. 정의와 원칙, 공정과 공평, 평화와 행복도 그가 추구하는 가치다. 어쩌면 하찮은 곤충인 깔따구를 지칭해 시를 썼지만 '비문에 적혀 1000년 비바람을 이기는 비석'처럼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읽혀진다.

전남도립대 최한선 교수가 14번째 시집 깔따구 비명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최 시인이 건강 문제로 큰 수술을 받기 전인 2020년에 탈고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책 곳곳에는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58편의 시를 5부로 나눠 출간한 이번 시집에는 또 최한선이 평소 추구해 왔던 한국인의 서정이 한껏 무르익은 시심으로 유감없이 펼쳐진다. 시조와 가사, 현대시, 사설시조 등 다양한 형식과 함께 시상 또한 자유자재로 형상화 시킨 것도 최 시인만의 독특한 창작 기법이다.

최 시인이 갖는 시의 기본은 삼라만상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해질녘이면 시궁창을 찾는 깔따구의 생태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우리 시대의 반복된 문제와 아픔을 치유하고자 노력했다. 표제작 깔따구 비명도 최 시인이 천착해 온 전통적 유산을 우화로 승화시키고 세계와 대응하는 남도의 걸판진 가락을 선명하게 형상화 했다.

강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며 겪었던 유년의 추억을 대표하는 어린 감잎을 탐구한 '연두'나 고향에서 체험한 시심을 노래한 '구들장' 등은 그래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주제이면서 추억으로 누구에게나 진한 감흥을 안겨준다. "누구는 연두에서 희망을 읽고/누구는 처절한 절망을 보곤 한다/내년 봄 다시 연두를 만날 수 있을지는/아무도 모르는 내년 봄의 일 아닌가."(중략·단풍과 연두를 말한다)는 식이다.

부모님의 사랑과 함께 웃고 울었던 마을의 공동체 정신을 노래한 강강술래나 병실에서 맞이한 생일이 어쩌면 생애 마지막 생일일지도 모를 절박한 마음을 담은 것,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크고 작은 사랑을 주신 분들께 바치는 고마움과 그에 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의 심정도 독자를 숙연하게 만든다.

최 시인은 "지금까지 무엇인가를 위해 직선으로만 질주해 왔던 수많은 아쉬움에 대한 반성이면서 성찰을 담으려 노력했다"면서 "곡선과 여백의 여유로움에 눈을 돌려 그동안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진 칠량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성균관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21세기문학에서 시가, 시조시학에서 시조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박용철문학상과 김현승문학상, 전남도문화상, 한국시조시인협회 평론상, 한국예술상, 문화예술대상 등을 수상하고 현재 전남도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도철 기자 docheol.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