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안 쉬는데 누굴 위한 재량휴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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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부모가 안 쉬는데 누굴 위한 재량휴업인가요?'
6일 시·도 일부 학교 재량휴업 ||학원도 쉬는데 학부모 쉬지못해|| 재량·연초 결정… 현실반영 필요
  • 입력 : 2022. 05.05(목) 16:43
  • 노병하 기자

"부모들이 일하는데, 재량 휴업이라니요? 누굴 위한 건가요? 학교의 아이들이 아니라 학교의 어른들이 쉬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광주·전남지역 학교들이 5일 어린이날에 이어 6일 재량휴업을 실시하자 학부모들로부터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재량휴업을 할 경우 목요일인 어린이날부터 일요일까지 총 4일을 쉬게 된다. 그런데 6일 금요일 쉬지 못하는 부모들이 부지기수인데가, 해당 날에 학원들도 상당수 휴업하면서 그야말로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 특히 저학년 학부모들의 경우 휴가를 내거나 쉬지 못하는데도 학교가 이를 전혀 방영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5일 광주시, 전남도 양 교육청에 따르면 6일 각급 학교별 교장 재량휴업을 하는 학교는 광주의 경우 초등학교 153교 중 97교 (국·공·사립)로 63.3%가 휴업한다. 중학교는 93교 중 50교로 53.8%, 고등학교는 68교 중 13교로 19.1%가 각각 쉬게 된다. 전체학교로 따지면 314교 중 160교로 절반가량인 51%가 휴업한다.

전남은 초등학교 425교 중 400교인 94.1%가 쉬게 되고 중학교는 255교 (분교포함) 중 135교인 52.9%가 휴업한다. 고등학교 역시 144교 중 75교인 52%가 쉰다. 전체학교로 보면 824교 중 610교인 74%가 휴업을 하게 된다.

학교 뿐만 아니다. 학원들도 상당수 쉬게 된다.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휴업을 하는 학교 인근의 학원들은 학교의 일정과 맞춰 쉬겠다는 공지를 부모에게 보내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가정의 달인 5월 맞아 가족 여행 등을 위한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하는 취지지만 학부모들은 현실반영을 전혀 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한다.

당장 지역내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일하는 엄마(워킹 맘)들은 이번 휴업을 앞두고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한 워킹맘은 "이번에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재량휴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부모가 안쉬는데 누구를 위한 휴업인지 모르겠다. 저학년 맞벌이 부모는 울고 싶다"고 올렸다. 그 밑에 달린 댓글 역시 "연차도 눈치 보여 그냥 데리고 출근해야 할 듯 합니다", "학교 어른들이 쉬고 싶은 거겠죠", "이 기간에 저학년 부모 중 누가 휴가를 낼 수 있을까요?" 등 반발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화정동 한 초등학교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임미현(39) 씨는 "쉬고 싶은 아이들은 가정학습, 체험학습 등으로 알아서 뺄 수 있는데, 왜 전체를 다 쉬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곳은 다른 학부모들의 의견은 아예 듣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수완지구 모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정수철(42) 씨 역시 "재량휴업은 방학을 깎아서 쉬는 것 아닌가. 차라리 방학을 늘려라. 그땐 학원이라도 여니까. 아이들을 놔두고 출근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학교가 전혀 헤아려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량휴업은 학교장이 일년 중 며칠을 골라 쉬는 것으로 연초 학사일정을 수립할 때 학교운영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재량휴업을 할 경우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방학일수를 줄이게 된다.

시도교육청은 '돌봄 교실' 등의 운영을 통해 부모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량휴업은 학교에서 결정후 교육청으로 통보하기 때문에 어떻게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코로나 4단계때도 돌봄교실을 운영한 만큼 이번에도 학교별 돌봄교실 운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도 "돌봄교실 운영을 공지하고 독려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학교에서는 이마저도 안하려고 해 적극 권유 중"이라고 답했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재량휴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교육 관계자는 "이번 6일 휴업은 명절이나 개교기념일, 또는 징검다리 휴일이 발생하는 평일에 실시하는 취지에서는 어긋나지 않는다"면서도 "영세 업체에서 일하는 학부모나 학교가 문을 닫아 오갈 데 없는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현실도 감안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 전경

전남도교육청 전경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