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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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염치' 실종사건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2. 05.18(수) 09:56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봄이 오는가 싶더니 곧 여름으로 직행하려나 보다. 조금 있으면 때를 맞춰 찾아오는 곤충이 있다. 매미다. 여름철 낮잠을 깨우는 귀찮은 존재로 취급 받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임금들은 매미가 가진 다섯가지의 덕을 강조하며 청렴한 공직생활을 주문했으며 목민관의 귀감으로 삼았다.

임금들이 강조한 매미의 교훈이 바로 '매미 오덕'이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이 한선부(寒蟬賦)에서 말한 매미의 다섯가지 덕을 말한다.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끈이 늘어진 것을 연상케 해 학문(文)을 갖췄으며 이슬이나 나무 진을 먹고 사니 청(淸)이다. 곡식이나 채소를 갉아 먹지 않아 염치(廉)가 있으며 다른 곤충들과 달리 집을 짓지 않으니 검소(儉)하고 때를 맞춰 떠날 줄 아니 신의(信)가 있다'.

매미는 군자가 갖춰야 할 학식(文), 청결(淸), 청렴(廉), 검소(儉), 신의(信)의 오덕(五德)을 갖췄으므로 군자지도(君子之道)를 제일로 삼던 조선시대 군자의 상징적 존재물로 인식했다. 임금들도 매미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정무를 맑고 투명하게 수행하라는 뜻으로 매미 날개 모양을 형상화 한 모자인 '익선관'을 썼다.

소동파도 유배지 황주에서 쓴 적벽부(赤壁賦)에서 매미를 우화등선(羽化登仙) 즉 '신선이 돼 하늘에 오른다'고 표현했다.

매미는 땅속에서 5~7년을 살다 세상에 나와 7일 쯤 살다가 죽는다. 일생의 거의 전부를 땅속에서만 살다가 잠깐 세상의 맛만 보고 가지만 선조들은 매미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믿었다. 보이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깨끗하고 청빈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매미처럼 조용히 떠날 줄 아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수백년 전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청빈한 삶을 갈구했던 선조들보다 더 못한 후손들이 있어 안타깝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 청문회가 열렸지만 등장한 후보들 마다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궤적을 밟아온 게 공개돼 세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논문표절, 자녀 입시 같은 대학과 고등교육 영역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그 코스가 '엘리트 세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각종 흠결에도 '염치' 없이 자리에 오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오히려 더 부끄러워 지는 요즘이다. 한갓 미물인 매미처럼 '청렴하고 맑고 염치와 신의가 있는' 그런 인물이 이제는 정녕 없다는 말인가.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