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임금들이 강조한 매미의 교훈이 바로 '매미 오덕'이다.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이 한선부(寒蟬賦)에서 말한 매미의 다섯가지 덕을 말한다.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끈이 늘어진 것을 연상케 해 학문(文)을 갖췄으며 이슬이나 나무 진을 먹고 사니 청(淸)이다. 곡식이나 채소를 갉아 먹지 않아 염치(廉)가 있으며 다른 곤충들과 달리 집을 짓지 않으니 검소(儉)하고 때를 맞춰 떠날 줄 아니 신의(信)가 있다'.
매미는 군자가 갖춰야 할 학식(文), 청결(淸), 청렴(廉), 검소(儉), 신의(信)의 오덕(五德)을 갖췄으므로 군자지도(君子之道)를 제일로 삼던 조선시대 군자의 상징적 존재물로 인식했다. 임금들도 매미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정무를 맑고 투명하게 수행하라는 뜻으로 매미 날개 모양을 형상화 한 모자인 '익선관'을 썼다.
소동파도 유배지 황주에서 쓴 적벽부(赤壁賦)에서 매미를 우화등선(羽化登仙) 즉 '신선이 돼 하늘에 오른다'고 표현했다.
매미는 땅속에서 5~7년을 살다 세상에 나와 7일 쯤 살다가 죽는다. 일생의 거의 전부를 땅속에서만 살다가 잠깐 세상의 맛만 보고 가지만 선조들은 매미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믿었다. 보이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깨끗하고 청빈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매미처럼 조용히 떠날 줄 아는 삶이 가장 아름다운 삶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수백년 전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청빈한 삶을 갈구했던 선조들보다 더 못한 후손들이 있어 안타깝다. 최근 새 정부가 들어서고 장관 청문회가 열렸지만 등장한 후보들 마다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궤적을 밟아온 게 공개돼 세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논문표절, 자녀 입시 같은 대학과 고등교육 영역에서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그 코스가 '엘리트 세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각종 흠결에도 '염치' 없이 자리에 오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오히려 더 부끄러워 지는 요즘이다. 한갓 미물인 매미처럼 '청렴하고 맑고 염치와 신의가 있는' 그런 인물이 이제는 정녕 없다는 말인가.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