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님 욕도 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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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나랏님 욕도 하는 세상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2. 05.16(월) 13:09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국장
제2차 세계대전 뒤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돼 있던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마침내 평화통일을 이룩했다. 당시 서독 총리로 재임하며 뛰어난 지도력으로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던 그에게도 반대세력은 있었나 보다. 한 기자가 콜 총리를 '바보'라고 욕 하는 시민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냐?"고 묻자 콜은 "아니다. 국가기밀누설죄다"고 답해 주위를 한바탕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19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핵무기를 줄이는 군축협상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건넸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백악관 앞에서 누군가 '레이건은 개, 돼지다'고 욕해도 경찰이 본체만체 한다"고.

얼마 전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우리 속담에도 '없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말이 있다. 왕을 욕했다간 치도곤을 당하는 절대왕권 시대에도 우리 조상님들은 숨어서 임금님 욕을 하며 숨 쉴 틈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했다. 박빙의 선거 결과 탓인지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50%대 안팎으로, 역대 대통령의 취임 초기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윤 대통령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국민이 아직 많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그런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초대 내각과 비서진 인선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취임 직후부터는 대통령 출퇴근길 교통통제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 관심거리이고, 또 평가의 대상이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비판을 고깝게 여기고 불편해하면 안된다. 권력은 비판하지 않으면 부패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틀어 자유, 자유 시민, 자유민주주의 등 '자유'를 모두 35차례나 언급했다. 남의 눈치 안보고 '잡혀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없이 최고 권력자 욕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욕도 웃으며 쿨하게 받아넘기는 멋진 지도자가 되길 기대한다.

박성원 편집국장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