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하정호>민주시민교육은 반헌법적 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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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하정호>민주시민교육은 반헌법적 교육인가?
하정호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 입력 : 2022. 05.15(일) 17:18
  • 편집에디터
하정호
지난 5월11일, 자칭 '수도권 중도‧보수 교육감 단일화 연대'를 발표하면서 임태희(경기도), 조전혁(서울시), 최계운(인천시) 교육감 예비후보들이 이런 말을 했다. "민주시민, 평화통일, 노동인권 같은 편향적 교육을 폐지하고 ... 헌법정신을 기반으로 한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초중등 발달 수준에 맞춰 교육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의 후보라는 분들이, 그것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아가는 수도권의 세 후보가 이런 무지몽매한 말을 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우선, 우리 헌법 제119조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면서도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굳이 말한다면 우리 헌법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존중하지, 윤석열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이 말하는 자유시장경제를 존중하지는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우리의 헌법정신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물론 우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조차 1971년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헌법에 의해 처음으로 들어갔을 뿐, 그 이전에는 '민주주의'나 '민주공화국'라는 표현만 썼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북한 공산주의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정경유착과 약육강식의 시장만능주의를 정당화하려는 장식구에 불과하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것이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들 수도권의 세 교육감 후보들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인가 보다.

오히려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이다. 앞서 말한 헌법 제4조에서 보았듯이, "평화적 통일" 교육이야말로 우리의 헌법정신을 지켜가기 위한 교육이다. 그래서 이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교육지원법'을 만들어 "통일교육은 개인적‧당파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였다. '교육기본법'도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이 우리의 교육이념이라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에 관한 법률은 아직 없지만, 그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일 뿐, 노동인권을 교육하는 것이 헌법 질서를 해치는 일은 결코 아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청소년 노동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 중 부당한 일을 경험했을 때에도 그저 참거나 그만두는 등 소극적으로 반응한 학생이 약 70%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게 하는 교육이 왜 자유민주적 사회질서를 해치는 편향적 교육이 된다는 말인가.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거대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온갖 몸살을 앓기는 교육계도 마찬가지이다. 위기의 시대를 적극적으로 헤쳐 가면서 갈등과 긴장을 줄이고 교육의 앞날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대선 기간에는 어느 후보의 입에서도 그럴듯한 교육정책을 듣지 못했다. 거꾸로 놓아도 국방부의 시계가 돌아가듯이, 올해는 교육과정 개정을 해야 하고 2025년이면 고교학점제를 전면시행하기로 되어 있다. 고교학점제가 정말로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진로와 적성에 맞게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대입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또 7월에 관련 법을 시행하기로 한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일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해 가야 하는 일이다.

강준만 교수의 말처럼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투쟁은 노동운동이 아니다. 대학입시전쟁이다." 대학입시의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임금체계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으니 교육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시도교육감의 후보들이 보다 나은 교육정책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상대를 좌파나 우파로 몰아세우고 이념대결을 부추기는 것이. 이제 더 이상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여서는 안 된다. 대통령조차 관심 갖지 않는 교육이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민주시민이라면 말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