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경상> 마을 안에서 함께 행복한 영광 자갈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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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경상> 마을 안에서 함께 행복한 영광 자갈금마을
조경상 영광 자갈금마을 이장
  • 입력 : 2022. 05.19(목) 13:04
  • 편집에디터
조경상 이장
자갈금마을을 아시나요. 영광 법성면 끝자락, 홍농읍과 경계를 맞댄 마을입니다. 일제 강점기 간척사업을 하면서 바다를 막고 인접한 산을 깎아 방조제를 건조하면서 모여든 노동자들이 정착해 형성된 100년 남짓 역사의 마을, 주민의 70%가 65세 이상 어르신이지만 풍광이 좋고 먹거리가 풍부한 활기찬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숲쟁이 꽃동산은 영광 12경 가운데 하나로 산책로, 인공폭포, 쉼터, 형형색색의 꽃, 풀, 나무 등으로 가득 둘러져 있습니다. 산책로는 백제불교 최초도래지와 연결되어 있고, 저녁이면 개펄이 보일 듯 말 듯 바다위로 영광대교와 서해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 마을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습니다. 자갈금이라는 정겨우면서도 고급스러워 자랑하고 싶어지는 이름인데도 말입니다. 농업, 어업, 자영업 등으로 다양한 직업군이 사는 작은 마을은 공동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그런 저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제가 이장으로 선출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자갈금이라는 이름이 매력적이라며 명예주민을 시켜달라던 마을활동가 선배의 권유로 2018년 전남도 마을공동체 활동지원 사업에 '자갈금주민회'라는 이름으로 공모신청을 했습니다. 이 사업은 행정에서는 비용을 지원 할 테니, 마을에서는 마을의 자원을 찾아내 환경·문화·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발굴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기 좋은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라는 취지의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계기로 자갈금마을은 주민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고, 환경을 가꾸는 공동체문화를 만들었으며, 타 지역의 부러움을 받는 자갈금주민회 마을공동체로 주목 받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바다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매월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작은 잔치를 열고, 장수사진을 만들어서 드리고, 그 사진 파일을 가공해 증명사진을 만들고, 경로당에는 개개인의 사진이 인쇄된 머그컵을 두었습니다.

마을입구 잡초밭 공터를 해바라기 꽃밭으로 만들고, 꽃이 지면 상추며 옥수수며 배추를 기른 텃밭을 함께 가꾸고, 바닷가부터 도로변까지 마을환경 정화를 위한 울력도 함께 했습니다. 외지에 사는 출향민과 주민들의 가족들에게 고향 소식을 전하는 '마을뉴스'를 밴드(band:자갈금마을 뉴스)로 공유하면서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했던 지금 자갈금마을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민들의 요청에 버스 승강장이 생기고, 최고의 협동심으로 법성포 단오제 전통놀이 대회 우승을 하고, 영광군 '우정사진콘테스트'에서 장원을 하고, 지역신문에 꾸준히 회자되는 유명한 마을이 됐습니다. 여기저기서 주민활동프로그램과 마을개발 사업을 해보자고 꾸준한 제안도 받았습니다. 이주를 희망한다며 빈집과 빈땅을 문의하는 외지인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기적'이 다가왔습니다.

마을주민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함께 참여하면서 마을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과정인 마을공동체 활동은 모든 마을일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공동체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름 갈등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마음처럼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해도 실패는 없습니다. 주민과 함께 한다는 생각, 혼자가 아니라 이웃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기적이 만들어집니다. 우리 자갈금 마을공동체는 그렇게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마을 안에서 함께 행복한 우리가 자갈금의 기적입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