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세종, 두 도시를 바라본 시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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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세종, 두 도시를 바라본 시인의 시선
  • 입력 : 2022. 05.19(목) 11:23
  • 이용환 기자

수제튀김 할 때마다 새를 생각해. 심지 제공

수제튀김 할 때마다 새를 생각해

정미숙 | 심지 | 1만원

정미숙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수제튀김 할 때마다 새를 생각해를 냈다. 이번 시집에는 광주와 세종이라는 장소를 바탕으로 역사의 아픔을 아우르는 시선과 신도시에 내재된 자연성을 포착한 시선이 교차되고 있다.

광주에서의 체험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상상력과 연결되어 있고, 세종에서의 체험은 새롭고 낯선 공간을 만나면서 발생하는 신선한 서정으로 가득 차 있다. 노동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노동현장의 희로애락도 엿보인다.

정부부처 구내식당 조리사로 짐작되는 화자는 표제작 수제튀김 할 때마다 새를 생각해를 비롯해 "내일 여길 뜰 거야/파트타임 노동자에게/내일 같은 건 없어/이곳에는 오늘만 있어/난 내일 이곳을 뜰 거야"(오늘만 전문)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과 먹고사는 일의 소란함을 담아냈다.

30년 미싱사로 일한 한 여성노동자의 삶을 압축한 그녀는 꽃이나 정부부처 앞에서 피켓을 든 노동자들 곁으로 다가가며 쓴 심장소리 등도 시인의 깊은 노동자 연대의식이 느껴진다.

시인 나태주는 추천사에서 "문장이 사람이듯 그의 시는 귀엽고 둥글고 살가웠다"며 "영원한 인생을 꿈꾸는 시인을 축복하고 시인의 글을 축복한다"고 했다.

'노동의 거친 숨결과 역사의 상흔에 괴로워하지만, 그런 세계를 벗어던지고 앞을 향해 나가려는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는 평론가 정훈의 해설처럼 척박하고 거친 표면을 응시하면서도 뒷면에 감춰져 있는 존재의 빛을 노래하는 그의 시는 그래서 작고 연약한 존재에게 주는 희망과 위무로 다가온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