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주먹밥 다시 나눌수 있어 감회가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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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주먹밥 다시 나눌수 있어 감회가 새롭네요"
42주년 5·18 기념행사 이모저모 ||코로나로 3년만 열린 시민난장 ||오월어머니 ‘주먹밥’ 문전성시|| ‘블록공예’ 아이들 부스도 마련 ||연극 등 예술인들 참여도 활발
  • 입력 : 2022. 05.17(화) 17:10
  • 김혜인 기자

17일 오후 2시께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오월시민난장. 오월어머니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혜인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오월시민난장이 3년만에 광주에서 부활했다.

다양한 문화적 체험, 교육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단체들이 펼치는 오월 행사 개최 소식에 금남로 일대는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17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오월시민난장은 시작부터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차량이 통제된 금남로 일대는 여러 시민단체들의 체험과 행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오랜만의 오월 행사여서인지 시민들은 축제처럼 즐기는 표정을 지었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 행사는 오월어머니집의 주먹밥 나눔이었다.

주먹밥 나눔 부스를 운영하는 오월어머니들은 오랜만에 열린 행사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들의 주먹밥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반가운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종이컵에 담긴 따뜻한 주먹밥을 챙기며 오월어머니들을 향해 "감사합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오월어머니 백홍남(70) 씨는 "세월이 흘러 잊힌 줄로만 알았는데, 다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백씨는 "3년 만에 열린 행사라 감회가 새롭다. 옛날과 달리 사람들이 이제 '주먹밥'의 의미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다. 5·18 당시 어머니들이 힘들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군들에게 직접 만들어 나눠주던 주먹밥의 의미가 영원히 잊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계엄군의 유혈 진압으로 수많은 부상자들에게 수혈을 했던 광주적십자병원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헌혈의집도 오월시민난장에 자리를 잡았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쓰러져가는 시민군을 살린 광주 사람들의 헌혈의 의미를 알리며 헌혈 동참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었던 금남로가 이번 오월시민난장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17일 오후 2시께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오월시민난장. 극단토박이가 '오! 금남식당'이라는 제목의 오월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김혜인 기자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도 이뤄졌다. 시민난장 무대에서는 마당극이나 연극 등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계속 이어졌다.

서울 대학로에서 20년 넘게 버스킹 공연을 하는 윤효상(56) 씨는 "서울에서 오랜 기간동안 공연을 해왔는데 뜻깊게도 5·18을 맞이해 광주에서도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기쁘다"며 "코로나로 인해 닫혀있던 공연 무대가 하나 둘씩 열려서 숨통이 트인 기분이다. 음악인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날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광주공예체험 미드미 공방이 아이들을 위해 5·18의 상징물을 블록공예로 만드는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장미라 미드미 공방 대표는 오월시민난장에 아이들 체험 부스가 마련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수많은 부스 중 아이들을 위한 곳이 없는 것을 보고 부스 신청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5·18을 모르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스를 지나는 아이들은 그 앞을 서성거리며 블록에 관심을 보였다. 부스에서 블록공예 체험을 하던 어린이 김모(10)군은 "몇 년 전에도 (5·18 행사에) 왔었다. 그때보다 훨씬 다양한 체험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블록 만들기도 너무 재밌다"며 자신이 만든 주먹밥 블록공예를 들어 보였다.

이밖에도 세월호시민상주광주모임,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등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한 시민단체의 참여로 더욱 풍성한 오월시민난장이 진행됐다. 오월시민난장은 여러 시민 사회단체들의 퍼레이드 및 문화예술 체험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며 2019년 마지막으로 열렸다. 이날 오월시민난장 이외에도 '오월풍물굿', '민주평화대행진', '전야제' 등이 진행돼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열렸다.

17일 오후 2시께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오월시민난장. 서사모(서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준비한 '임을 위한 행진곡' 탁본 체험 행사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