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도균> 농업·농촌의 재발견,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그린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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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기고·오도균> 농업·농촌의 재발견,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그린 테라피
오도균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입력 : 2022. 05.23(월) 13:11
  • 편집에디터
오도균 교수
급격한 변화와 무한 경쟁의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불안, 우울, 스트레스는 현대인이 겪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감염병 대유행의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자살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의 비율이 40% 증가하였으며,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과 우울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에서도 자연환경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농업·농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美 하버드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에게는 자연을 그리워하고 그 속에서 살고자 하는 '녹색갈증(biophilia)'이 있으며, 이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도심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공원·숲 근처의 소위 숲세권 주거지를 선호하는 것도 그러한 본능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치유농업'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생소한 단어지만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의 활용과 관련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즉 농촌 대자연과의 교감 및 다양한 농업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치유농업은 현대인의 녹색갈증을 해소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 치유농업(care farming)은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되어 네덜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네덜란드나 프랑스의 경우 약 1000여 개의 치유농장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고 보급·사업화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치유농업은 앞으로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농업·농촌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1년 중 가장 싱그럽고 푸른 계절을 보내고 있다. 바쁜 일상과 코로나 블루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면, 짙은 녹음으로 가득한 농촌으로 떠나 그동안 쌓인 녹색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소중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관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