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만의 사과에 유가족들 "용서한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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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만의 사과에 유가족들 "용서한다" 눈물
5·18 때 고속버스 돌진해 경찰 4명 압사||경찰차로 도청 진입 막자 시위대가 돌파 ||'화해·통합위한 만남의 장'서 운전자 사과
  • 입력 : 2022. 05.19(목) 16:22
  • 도선인 기자
지난 12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세상을 떠난 함평경찰서 경찰관 유가족과 가해당사자가 42년만에 마주해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일 국립서울현충원 경찰충혼탑에서 5·18민주화운동 시위 진압 과정에서 함평경찰서 경찰관 4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경찰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가 만나 '사과와 용서, 화해와 통합'을 위한 만남의 장 행사를 개최했다.

1980년 5월 20일 야간, A씨(당시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시위대의 도청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진압대형을 갖추고 선 경찰들을 향해 고속버스를 몰고 돌진,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을 숨지게 하고 7명을 다치게 했다.

42년이 지난 현재, A씨와 유가족들은 경찰충혼탑에서 헌화·분향한 뒤 순직한 경찰들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후 유가족과 둘러앉은 A씨는 연신 고개를 떨구며 "유족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미안함과 죄송함이 먼저 든다"며 "내가 지금이라도 그 현장을 꿈에서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 막막하고 얼굴을 들 수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 유가족 대표는 "한 가정의 가장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위진압 작전 도중 시민이 운전하는 고속버스에 압사해 순직한 사건에 대해 국가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늘 당시 고속버스를 운전했던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고 용서하는 자리를 갖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유가족은 "이번 사과와 용서의 만남이 끝이 아닌 순직한 경찰관들과 부상당한 경찰관들에 대한 치유와 명예회복이 시작됐으면 한다"며 "그 중심에 5·18조사위가 피해경찰과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5·18조사위 안종철 부위원장은 "이번 만남의 시간을 위해 쉽지 않은 발걸음을 해주신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유가족의 심경을 충분히 헤아려 순직한 네 분과 부상당한 피해경찰관들 모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5·18조사위가 그 중심에서 경찰 가족과 함께하겠다. 제2, 제3의 만남이 이뤄지는 등 객관적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