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왜곡·폄훼하는 자들 기록, 역사의 증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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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왜곡·폄훼하는 자들 기록, 역사의 증거로"
●5·18 42주년 특집-기록을 넘어 시대를 넘어 (끝)||서동환 광주아트가이드 대표||‘놈놈놈 얼굴展’ 역사 왜곡 기획||2020년 5·18 망언자 풍자화 전시||“5·18 폄훼 등 세력 만행 알려야”
  • 입력 : 2022. 05.19(목) 16:22
  • 강주비 인턴기자

12일 광주아트가이드에서 서동환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5·18을 왜곡하는 이들의 얼굴과 만행까지도 기록할 겁니다. 훗날 그들이 역사의 심판을 받을 때 이 그림들이 하나의 '증거'가 되겠죠."

광주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 망언자 풍자화 전시 '놈놈놈 얼굴전'을 기획한 서동환 광주아트가이드 대표가 그중 한 명이다.

'놈놈놈 얼굴전'은 5·18 역사 왜곡 세력들의 얼굴을 세상에 알리고 이들의 만행을 고발하고자 지난 2020년 5월 개최된 길거리 전시다.

전시 제목 속 '놈놈놈'은 '5·18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놈, 폄훼하는 놈, 왜곡하는 놈'을 가리킨다.

당시 금남로와 민주광장 일대에는 5·18 왜곡의 대표적 인물인 지만원을 비롯해 조갑제, 변희재, 주옥순 등 왜곡·폄훼 세력들의 풍자화가 내걸렸다.

서 대표는 5·18 왜곡·폄훼가 극심해지고 유튜브에 가짜뉴스가 성행하자, '전시를 열어 시민들에게 망언자들의 얼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해부터 광주민족미술인협회(광주민미협) 운영위원을 맡게 된 그는 '놈놈놈 얼굴전'의 총감독을 맡아 모든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놈놈놈 얼굴展'에 전시된 지만원·조갑제 씨의 풍자화. 광주민족미술인협회 제공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왜곡·폄훼 세력에 대한 자료가 없어 풍자화 대상을 선정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서 대표는 "일일이 조사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고민하던 찰나, 다행히 5·18기념재단의 협조로 왜곡·폄훼 세력의 명단을 만들 수 있었다"며 "명단에는 국회의원, 유튜버, 학자 등 각계각층의 인물이 올랐다. 그중 18명이 최종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후 광주민미협 회원을 대상으로 풍자화를 그릴 화가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신청은 한 시간 만에 마감됐다. 참여 화가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망언자들의 행적을 직접 조사해 그 특징에 따라 혀를 뱀으로 표현하고, 도깨비나 외계인으로 묘사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자화를 그려냈다. 그림 옆에는 그들이 저지른 몰역사적 언행을 적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스꽝스럽고 추악한 풍자화는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든 것도 전시 흥행에 한 몫했다.

서 대표는 "5·18 관련 행사가 늘 슬프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40주년에는 그것을 극복해보고 싶었다"며 "전시회 근처에 시민 참여 공간을 만들어 망언자들을 응징하는 형태의 뱀주사위 놀이, 비석치기 등을 준비했다. 시민들이 망언자 얼굴 그림이 붙여진 비석을 치며 통쾌한 듯 웃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대표는 5·18의 직접적 가해자뿐만 아니라, 진실을 왜곡·폄훼하고 의도적인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도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복잡한 시각과 관점 속에서 바로 규명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 밝혀질 것이다. 그때 잘못한 자들을 심판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기록이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어 "그런 의미에서 '놈놈놈 얼굴전'도 하나의 예술적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시민들이 민주광장 거리에서 '놈놈놈 얼굴展'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광주민족미술인협회 제공

서 대표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기록'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미 이달 7일부터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호명 5·18거리미술전(5월30일까지)'을 진행하고 있으며, 17일에는 청년 기획자들과 함께 양림미술관에서 오월미술제 특별전 '안녕하세요 80학번 000입니다' 전시를 개최했다.

그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처벌이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 이미 5·18 가해자들 대다수가 사망했는데, 진상규명과 처벌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