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석민> 목포역 시계탑 앞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기고·박석민> 목포역 시계탑 앞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박석민 목포역장
  • 입력 : 2022. 05.23(월) 13:13
  • 편집에디터
박석민 역장
한 때 전국 큰 역 광장에는 시계탑이 있었다. 시계가 귀하던 시대 도심의 아이콘이었다. 시계탑은 광장 중앙에 우뚝 솟아 멀리서도 잘 보이고 약속 잡기에 편했다. 데이트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을 때 일단 시계탑 앞에서 만났다. 대학생들은 MT 출발 전 기타를 둘러메고 가방을 싸들고 시계탑 앞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어떤 이들은 다방 커피 값을 아끼기 위해 시계탑 앞에서 기다렸다가 일행을 만나 기차를 탔다.



시계탑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곳것은 영국 빅벤이다. 런던의 랜드마크이자 국회의사당의 상징이 된 빅벤의 높이는 96m이며 15분마다 종을 울렸다. 인류 최초 시계탑은 기원전 50년 아테네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바람의 탑'이지만 현대적 의미로 처음 세워진 장소는 유럽의 대성당이다. 과거엔 시계가 비싼 물건이어서 누구나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높고 거대하게 만들어 도시의 중심지인 성당이나 큰 광장에 설치했다. 근대에 와서 정확한 시간 개념을 형성시킨 기차의 출현으로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같은데 더 많이 세웠다. 한국에서 제일 오래 된 시계탑은 1908년 세운 서울대병원에 있는 옛 '대한의원 시계탑'이다.



역세권 주민과 정담을 나눌 때 옛 목포역 시계탑을 떠올리는 분들이 있다. 광장에서 친구나 애인을 만나던 그 곳이 그립다고 했다. 당시 목포 사람들이 '역전에서 보자' 하면 시계탑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2015년 나온 영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에서도 우연히 24살 여자의 소개팅을 가로 챈 34살 여자와 40대 돌싱남의 사랑이 시작된 곳도 시계탑이다. 필자도 24살 무렵 역 동료들과 안동역 시계탑에서 30년 뒤 다시 만나자고 맹세하고 술기운에 어깨동무를 하고 고성방가를 했던 추억도 있다.



기차역 이외 시내에도 시계탑이 종종 있다. 울산 중앙동 옛 울산역 터에 시계탑 사거리가 있다. 역이 태화동 쪽으로 이전하고 난 뒤 옛 역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매시 정각에 돔지붕 한 바퀴를 모형기차가 돌면서 기적소리를 낸다. 시계가 흔하지 않던 시기에 약속 장소로 쓰였다. 다음으로 청주시 사직대로 가운데 시계탑 오거리가 있고 시계탑이 우뚝 서 있다. 기존 사창동 시계탑이 청주 상징물인데도 규모가 협소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시민 의견에 따라 2009년에 다시 조성했다. 광양시 광양읍에도 시계탑 사거리가 있다. 읍사무소와 시장 등이 있어 사람이 제일 많이 모이던 자리로 시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누군가의 선한 제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손목시계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어 시계탑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 기차역 시계탑이 사라진 이유도 무관심해져버린 시계탑을 후원하는 기업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계탑 아래서 비가와도, 추워도, 더워도 참고 연인을 기다리던 낭만이 사라진 것. 그래도 가끔씩 시민들은 없어진 시계탑을 떠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시 흘러간 옛 추억이 그리워, 아니면 그때 만났던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일까. 앞으로 노후된 목포역이 새로 지어진다면 시민의 옛 추억을 소환시키는 시계탑 조형물이 들어서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