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이미경> "당신이 있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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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기·이미경> "당신이 있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이미경 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협의회장
  • 입력 : 2022. 05.24(화) 12:55
  • 편집에디터
이미경 협의회장
"사랑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1학년 아이가 모기소리 같은 목소리로 말한 뒤 출석체크카드를 집어든다. "사랑합니다" 화답하면서 아이를 맞는 선생님들. 언니·오빠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조용한 센터에서 학습을 도와주는 할머니 선생님께 향한다. 2·3학년 도착한 아이들 숫자가 많아지면서 센터는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생기가 넘친다.

3년여 코로나19로 비상상태였던 센터가 활기를 되찾았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모두 휴원을 할 때도 지역아동센터는 긴급돌봄을 실시했다.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 맡길 곳이 없고 학원도 가기 힘든 상황에서 최전방에서 아이들을 지켜냈다. 센터에 오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급식꾸러미를 챙기는 것을 시작으로 비대면 수업이 익숙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에 맞춰 수업을 듣게 하는 것 또한 선생님들의 몫이었다. 하루하루 전쟁 같은 시간속에서 선생님들은 애가 타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함께 이겨냈다. 마스크를 잘 쓰고 안전수칙을 잘 지켜주는 덕분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센터 선생님들의 하루는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를 켜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필두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과 장학회 홈페이지 접속으로부터 시작된다. 중학교 입학하는 아이들 교복을 후원받아 보려고, 고교 입학한 아이들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보려고, 10여 년 센터에서 성장한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도움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한다. 다양한 공모를 통해 교복을 지원받고 대학생 멘토단을 연결해 학습에 도움 받도록 한다.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사명감 투철한 선생님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마치고 나면 결과물 정산과 보고에 서류가 어마어마하다. 지원받는 보조금 사업만으로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업무 가중에도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욕구도 성향도 다양하고 학년도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함께 하면서 세상을 배워간다. 외동이로 자라는 아이들은 형과 아우가 되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선생님, 00이가 종이를 찢었어요, 선생님, 00이가 반말해요. 선생님 00이가 장난쳐요..."

쉴세 없이 종알대는 아이들 틈에서 잠시 방문한 필자도 혼이 빠질 때가 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연계한 프로그램들 덕택에 교육과 정서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인공지능교육, 로봇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역사회 함께 해주는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공동체를 경험하고 함께 성장해 간다. 센터에서 잘자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멘토로 돌아오는 걸 보면서,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용돈으로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이 난다며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선생님들이 대견하다.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청소년 지도자들의 처우개선에 힘을 모으고 있다. 아직도 열정페이를 바라고 희생을 바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그들에겐 가혹한 일이다. 에너지 소진 예방프로그램이 있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땅의 아동·청소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필자는 지난 2015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과 대안학교 교장을 맡으면서 첫째는 아이들 행복, 둘째는 선생님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아직도 선생님들에겐 미안함이 앞선다. 최전방에서 아이들을 지켜내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돌봄센터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더 힘내자고 독려하고 싶다. 아이들을 위해 일한 세월이 보람으로 다가 올 수 있도록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열정을 바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있는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