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 이해한다"…5·18 계엄군 끌어안은 오월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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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무거운 마음 이해한다"…5·18 계엄군 끌어안은 오월어머니
3·11공수여단 출신 병사·간부 등 3명||유족 "이제라도 찾아와줘 고맙다"
  • 입력 : 2022. 05.24(화) 17:27
  • 정성현 기자
지난 19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최5·18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김귀삼(왼쪽) 씨를 5·18 첫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가 안아주고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공수부대원 3명이 42년 만에 5·18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사죄했다.

24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이틀 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9층 '오월어머니 트라우마 사진전' 전시장에서 계엄군 3명이 5·18 희생자 유가족 10명을 만났다.

3공수여단 출신 김모 중사와 박모 중대장·11공수여단 출신 최모 일병을 비롯, 5·18 최초 사망자인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와 '오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추혜성 대표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만남은 조사위의 계엄군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사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일부 계엄군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김 중사와 박 중대장은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죄한다. 우리가 당시 너무 심했다"며 고개를 떨구며 용서를 빌었다.

이에 유가족들은 "양심선언과 증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겠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임 여사는 "이제라도 찾아와 줘서 고맙다. 무참하게 죽어간 내 아들을 만나는 것 같다"며 이들을 끌어 안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엄군들이 가지고 있는 무거운 기억과 트라우마를 이해한다"고 토닥였다.

최모 일병은 "피해자 가족이 용서해 주신 그 마음을 다른 계엄군들에게도 알려 더 많은 제보와 증언이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허연식 조사위 조사2과장은 "오월어머니들이 계엄군들의 사죄와 고백을 받아주고, 용서해주면 더 많은 계엄군들이 마음을 열고 증언과 제보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