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에 분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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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당신은 무엇에 분노하는가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2. 05.25(수) 15:31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민중의 분노는 무섭다. 좀처럼 분노하지 않지만, 한번 분노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이다.

과거 지도자들은 이런 분노를 막기 위해 '무지'를 선택했다. 모르면 화낼 수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허나 인간이란 존재가 어디 그리 쉬웠던가. 어느 역사이던 간에 압제자는 결국 민중의 발 아래 쓰러져야 했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도 이런 역사는 있었다. 그들은 민중의 분노를 막기 위해 '무지'와 '탄압', '내부의 적(빨갱이)'을 만들었고 공포와 두려움을 양념처럼 뿌렸다. 물론 어느 정도는 먹혔다. 21세기인 지금도 '그때가 좋았다'는 어르신들을 보면 말이다. 허나 이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뼈만 남은 상태다.

세상은 이상하다. 발전한 것 같은데, 돌아보면 늘 엇비슷하다.

민중들,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의 일상은 늘 고달프고 숨이 차다. 그래서 늘 고민한다.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TV 속의 세상은 저토록 즐겁고 화려한데, 우리의 일상은 늘 무겁기만 한가. 열심히 일하고 사치 부리지 않는데, 왜 우리의 삶은 늘 빈곤한가. 또는 막막한가.

이런 생각은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자조하는데서 시작하다가 점점 타오른다. 이것이 꼭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분노는 안에서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달궈진다.

이상적인 것은 이렇게 달궈진 분노가 어느 순간, 문제의 본질을 향해 터지는 것이다. 집단의 함성이 하나로 뭉쳐 그들을 짓누르는 본질을 찾아 뒤흔드는 것!

그러나… 권력 뒤에 숨은 이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과거처럼 폭력으로, 무지로 누르지 않지만 그들 만의 방법은 존재한다. 바로 분노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로, 남자와 여자로, 출근하는 이와 방해하는 장애인들로, 끊임없이 갈등을 창조하고 키우고 눈을 돌리게 한다. 우리보다 더 약한 존재이거나 만만한 존재들에게 뿌리 없는 화를 내게 하고 내 일상의 고단함이 그들로 인한 것인 것처럼 선동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화내게 한다. 작은 것부터 엉뚱한 것까지 계속 분노하게 한다. 우리의 소시민적 분노를 보며 깔깔대면서 우리가 지치고 무덤덤해지고, 그러려니 하게 될 때까지 계속 붇돋운다.

메이어 런던은 이런 말을 했다. '민주주의란 완전무결주의가 아니라 개선을 위하여 싸울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선거를 앞두고 사방에서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궁금하다. 이 수많은 분노가 향해야 하는 근본적인 종착점은 어디인가? 당신의 분노는 누구를 향해 있는가?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