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예술인들, 벽화로 고려인 아이들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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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지역 예술인들, 벽화로 고려인 아이들 응원
5·18 인형의 김유경 작가 필두 ||새날학교 일일 미술교사 나서 ||우크라이나 출신 학생들 함께 ||“광주 사회에 잘 정착하길 바래”
  • 입력 : 2022. 05.25(수) 17:40
  • 도선인 기자

25일 새날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지역 예술인들 지도 아래 벽화를 완성하고 있다.

광주지역 예술인들이 25일 새날학교 일일 미술교사로 변신했다.

광주 광산구 삼도동 한적한 마을 끝자락에 있는 새날학교는 고려인마을 가정을 비롯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다. 아이들은 이날 작가들의 지도 아래서 낡은 학교 벽을 도화지 삼아 하나뿐인 벽화를 완성해갔다.

광주에서 한지조형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경 작가 필두로 회화, 영상, 캘리그라피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7명이 모였다. 한국문화예술교류센터 '품'의 대표기도 한 김유경 작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각해지던 지난 2월 광주시에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사업 일환으로 새날학교 벽화 제작을 제안했다.

한국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아이들을 비롯한 고려인, 난민, 외국인노동자 등 아이들을 위해 예술인들이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였다. 4년째 5·18민주화운동 주제로 518개 종이인형을 제작하고 있는 김유경 작가의 광주정신이기도 하다.

벽화 시안은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그림으로 인종의 '다양성'을 염두한 디자인이다. 김유경 작가는 "기존 새날학교 급식실 벽화는 2016년 만들어져 노후화가 심했다. 새로운 벽화를 위해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모았다"며 "아들이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라서 그런지 이주민의 마음을 더 헤아리게 되는 것 같다. 광주가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학교에 모인 작가들은 먼저 베이스 작업을 위해 낡은 급식실 건물 한쪽 벽면을 흰색 페인트로 칠했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5월 햇살에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었지만, 작가들은 오랜만에 한 야외작업에 소풍 나온 즐거움을 느꼈다.

25일 지역 예술인들이 새날학교에 모여 다양성을 상징하는 벽화를 그리고 있다.

베테랑 작가 손길에 금세 멋진 스케치 작품이 뚝딱 만들어졌다. 이날 벽화작업을 함께한 이현기(63) 작가는 "좋은 일이라 동참했다. 말로만 광주에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직접 대면하게 돼 기쁘다. 같은 민족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며 "아이들의 벽화 작업을 통해 광주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환(57) 작가는 "그림이 다문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어 함께 참여하게 됐다"며 "광주인들이 광주정신으로 이들을 포용하고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호기심 가득한 손길로 벽화 작업을 도왔다. 우크라이나 출신 빅토리아(17) 양은 "새로운 일을 해보니깐 즐겁다"며 "지난해 9월 가족들 따라 한국에 왔는데, 우크라이나에 있는 친구들도 함께했으면 즐거웠을 것 같아 보고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데니스(18) 군은 "평화로워 보이는 벽화 그림처럼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소망한다"며 "우리 손으로 완성된 벽화를 얼른 보고싶다"고 말했다.

한편 새날학교 벽화 작업은 오는 27일까지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25일 새날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지역 예술인들 지도 아래 벽화를 완성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