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 갯벌 국립 세계유산본부, 신안이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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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갯벌 국립 세계유산본부, 신안이 상식이다
신안갯벌 전체 면적 85% 차지||10여년 국제적 연구 기반 조성||유산 등재 신안군 절대 공헌||그럴듯한 명목으로 공모 전환에||유산 지역간 유치전 갈등 초래||조건 부합한 신안만 상징성 살려사
  • 입력 : 2022. 08.28(일) 16:49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지 1년이 됐다. 두번이나 반려돼 맥이 빠져 있던 터에 지난 해 7월26일 전혀 예상치 못한 중국발 낭보의 감격은 신안군이 세계유산등재에 첫발을 뗀지 14년만에 맺는 결실이자 코로나19로 힘겨운 국민들에게 안겨준 남다른 의미의 선물이었다.

 신안 갯벌을 비롯해 4개 지역 갯벌이 소재한 지자체에서는 유네스코라는 무형의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내걸고 최고의 생태도시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정부도 세계자연유산 등재 후속 작업으로 유산보전본부 건립에 나섰다. 국비 320억 규모의 국립 갯벌 세계유산보전본부 건립은 오는 9월1일 공모에 들어가 10월말 후보지가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자연유산에 포함된 한국의갯벌 면적은 신안, 보성·순천, 고창, 서산 등의 갯벌을 합쳐 총 1284.11㎢다. 갯벌 유산 전체 면적에서 신안(1100.86㎢)과 보성(31.85㎢)·순천갯벌(28㎢) 등 전남이 90.4%(1160.7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의미는 전세계에서 보전 가치가 탁월한 희소성을 인정받은 점이다. 김환용 연안보전네트워크 이사는 "신안을 비롯한 서남해안 갯벌은 지구별의 희귀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이 세계 몆대 갯벌에 속한다고 축소할 것이 아니라 갯벌 그 자체가 절대적 부존자원이라는 얘기다.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인식돼 개발의 욕심이 멈추지 않았던 이곳, 그 생태 가치를 높이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점에서 괄목상대할 변화다. 신안을 중심으로 하는 전남도의 갯벌 보전의 영향이 컸다. 신안군의 경우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어로행위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세계자연유산 지정의 전제 조건인 습지보호구역을 군 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노력은 세계유산 등재와 함께 지구별의 희귀 자원을 독보적으로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응해준 지역민들에게는 무한한 자긍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신안군의 전지역 습지보호구역 지정이 얼마나 담대한 노력이었는지, 최근 인천갯벌 인근 지자체들의 갯벌에 대한 인식을 보면 확연하다. 문화재청은 오는 2025년 세계유산구역 확대 일환으로 인천갯벌 추가를 추진하고 있는데, 옹진군 등 주변 5개 자치단체에서 주민 반대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 빨간불이 켜져있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신안 갯벌이 없었으면 가능했을가? 절대 불가능했다. 면적(1100.86㎢)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2007년부터 신안갯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한결같은 행보도 절대적이었다.

 중앙 정부에서 관심을 두지 않을 때 2006년 취임한 박우량 군수의 갯벌에 대한 거침없는 열정과 노력은 신안군 전체 습지보호구역지정에 이어 수차례 국제갯벌심포지엄, 11차례에 달하는 국제철새심포지엄 등으로 '갯벌 신안'을 알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지속적 국제철새심포지엄은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등재 기준 10번(생물다양성 및 멸종위기)에 신안군의 로드맵과 맥을 같이한다. 이 조항이 시베리아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6000㎞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로서 신안갯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 노력들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노크했던 신안군은 많은 국제 학술 개최와 연구 조사로 축적된 국제 전문가들의 신뢰와 진정성을 바탕으로 갯벌이 있는 보성·순천, 고창, 서천을 끌어들였고 등재추진단 설립을 주도했다. 군청 조직에는 세계유산과를 두고 세계유산등재를 군정 최대 과제로 수행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조직으로 세계유산과를 두고 있는 지자체는 신안군이 유일하고, 세계유산실사단이 세계유산과 근무 인원 , 근무 형태 등을 조사 관찰했다는 얘기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한마디로 신안군이 없었으면 세계자연유산등재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의 이해못할 행정으로 인해 협력이 아니라 갈등만 키워가고 있다. 그 불편함은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건립 공모에 기인한다.

 세계유산보전본부 공모에 나선 해양수산부 방침은 세계유산에 속하는 3개지역(신안, 고창, 서천) 신청을 받아 평가해 선정한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공정이라는 명목에서 그럴듯하나 상식에는 맞지 않는다. 전체 유산 면적의 85%지역이 아닌 불과 몇%에 불과한 지역(고창 55.31㎢, 서천 68.09㎢) 까지 참여시키는 공모,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사실상 무임승차 지역과 유치전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세계유산위원회가 지향하는 목표와도 결코 부합할 수 없다. 고창군의 경우 유치 서명전에 돌입했고 서천군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도 자기 지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신안군의 절대 공헌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얘기해놓고도 균형발전을 이유로 본부는 자기 지역이 돼야한다고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상도의를 벗어난 염치없는 태도가 씁쓸하다. 그렇다고 전남과 신안은 손놓고 있겠는가?

  해양수산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행정력 낭비와 지역간 갈등, 국론분열만 조장하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까지 2번의 고비가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유산구역으로서 조건이 미흡해 보류가 된 것인데, 신안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너무 협소해 부정적 이었다.

 완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기준에 따라 고창갯벌, 순천보성 갯벌, 서천갯벌의 경우 갯벌을 이루는 일부 지역이 빠져 퇴짜 판정을 받았지만, 신안만이 황해와 와덴해에 비해 면적은 적지만, 섬갯벌의 특수성으로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세계유산등재 조건이 완전성에 최고 방점을 두고 있어, 세계유산보전본부가 신안에 들어서는 것이 한국의 갯벌을 대표하는 상징성과 세계유산위원회에 이행 약속의 신뢰감을 준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보성순천, 고창, 서천갯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유산 보존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그 지속가능성을 위한 주민 교육 등을 최대 목표로 삼고있다. 신안 섬 곳곳에 흐르는 인문학과 음악, 미술 등 문화의 향기와 볼거리가 넘쳐나 대한민국 제일의 생태문화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현실에서 유네스코 지향성에 가장 부합하고 있는 지역임에도 불문가지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유네스코는 절대적으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의견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만약에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보호에 뜻을 모아준 신안 지역민들이 세계유산본부 공모와 관련해 마음이라도 상해 유산 해제라도 요구하고 나설 경우 그 뒷감당은 누가 져야 하나, 갈수록 태산이 될 수있다.

 쉽게 풀수 있는 문제를 어렵게 풀어가는 해수부는 말도 안되는 균형발전 논리와 정치적 접근은 차단한 채, 세계유산보전본부에 걸맞은 위상과 지속가능성만 놓고 판단해야 한다.

  지역민들은 김영록 전남도지사,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서삼석, 김승남, 신정훈, 윤재갑, 주철현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