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2> 농경지와 폐염전, 새들의 보금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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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2> 농경지와 폐염전, 새들의 보금자리로
세계 습지 복원 사례||간척의 나라 네덜란드 역간척 등 활발 ||자연 정복 아닌 순응따라 자연 회귀||네덜란드 블라우에카머둑 처음 허물어 ||경작지 점토 제거 물들어올 자리 넓히기도||미국 부시정부 대대적 습지 복원 추진||일본, 홍콩 등도 습지 복원 생태관광지 활용
  • 입력 : 2022. 09.04(일) 15:08
  • 이용규 기자

독일을 비롯한 네덜란드 등 북해에 접한 나라들은 자연과 싸워 농지를 늘리는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서서히 그 간척지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정책 변화들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 국립공원내 자연으로 되돌아간 간척지. 이용규 선임기자

 

네덜란드는 해수면보다 낮고, 풍차의 나라다. 풍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퍼올려 땅을 만들었다. 이 풍차도 한계에 직면, 대규모 방조제가 뒤따랐다.

 네덜란드 압슐로이트댐은 네덜란드 간척을 상징하는 곳이다. 1932년 노르트홀란드주와 프리슬란드주간 31㎞에 걸쳐 완공된 압슐로이트댐은 와덴해의 물길을 막고 북유럽 최대의 담수호 에이셜호를 탄생시켰다. 에이셜 강의 물이 들어오게 함으로써 소금기 있던 물이 점점 민물이 됐다. 이 물은 암스테르담 주민들의 식수로도 이용될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전체 간척 면적은 서울의 5배에 달하는 규모로 162㏊가 지도에 추가됐다. 네덜란드 지도를 바꾼 대역사였다. 그러나 당초 이 일대 5개 지역을 목표로 했으나 나머지 1곳은 포기했다. 배가 다니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척만 강조하면서 주다치댐으로 알려졌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압슐로이트댐으로 통한다. 이 댐은 암스테르담 남부의 주요 항구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간척과 해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규모 방조제를 건설했다. 네덜란드 방조제에서 최장인 압슐로이트 방조제. 이용규 선임기자

 30년후 1953년 2월 1일, 네덜란드의 역사상 유례가 드문 대해일이 닥쳤다. 태양과 달의 인력이 겹쳐 간만의 차가 가장 커진 이 날, 만조에 폭풍우까지 겹친 것이다. 엄청난 위력의 해일은 남서부 델타 지역의 방조제를 무너뜨리며 도시와 마을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이틀간에 걸친 푹풍해일은 사망 8361명과 20만㏊ 농경지 침수 등 참담한 기록을 남겼다.

압술로이트 방조제 완공 기념 표석. 이용규 선임기자

 이 무지무지한 해일 피해는 13개의 방조제를 건립하는 계기가 됐다. 땅을 넓히기 위한 방조제가 아니라 해일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잔더크리트 댐을 시작으로 97년까지 50억 달러가 투입됐다. 담수 제공 및 관개 시설용인 이 댐들은 홍수 피해를 4000년 빈도로 설계됐다. 그러나 해수 순환이 활발치 않아 녹조, 수질악화 생태계 파괴 등 문제가 발생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병들어 가는 바다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둑을 헐어 바닷물을 소통시키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애써 일궈낸 간척지에 바닷물을 유입하는 것에 대한 농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농업정책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연합은 회원국의 모든 농민들에게 농산물의 잉여생산을 막기 위해 소유 농지의 15%를 늘리도록 권장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농부들은 땅을 놀리느니 정부에 팔았던 것이다.

 첫 포문은 1993년 라인강 지류에 자리잡은 블라우에카머 둑이었다. 18세기 이후에 2m 높이로 건설된 둑이 허물어지면서, 36만평의 농지가 물에 잠겼다. 블라우에카머 둑은 방대한 면적의 땅을 자연에 처음으로 되돌려준 역사적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새만금호 보다 면적으로 17배, 저수량으로 14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시간이 지나자 생물종과 수많은 물새종이 찾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이 지역에 애초 계획된 간척지는 다섯 군데. 그 중 네 곳은 60년대 매립이 완료됐다. 그러나 마지막 마르케르발트 간척 대상지는 1971년 부터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휩싸였다. 1991년 정부는 사업을 포기했다. 넓은 간척지가 네덜란드 경제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네덜란드는 풍차의 나라다. 이 풍차는 바닷물을 퍼올려 땅을 만들어냈다. 네덜란드 잔세스한스 지역의 풍차와 호수 풍경이 한폭의 그림같다. 이용규 선임기자

 독일과 국경이 맞닿은 발 강 인근의 렐더란드 주 밀링어바드의 역간척도 자연 회귀를 보여주는 곳이다. 둑을 허물어서 물길을 터준 블라우에카머와 달리 밀링어바드의 갯벌 복원은 경작지의 점토를 긁어내서 물이 들어올 자리를 넓히는 것이다. 겨울에 홍수가 나면 불어난 강물이 밀려 들면서 옥수수 경작지였던 땅이 호수로 변하게 됐다. 늪지대와 물가를 중심으로 600여 종의 식물이 서식, 기러기와 오리 등 물새들이 돌아왔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잘보존된 자연 서식지의 하나로 꼽힌다. 네덜란드는 전국적으로 5만㏊의 간척지를 습지로 되돌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수질 오염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정책 전환을 추동했다.

잔트크리트댐 해수 유통도. 충남도 제공

 젤란트 주정부가 역점적으로 시행하는 브레스켄스 지역 워터던 사업도 대표적이다. 간척 농지 2.5㎢를 사들여 주민을 이주 시킨 다음 둑을 터 바닷물을 끌어들여 습지를 복원하는 정책이다. 모래 언덕 형태의 제방 일부를 제거하고 해수 유통을 위한 4개 배수 갑문을 설치해 자연적 조수 흐름을 통한 갯벌 복원을 유도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중앙정부 및 젤란트 주정부, EU기금, 민간자본 등 1500억원이 투입됐다. 농지 보상에 진통도 겪었으나 해안 사구 보강, 인공 해안 사구 건설후 부분적 해수 유통을 시험중에 있다. 해수 유통이 정상적으로 되면 갯벌 생태계 개선 및 철새 도래지를 조성하고 생태 관광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방조제 건설로 인해 하구호 생태 환경 개선에 대한 정책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선 1962년 해일 방지와 담수 확보용으로 건설된 잔트크리트 댐에 해수 유통구를 설치, 휘어스호 우측의 오스터켈트 해역과 해수 순환을 유도했다. 해수 유통구인 터널식 박스 암거는 2002~2004년 까지 2000만 유로를 투입해 2개가 설치됐다. 넓이 5.5m, 길이 82m 높이 3m 규모의 암거는 여름에 초당 40톤, 겨울에는 초당 25톤의 해수를 유통하고 있다. 암거 설치 효과는 3개월 이후부터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조사에 의하면 2008년까지 질소 42.2%, 인이 64.4% 감소하고 녹조 현상이 사라졌다. 당초 수질 개선에 4~5년 시간 소요를 예상했으나 1년 내 효과를 보였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으로 다이빙, 요트 등 휴양객이 크게 늘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잔트크리트댐 해수유통 효과는 하링블리에트호를 비롯해 많은 방조제의 해수 유통으로 전환과 함께 네덜란드 삼각주 기본 방향을 바꾸는 정책 변화의 전환점이 됐다. 원래 담수호로 건설된 하링블리에트호는 생태계 파괴와 수질 악화, 하구 완전 차단에 의해 연어가 회귀할 수 없게되자 유럽연합의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2018년 해수 유통을 결정하고 수로건설과 지하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하구둑에서 10~12㎞ 구간을 기수로 하는 프로젝트이다. 해수의 유입량을 조절할 수 있어, 영산호도 10~15㎞ 구간을 기수호로 바꿀수 있다는 것이 전승수 전 전남대교수의 주장이다.

 미국은 연안 습지의 50% 이상 훼손되어 순손실 방지 및 연안 습지 계획 보호 복원법을 시행하고 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은 지구의 날을 기념해 5년간 300만 에이커(1만2140㎢)의 습지 복원 보전 목표를 밝혔다.

 사우스베이 염전 갯벌 복원 계획은 독보적이다. 이 갯벌 복원 계획은 과학자, 정부 기관, 만간단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해 4년간 논의를 거쳐 2008년 채택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염전 복원 계획 지도.

 샌프라시스코만은 1854년부터 도시개발, 농경지, 염전으로 전체 면적의 약 85%에 달하는 갯벌이 소실됐다. 1850년과 1998년 토지 이용 면적을 비교한 결과 약 809.4㎢ 갯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사우스베이 염전 복원 사업은 미국 어류 야생동물 보호국을 주축으로 구성된 리더 그룹 산하에 실무 부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복원 대상지역의 복원 방법, 설계 이용 방안에 대한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대중의 제안 및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실행에 있어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샌프란시스코만 갯벌 복원 50년 장기프로젝트 일환으로 161.9㎢의 갯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카길사 소유였던 염전 61.1㎢의 갯벌 및 생태계 서식지 복원을 추켜들었다. 이중 현재까지 12.3㎢의 갯벌 복원을 완료했다. 야생 서식지 제공 목표 6.5㎢ 중 2.9㎢를 조성했다. 최대 22㎞ 길이의 탐방로 조성 목표 중 10.8㎞를 개통했다. 이 사례는 추진 과정에 많은 시간이 들더라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기반으로 이해 관계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장려해 안정적인 사업 관리를 위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일본은 80년대부터 수질 정화, 해양생물 서식지 조성 등을 목적으로 동경만, 오사카만, 미키와만 등의 갯벌 복원을 사업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50년간 연안 습지의 약 40%에 해당하는 327㎢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거 어패류가 풍부한 동경만의 경우 매립 사업에 의해 136㎢의 갯벌이 불과 10㎢ 정도만 남았을 정도다.

 갯벌 복원에는 해양 투기가 곤란해진 준설토 이용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홍콩 마이포 습지는 갯벌을 매립해 어류, 새우양식장, 논으로 사용되던 지역을 습지공원이 조성됐다. 이 습지공원은 신도시 개발로 인한 생태 완충지역(총 0.6㎢)으로써 지난 2006년 5월 개장, 연간 12만명이 방문하는 생태 탐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승수 전 전남대 교수는 "세계 곳곳에서 수십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자연은 힘으로 정복할 때가 아니라 그 섭리에 따를 때 인간의 이익도 최대화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국민들의 선택이 결국 자연 회귀로 되돌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전남지역에서도 바다 환경과 갯벌 복원을 위한 적극 정책 방안이 고민이 필요할 때다"고 말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