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진으로 찾아가는 '간도의 옛 이야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시와 사진으로 찾아가는 '간도의 옛 이야기'
  • 입력 : 2022. 09.15(목) 15:59
  • 이용환 기자
동주의 시절. 토향 제공


동주의 시절

류은규 | 토향 | 2만8000원

신간 '동주의 시절'은 시인 윤동주가 고향 북간도에서 쓴 20편의 시와 20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자료집이다.

하지만 책에 윤동주 본인의 사진은 없다. 다만 북간도에서 윤동주가 보았던 풍경이나 겪었던 사건, 그곳 사람들을 찍은 사진을 통해 시인이 살아 숨 쉬었던 나날을 상기할 수 있다.

시인이 청춘의 나날을 보냈던 간도의 중심지 용정 거리, 조선 이민의 이야기, 간도의 항일 함성, 만주국의 도시 건설, 시인의 사후 사회주의혁명 시기 유가족들의 고난과 1980년대 이후의 시인을 기리는 현지의 활동까지 다양한 사진을 통해 윤동주의 삶에 새롭게 접근해 본다.

"이제 '간도'라는 지명은 지도상에서 없어졌고, 그들은 중국 조선족이 되었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 역사를 공유하는 같은 핏줄이다. 그러니 그들이 겪은 일들은 우리의 근현대사이기도 하다."는 것이 사진작가 류은규의 이야기다.

작가는 사진이 갖는 기록성에 집착하면서 지금껏 30여 년간 중국 조선족의 이주와 정착의 발자취를 밝혀내는 사진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의 인생의 동반자인 일본인 작가 도다 이쿠코는 방대한 사진자료를 함께 정리하고 글을 쓰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책은 1부 나 여기 왜 왔노, 2부 간도의 일상, 3부 만주국의 엷은 평화, 4부 배움의 나날, 5부 동주 생각 등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특히 시와 관련해 '간도의 조선 이민 이야기'를 비롯 '붐비는 용정 시장', '황소를 데리고 온 조선 이민', '간도의 항일 함성' 등 조선인의 간도 이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진과 곁들인 구성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5부 동주생각' 편도 동주의 시절이 돋보인다.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한 줄기엔 노란 꽃/한 줄기엔 하양 씨."(중략·윤일주 '민들레 피리')

윤일주(1927-1985)는 윤동주의 10살 아래 동생이다. 윤일주는 나라사랑 1976년 여름호에서 동주 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한 줌의 재로 변한 동주 형의 유해가 돌아올 때 우리는 용정에서 200리 떨어진 두만강변의 한국 땅인 상삼봉역까지 마중을 갔었다.… 2월 말의 몹시 춥고 흐린 날, 두만강 다리는 어찌도 그리 길어 보이던지….

'간도사진관 시리즈'는 한국인 사진가 류은규와 일본인 작가 도다 이쿠코 부부가 5만 장의 이르는 사진 자료를 정리하여 구성해나가는 중국 조선족의 생활사 다큐멘터리이자, 우리 근현대사를 또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는 작업이다.

이 가을, '동주의 시절'로 동주가 살던 공간과 시간으로 역사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