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성훈> 소방드론, 걸음마를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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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성훈> 소방드론, 걸음마를 떼다
송성훈 광산소방서장
  • 입력 : 2022. 09.21(수) 17:30
  • 편집에디터
송성훈 광산소방서장
현대전에서 승리를 위한 제일의 요소는 '제공권(制空權)'의 장악이다. '제공권은 작전 지역에서 적 공군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상공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공중 우세를 뜻하는데, 흔히 제공권을 확보·장악했다고 표현한다. 제공권 장악은 아군 공군기의 일방적인 폭격과 정찰을 가능하게 하여, 적 지상군은 고립시키고 아군 지상 지휘관이 마음껏 전략·전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 군대가 약 2만에서 5만정도가 전사하는 동안 미국은 불과 150여명의 전사자만 발생한 것도 미국의 제공권 장악이 선제됐기 때문이다.

일찍이 세종 7년 금화도감 멸화군(滅火軍)에서 시작된 소방조직은 군대 간의 전쟁만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날마다 화재와의 국지전을 이어가고 있다. 소방조직은 제공권 확보를 위해 1979년 처음 도입된 까치 2호 소방헬기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소방헬기 32대를 운용중이다. 소방헬기는 고립지에서 인명구조나 구급이송, 산불 고공 정찰 및 진압에서 그 효용성이 말할 것도 없으나, 대부분의 화재현장은 도심지 저고도 비행이 필요하여 헬기 운용 시 안전상 위험성이 높고, 프로펠러 바람에 의해 화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사용 빈도가 낮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몇 년 전부터 상용화된 드론이다. 소방 드론은 아직 걸음마 단계임에도 모든 화재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대체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분야는 화재현장 지휘 분야이다.

기존에는 소방대장이 화재현장의 일방면만 볼 수 있었기에 시야에 닿지 않는 부분은 무전으로 파악하거나, 도보로 이동하여 직접 볼 수밖에 없었다. 방면별 지휘관을 두어 통솔하는 전술도 있으나 지휘체계가 복잡해지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소방드론은 위에 언급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화재현장 상공을 돌며 촬영하는 영상을 통해 소방대장은 모든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형 FPV(First Person view)드론을 통해 건물 내에 진입하여 화점을 찾고, 요구조자를 검색·구조하는 등 화재현장 내외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여 진압 전술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광주 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우리 광산소방서에서는 소방력 낭비를 줄이고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광주광역시 소방서 최초로 드론전담인력을 배치하여 운용중이다. 아직 체계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지만 드론이 주는 이득이 벌써부터 꽤나 쏠쏠하다. 드론이 상공에서 보내는 실시간 영상으로 소방대장은 정확하지 않은 화재 위치를 특정하고, 진입로를 탐색해 소방차량을 유도하고 부서 위치를 지정하며, 화재규모에 따른 적정 수준의 소방력을 투입시킨다.

드론에 내장된 열화상 카메라로 화점과 잔불을 찾아내 현장의 작업시간을 줄이기도 하고, 건축구조물의 붕괴 위험을 진단하는 등 현장안전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소방훈련에서도 참가자 전원이 작전 진행 상황에 대해 영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훈련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춘추시대 책략가 손무가 쓴 '손자'에서 유래한 유명한 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장에서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한다. 안팎을 가리지 않는 드론의 실시간 화재현장 정보와 훈련된 경험 많은 소방관들.

이 둘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면 앞으로 벌어질 화재와의 전쟁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