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과연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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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과연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임낙평 전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
  • 입력 : 2022. 09.26(월) 13:55
  • 편집에디터
지난 여름 폭염과 수도권의 집중호우, 초강력 태풍 힌남로 그리고 난마돌이 지나간 이후, 계절은 가을로 바뀌었다. 선선해진 날씨에 우리는 자연의 오묘한 질서를 느낀다. 수도권과 영남지역에서 폭우와 태풍에 큰 피해를 입은 이웃들은 지금도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같은 기상재난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지난 8월, 파키스탄의 대홍수는 지금도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수일 째 계속된 강우로 국토의 3분의 1일 잠겼다. 위성으로 본 파키스탄의 국토는 처참했다. 1,200명의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인구의 7분의 1인 3,3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수 백만 채의 집과 농경지, 가축들이 홍수에 떠내려갔다. 도로며 철도, 다리, 상 하수도, 전기공급망 등 인프라가 붕괴 손상되었다. 물이 빠지면서 구조나 구호 활동마저도 원활하게 전개될 수 없었다. 역사상 경험하지 못했고, 수백 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그런 규모의 대홍수였다.

피해액은 산정할 수 없을 정도다. 국제사회는 복구하는 데 100억 달러(14조 원) 이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엔은 긴급 구호로 1억 6천만 달러를 요청했으나, 미국 3,000만 달러, 영국 1,500만 달러, 캐나다 500만 달러를 약속했고, 중국이나 EU 국가, 사우디, 카타르 등도 원조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구호나 복구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파키스탄의 4명 중 1명이 빈곤 인구로 평가될 만큼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국가이다. 특히. 금년 대홍수 이전, 5-6월까지 극심한 폭염, 특히 섭씨 50도를 넘어서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던 상황이었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비극의 현장이다. 그간 유엔 과학자들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소홀히 하면 미래 '대재앙(Catastrophe)'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파키스탄의 현장은 기후 재앙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금년 유럽은 500만의 극심한 가뭄, 폭염에 시달렸다. 영국 런던은 사상 최초로 섭씨 40도를 넘어서는 등 유럽의 많은 곳에서 그렇게 수은주가 올라갔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이웃 중국 또한 유럽처럼 강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대가뭄, 폭염을 겪었다. 금년 여름 북반구는 폭염과 가뭄, 홍수와 산불, 빙하의 해빙 등 기상재난이 반복되었다.

유엔은 기후위기가 거의 100% '인간이 초래했다'고 규정했고, 그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그렇다면 파키스탄과 같은 기후재난은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그동안 유엔의 연구에 의하면, 파키스탄이나 아프리카 대륙, 필리핀 등 태평양의 섬 국가들은 특별히 기후위기에 취약하다. 대부분 빈곤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은 미미하다. 한국만 하더라도 1년 1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14톤인 반면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들은 3-4톤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피해를 받아야 한다. 빈곤이 악순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대부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국가, 선진국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 되었다. 파키스탄과 같은 재난의 '손실과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유엔 기후회의(COP21)에서 2020년까지 혹은 이후에도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기금 조성을 약속한 바 있다. 긴급한 기후재난의 구호와 복구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매년 회의에서 논란만 거듭할 뿐, 극히 최근까지도 합의를 못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전문가는 1990년 이래 현재까지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로 다른 국가들에 2조 달러(2400조 원) 피해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누적 온실가스 배출 1위인 미국과 2위 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나라들이 취약국가의 기후재난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년 국제사회에 기후위기와 관련된 화두는 기후재난에 대한 책임, 손실과 피해에 대한 배상, 1,000억 달러 기후기금조성 등 '기후정의' 이슈가 될 것이다. 아무튼 파키스탄이 하루빨리 재난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한다. 또한 '이번에는 파키스탄이지만, 내일은 우리나라일 수 있다'는 경감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