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원 '목줄 없는 반려견 산책'…불안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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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도심공원 '목줄 없는 반려견 산책'…불안한 시민들
운남근린공원 반려견 ‘목줄’ 갈등 ||운동장 설치 후 미착용 사례 많아 ||혹시 물릴까 겁나… 민원도 늘어 ||“인식 개선·반려동물 공간 필요”
  • 입력 : 2022. 09.27(화) 16:24
  • 강주비 인턴기자

광주 광산구 운남동 근린공원에서 한 시민이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이곳에만 들어오면 주인들이 개 목줄을 풀어버려요. 위험하니까 목줄 채우라고 해도 그때뿐이죠. 이러다 진짜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돼 죽겠어요."

최근 광주 광산구 운남동 근린공원에서 만난 김모(69) 씨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공원 곳곳에서 목격되는 이른바 '오프리쉬(Off-leash: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 견'들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개한테 물릴 뻔해 트라우마가 있는데, 공원에서 운동할 때마다 목줄 없는 개들을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운남동 근린공원은 근 몇 달 새 목줄 미착용 반려견 출입이 늘어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구청은 단속 강화, 캠페인 시행 등 조치에 나섰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쳐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프리쉬 견'에 대한 증언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주민 배태종(65) 씨는 "사람들끼리 개 목줄 때문에 싸우는 경우도 종종 봤다"면서 "한번은 반려견 동호회처럼 보이는 사람들 20~30명이 떼로 몰려와 강아지를 (공원 잔디밭에) 풀어놓고 공 던지기 놀이를 했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랐지만 단체로 그러고 있으니 내가 이상한가 싶어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70대 홍모 씨는 "이번 주만 해도 목줄 없이 산책시키는 사람을 2번이나 봤다. 배변 처리 문제도 심각해 가끔은 개 산책을 금지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운남동 근린공원의 반려견 목줄 미착용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 상반기 공원 내 잔디밭과 트랙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운동장 정비사업'이 완료되면서다. 문제는 운동장 설치 이후 잔디밭에서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등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이용객들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관련 민원도 늘었다. 광산구에 따르면, 전화로 접수된 민원은 따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민원이 가장 많았던 6월 기준 하루에만 3~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 근린공원에 반려견 목줄 착용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실제로 광주에서 개 물림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광주소방안전본부가 제공한 '개 물림 환자 이송현황'을 보면 △2018년 46건 △2019년 52건 △2020년 54건 △2021년 46건 △2022년(8월까지) 34건으로 해마다 평균 50건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단순 위협에 그치거나 신고되지 않은 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광산구에 따르면, 공원 내 목줄 미착용 시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현장 단속이 쉽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민원이 증가한 시점인 5월부터 현장 계도와 목줄 착용 현수막·안내판 설치, 애견인·비애견인 공생 캠페인 등을 실시했지만 주민 간 충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공원으로부터 약 300m 거리에 노인복지관과 초등학교·유치원 등이 있어 사고 위험도 큰 상황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심할 때는 하루 10건 이상의 민원이 들어온 적 있고 개싸움이 사람 싸움으로 이어져 경찰까지 출동한 사례도 있다"면서 "특히 날씨가 풀리니 다시 민원이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다. 안내판을 추가 설치하고 동물보호법 시행 규칙 개정을 홍보하는 캠페인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지자체 차원에서 반려견을 위한 공공시설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경동 동신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개인 소유 공간이 아닌 여러 시민과 함께 사용하는 공공시설에서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놓는 것은 위법 행위"라면서 " 펜스 등 최소한의 방어막도 없는 운동장에서는 돌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운남동 근린공원의 경우 시민들의 인식개선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개 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려견의 사회화가 중요하다. 반려견이 사회화될수록 사람을 무는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지역 내 반려동물 가구를 고려해 지자체 차원에서 반려동물 전용 공공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 근린공원에 반려견 목줄 착용·배설물 수거 안내판이 설치돼있다. 강주비 인턴기자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