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5> 신안 '사람+철새+자연과 공존' 구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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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5> 신안 '사람+철새+자연과 공존' 구심점
국제철새심포지엄||2007년 시작…올해 12번째 자은도서 개최||400종 5000만 개체 이동 동아시아-유럽 경로 ||흑산도·홍도·압해도 등 조류 국제공항 중요성 부각 ||국내외 전문가 집결 바다제비 보호 등 체계 조사 ||세계자연유산등재 기여…생태녹색 관광 인프라로
  • 입력 : 2022. 10.03(월) 14:56
  • 이용규 기자

신안은 국제적으로 이동성 물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이동성 물새의 국제적 서식지로 인정받는 압해도에서 휴식하고 있는 도요물떼새들. 신안군 제공

2022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이 지난달 29일 자은도에서 열렸다. 신안군과 한국조류학회가 주최하고 환경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서울대학교가 후원한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은 신안 갯벌과 철새의 지속가능한 보전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2007년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올해로 열두번째를 기록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철새와 인간과의 동행'에 많은 이슈를 제기하는 학술과 현장 활동의 담론과 실천 목표를 정립해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3년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국내외 전문가 5명이 대면과 온라인으로 주제를 발표하고 4부의 세션으로 구성 진행됐다. 국내외 조류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심포지엄이 던진 화두는 신안 갯벌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조류 서식지로서의 섬과 갯벌 중요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내외 보존 네트워크 강화라는 막중한 숙제를 던졌다.

신안군이 지난 2007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국제철새심포지엄은 동아시아-대양주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신안 자은도에서 열린 2022 신안 국제철새 심포지엄에서 박우량 군수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안군 제공

이번 심포지엄에서 호주 바닷새그룹 연구원인 김유나 박사는 흑산도에서 번식, 서식하고 있는 세계적 희귀종 바다제비 조사를 발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0년 심포지엄 이후 12년만에 참석한 김 박사에 따르면 먼바다인 흑산도와 홍도 무인도인 구굴도에 5만쌍, 칠발도에 1만쌍 등 세계에서 바다제비가 이 곳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다. 김 박사는 바다제비 다리에 위치 정보 센서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구굴도와 칠발도에서 번식, 월동하는 바다제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과연 이 바다 제비들이 번식지로 회귀 여부 등을 조사하는 목적이다. 이 연구 조사는 국제기구에서 지원하고 신안군이 행정적 협조를 하고 있다. 이 연구에는 경희대, 서울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경희대는 바다 제비의 먹이조사, 서울대는 바다제비 둥지에 카메라를 설치해 번식, 생태계 조사와 혈액을 샘플 채취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구굴도와 칠발도에 바다제비가 많이 번식하고 있으나, 이들의 생존 환경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침입 식물로 분류되는 쇠무릎이 왕성하게 번식해 바다제비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새는 먹이 포획을 위해 갯벌이나 육지에 닿았을 때 날개가 길어 한번에 바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약초로도 사용되는 쇠무릎이나 쑥이 날개를 감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일대에서 수백마리 바다제비가 떼죽음으로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신안군에서는 침입 식물 쇠무릎 제거에 많은 노력을 펼치나, 예산부족으로 어려움도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전세계에서 바다제비 서식지인 신안 흑산면에 딸린 무인도인 구굴도. 신안군 제공

김유나 박사는 "구굴도와 칠발도는 바다제비 번식과 서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쇠무릎이 번성해 바다제비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최대한 외부 식물의 침입을 차단하고 구굴도와 칠발도의 자생 식물인 밀사초 복원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칠발도에 조류 조사연구를 위한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도 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사무국 비비안 푸 담당관은 "이동성 물새들이 오랫동안 잘살아갈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중요한 서식지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면서 "전세계적으로 9개의 주요 철새 이동경로가 있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는 19개국에 150개소의 철새 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가 있다"고 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철새 이동경로중 하나이다. 러시아 극동지방과 미국 알래스카로부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지난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르는 22개국을 지나는 경로다. 저어새, 재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넓적부리도요, 검은머리 갈매기, 호사비오리 등 400개 이상 개체군에 5000만 개체 이상의 이동성 물새들의 보금자리인 셈이다. 대한민국 철새 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칠발도, 압해도 갯벌, 순천만 등을 포함해 총 17개소이다. 이동성 물새들의 국제공항인 셈이다.

세계 9곳의 주요 철새 이동 경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제공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은 이동성 물새 보존이 중요한 신안에 많은 국내외 네트워크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10여년간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이동성 물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존을 위한 국내외 전문가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확고하게 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신안군이 10여년간 국제 철새심포지엄을 개최해온 지속성은 결과적으로 이동성 물새 보호를 위한 진정성으로 통했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신뢰를 받았다. 국내에서 철새와 관련 지속적으로 열고 있는 국제심포지엄은 신안군이 유일하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신안군의 철새 보존과 노력은 세계자연유산 등재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신안 갯벌을 비롯한 한국의 갯벌이 지난해 7월 난관을 뚫고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로에 있어 신안을 비롯한 서해안 갯벌의 중요성에 집중해서다. 세계자연유산위원회의 등재 분류에는 10개의 카테고리가 있는데 신안 갯벌 등 한국의갯벌은 10번인 철새 이동 경로에 맞춰 등재 필요성을 부각시켰던 것이다. 실제 한국의 갯벌에 포함된 지역의 갯벌 면적의 경우는 중국 황해,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 3개국의 와덴해 갯벌 등과 비교해선 너무 적었다. 그나마 신안 갯벌이 전체 등재 신청 면적의 85%를 차지할 정도다. 또한 한국의 갯벌은 신안 갯벌을 빼고는 완전성에 부합치 못했다. 갯벌 세계자연유산의 등재 요건인 완전성과 관련해 일부 지역만 유산지역으로 신청, 2차례 반려가 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이유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자연유산등재에는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이 실질적 이론적 바탕과 이동 철새에 대한 보호 노력의 진정성을 보여줬던 것이다. 신안군의 갯벌과 이동성 물새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보호 노력이 지속적으로 국제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밑바탕이었다. 지난 2007년부터 갯벌의 세계화에 나선 신안군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중 흑산도와 홍도에 주목했다.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바다제비와 알. 신안군 제공

흑산도와 홍도는 한반도를 통과하는 주요한 이동 길목으로 봄, 가을철에 210종 이상의 매우 다양한 철새들이 관찰되고 있어서다. 이동하는 철새들이 중간기착지로 여기는 것은 갯벌의 청정성과 풍부함이 세계 어느 갯벌보다 영양분을 보충하는 최적지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안군의 의욕적인 국제 철새심포지엄은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동성 물새가 매년 번식과 월동을 위해 이주하는 전세계적으로 9곳의 지리적 경로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했다. 당시로서는 한국에서 생태 가치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정책에 입안되는 시기여서 갯벌과 섬, 이동 철새의 지속가능한 보존이라는 화두는 반향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심포지엄은 이후 2014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의 활발한 토론과 소통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19년에 다시 끈을 이었고, 코로나19 팬더믹이 최절정인 2020년에는 불가피하게 열리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화상회의로 의견을 교환했고,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원만치는 못했음에도 3년만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세계유산인 한국의갯벌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동 철새 보존 대책에 있어 국내외 네트워크의 절실함을 강조됐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인 흑산도와 홍도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신안은 이동 물새 보존을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또 다른 역할과 사명을 부여받았다. 그동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을 통해 쌓아온 국제네트워크를 활용해 멸종 위기종들을 잘 보존해 신안의 생태학적 가치를 더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