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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Don't Forget To Look Up
영화 '돈룩업' 소행성 충돌 위협 담겨 ||공룡 멸망 원인 소행성… SF 단골||10㎞ 크기여도 전인류 파괴력 있어||"현대과학, 행성 궤도 수정할 수 있다"||나사 '다트' 미션으로 과학기술 입증||다만, 지구 자전주기 빨라 내부 악재||지구 내외부 위협 대응할 지혜모아야
  • 입력 : 2022. 10.06(목) 18:05
  • 최황지 기자

영화 '돈룩업' 포스터. 뉴시스

"Don't Look Up"(위를 보지마)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은 '소행성 충돌'이라는 지구의 위협 앞에 놓인 인류의 모습을 냉소와 풍자로 묘사한 작품이다.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대재앙 속에서도 위험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다가 뻔한 결말을 맞이하는 인류의 모습이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10㎞의 소행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같은 끔찍한 돌발 상황을 앞두고 인류는 핵을 장착한 우주선을 지구 바깥으로 쏘아올려 소행성을 폭발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만약 이 우주선이 목표물을 정확히 맞춰 소행성이 궤도 수정으로 지구를 비껴간다면 영화 제목은 다소 희망적인 'Look Up'이었겠지만 불행히 영화 제목은 다소 비관적이고 우울한 'Don't Look Up'이다.

소행성 충돌 시나리오는 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였다. 1998년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미국 텍사스주 크기의 행성이 지구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시추 전문가들이 소행성에 착륙해 구멍을 뚫고 행성 내부에 핵을 심어 터트리는 방식으로 소행성을 파괴한다.

실제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 살던 공룡을 멸종시킨 것이 바로 소행성이었기 때문에 다수의 재난영화에서도 인류의 멸망을 위해 소행성을 자주 등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보다 훨씬 작은 10㎞의 소행성이 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만큼 파괴력이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대학교에 필립 루빈 교수와 알렉산더 코언 교수가 올린 논문 '돈폴겟투룩업'.

다트 우주선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 후 허블우주망원경이 22분, 5시간, 8.2시간 뒤 관측한 이미지. 나사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의 물리학 교수인 필립 루빈 교수와 알렉산더 코언 교수는 아무리 지구 사이즈에 비해 작은 소행성일지라도 대기권에 진입하면 지구 대기 온도는 300℃까지 올라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Don't Forget To Look Up'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돈룩업) 영화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핵미사일로 소행성을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궤도를 변경하거나 폭 1㎞ 미만 크기로 조각내면 대기에서 모두 타버려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겟돈 영화처럼 소행성을 부수는 것은 지구 전체 핵무기의 100만 배가 넘는 에너지가 필요해서 불가능하다고 결론냈다.

이들은 논문의 결론에서 "(10㎞ 소행성의 충돌을) 6개월 이내에 인류에 통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인간의 기술 발전을 보면 강력한 행성 방어 시스템이 있어서 6개월 이내 통지한다고 하더라도 희망적이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은 불행한 결말을 맞는 돈룩업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소행성의 궤도를 수정하는 작업이 현대 과학 기술로 가능하다고 적었다. 이 논문이 게재된 것은 지난 1월인데 실제로 논문의 과학적 성과를 입증할 만한 실질적인 실험이 지난 9월에 이뤄졌다.

나사의 미션 '다트(DART)'가 바로 그 실험이다. 지난 9월27일 나사의 '다트 우주선'은 지구로부터 약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목표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정확히 충돌했다. 이 실험은 나사가 향후 있을 인류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이뤄졌다.

나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계란(다트)으로 바위(디모르포스)를 깨는 모습이다. 인류가 발사한 다트 우주선은 570㎏으로 아주 작지만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에 50억㎏이라고 한다. 목표물의 약 870만분의 1정도되는 이 작은 우주선이 향후 인류의 위협을 막을 '방어 시스템'이다.

다트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부딪히자 거대한 섬광이 포착됐다. 이 충돌로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는 10분 정도 늦춰질 것이고 결국은 궤도가 수정될 것이라고 나사는 기대했다.

나사 다트 프로그램 과학자인 톰 스타틀러는 "진짜 문제는 우리가 소행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이 기술이 필요할 때 미래에 사용될 수 있는지다"라고 향후 기술 활용 방안을 말했다.

이 엄청난 실험을 놓고 인류가 공룡과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그러나 심각히 우려해야 할 지점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최근 CNN은 지난 6월29일을 원자시계 관측 이래 가장 짧은 하루라고 기록했다.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것을 자전이라고 하는데 그날 지구는 통상 자전 시간인 24시간 8만6000초보다 1.59밀리초 빨리 회전했다는 것이다.

지구 자전 시간은 공룡이 살던 시대에는 23시간30분이었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진 것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있어서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가 더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남북극 빙하가 녹으며 지구 위아래 압력이 줄어들자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즉, 기후변화가 지구가 빨리 회전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지구 바깥에서는 인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소행성의 자전 주기를 바꾸는 엄청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행성인 지구의 자전 주기는 서서히 빨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Don't Forget To Look Up And Down. 지구 내외부에서 경고 사이렌이 울린다. 인류를 위협하는 대재앙이 지구 안팎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린 지혜를 모아 대비해야 한다.

글=나스닥의 바다에 헤엄치는 물개소녀

편집디자인=어구

서여운 편집에디터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