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투혼 태극전사들 고마워요,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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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불굴의 투혼 태극전사들 고마워요, 멋있어요"
●월드컵 16강 브라질전 광주 응원 풍경||조규성 모교 광주대 700명 응원||영화관·식당 등서도 뜨거운 열기||“힘든 시기 웃게해줘 감사합니다”
  • 입력 : 2022. 12.06(화) 17:41
  • 강주비 수습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진행된 6일 오전 4시께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호심관에서는 700여명의 학생이 모여 단체 응원전을 펼쳤다. 강주비 수습기자

"괜찮아! 고마워! 수고했어!"

'2022 카타르 월드컵 토너먼트 16강'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체력·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한국 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모든 태극전사들이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FIFA 랭킹 1위 브라질의 벽은 역시 높았다. 경기를 지켜본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월드컵 기간 기적과 투혼을 펼쳐준 축구 대표팀에 깊은 위로와 감사를 보냈다.

● "광주대 출신 선배 스타 등극 기뻐"

브라질과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4시께 광주대학교 호심관. 한국 최초 월드컵 멀티 골을 기록한 조규성(전북 현대) 선수의 모교인 이곳에는 약 700명의 학생이 모여 단체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학생들의 손에는 직접 만든 '조규성 사랑해', '내 응원 당 GOAL 하나' 등의 문구가 새겨진 응원 팻말이 들려 있었다. 대형 스크린 밑에는 '광주대 출신 조규성 월드컵 스타 등극'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도 했다.

경기는 상대 팀이 전반에만 4골을 몰아치는 등 한국의 열세 속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실점을 할 때마다 머리를 감싸 쥐며 탄식을 내쉬었지만, 금세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이들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큰 점수 차에도 상대 팀을 끝까지 쫓으며 압박하던 선수들은 후반 30분 그림 같은 추격 골을 터뜨렸다. 모든 학생들은 득점의 순간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을 내질렀다.

결과는 1-4 한국의 패배. 다소 아쉽지만, 학생들은 '후회 없는 응원을 했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강윤미(21)씨는 "예전에 브라질 상대로 경기했을 때 1-5로 패배했었는데, 이번에는 1-4였다"며 "오늘 경기는 '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앞으로 더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월드컵이 4년 뒤를 위한 도약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축구부원들은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위해 다음 날 훈련 일정까지 취소했다. 김준범(18) 선수는 "세계 1위 팀이랑 경기를 했는데, 1골을 멋지게 넣어서 너무 기쁘다"며 "조규성 선배의 뒤를 따라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진행된 6일 오전 4시께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호심관에서는 700여 명의 학생이 모여 단체 응원전을 펼쳤다. 강주비 수습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진행된 6일 오전 4시께 광주 동구 구시청사거리 일대 음식점에는 축구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성현 기자

● 거리 응원 없어도 '붉은 악마' 못 막아

같은 시각 광주 동구 구시청 일대 식당가도 16강전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온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붉은 악마 티셔츠를 흔들거나 빨간 응원봉을 부딪치는 등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을 간절히 염원했다.

이번 월드컵은 코로나19·이태원 참사 애도 등으로 광주·전남 전 지역에 대규모 공식 거리 응원전이 없었다. 그러나 축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지역민들의 열기는 무척 뜨거웠고, 많은 이들은 영화관·식당가 등에서 태극전사들이 이뤄낸 도하의 기적을 함께 즐겼다.

경기 관람을 위해 전날 오후 11시부터 자리했다는 이정민(26)씨는 "12년 전 원정 16강 때는 너무 어렸었다. 새로운 월드컵 역사를 성인이 되고 맞이하게 돼 지인들과 기념하고자 이렇게 찾아왔다"며 "경기 시작 전 '브라질을 상대로 1골만 넣었으면…'했었다. 초·중반 힘든 경기가 이어졌지만, 후반 멋있는 득점포가 터져 너무 짜릿했다. 결과는 아쉬워도 늦은 시간까지 월드컵 응원을 한 것이 절대 후회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단독 생중계하는 광주 동구 금남로 CGV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수 백여 명의 관객들이 찾아왔다. 이들 대부분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태극전사들을 한마음 한 뜻으로 응원했다.

한 사람이 '대~한민국!'이라 외치면 모두가 따라서 구호를 외쳤다. 후반 한국의 첫 골이 터질 때는 옆 사람과 얼싸안고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축구라는 매개체로 모두가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친구와 함께 극장 응원전에 참여한 전지현(20)씨는 "16강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았을 때, 오늘 브라질전의 패배는 전혀 아쉽지 않다"며 "우리는 충분히 기적을 만들어 냈고, 덕분에 많이 기뻐하고 많이 웃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오늘의 패배로 주눅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지 않았나"라며 "이번에 활약한 조규성·이강인·백승호 선수를 중심으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한다면, 그때는 충분히 8강에 진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더욱 열렬히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광주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백승호 선수가 골을 넣자 기뻐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진행된 6일 오전 4시께 광주 동구 구시청사거리 일대 음식점에는 축구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성현 기자

강주비 수습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