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기사가 고소득자?… 주 6일 일해 月 2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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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화물차 기사가 고소득자?… 주 6일 일해 月 230만원
6년 차 화물노동자 김재준씨 ||원희룡 “600만원, 소득 높다” 반발 ||기름값 650만원 할부금 330만원 ||“하루 15시간 운행에 잠도 못자”
  • 입력 : 2022. 12.06(화) 17:59
  • 도선인 기자
6년 차 화물노동자 김재준씨. 최홍은 에디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차노동자들을 두고 '고소득자'라 칭한 것에 대해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6년 차 화물노동자 김재준(40)씨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한달 실소득은 300만원 안팎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13일째 접어든 6일. 김씨도 운전대에 손을 놓은 지, 보름이 다 돼간다. 그 기간동안 화물차 할부금·유지보수비 등 차량 대금이 줄줄 새고 있지만, 광주에서 농성 천막이 세워진 하남공단 인근 진곡화물공영차고지에서 김씨는 발길을 돌릴 수 없다.

그는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은 계속 쌓이고 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도 동나고 건설현장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데, 길어지는 파업이 마냥 달갑진 않다"면서도 "화물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적 규제 장치인 안전운임제 확대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루 평균 15시간을 차 안에서 보낸다. 운임 일감을 주문받으면 광주를 기점으로 전국을 오가는데, 배달을 주문한 제조업체에서 화물을 차에 상차하고 도착지까지 이동해 다시 화물을 하차한다. 이 과정 전부가 화물노동자들의 업무다. 도착하자마자 상하차를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상하차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무임금 대기시간이 늘어진다.

차 안에서 보내는 대기시간, 상하차 진행 시간을 빼면 하루 평균 운전하는 시간은 10시간에 이른다. 그렇게 컴컴한 오전 2시 집을 나서 오후 5시가 되면 그의 운임 업무가 끝이 난다. '저녁이 있는 삶'은 사치다. 오후 8시에 잠이 드는 그는 다음 날 새벽 2시 다시 좁은 운전석에 몸을 구겨 넣는다.

기름값, 통행료, 차량 할부금 등 고정요금을 제외하고 최소 생활비 수익을 확보하려면 주 6일 노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화물 상하차 장소가 먼 곳으로 잡히기라도 하면, 집에 돌아오는 시간도 아까워 차 안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하루 노동을 시작한다. 업계에서는 '관짝'이라고 부르는 성인 1명이 누우면 옴짝달싹 못 하는 운전석 뒤쪽 공간에 잠을 청한 적도 부지기수다.

김씨는 "화물노동자에게는 차 안이 집이고 사무실이다"며 "운임 일감을 주는 제조업체는 대부분 공단 주변에 있다. 지리적으로 도시나 주거지와는 떨어져 있다 보니 모텔에 머물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수면시간이 부족해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하루에 절반은 도로에 있어 화장실을 참는 경우가 많고 매연 탓에 기관지 질환에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주 6일, 하루 15시간 중노동 끝에 김씨가 버는 돈은 한달 평균 1500만원이다. 많아 보이지만, 실제 소득은 300만원 안팎이다.

기름값, 통행료, 요소수, 지입료, 차량 할부금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면 수중에 남는 돈은 230만원 가량이 되는 달도 있다. 최소 수익을 더 내기 위해 과로, 과적, 과속으로 이어지는 시장구조가 되는 것이다. 운임을 주문한 업체인 화주가 주는대로 노동의 대가인 운임료가 정해지기 때문에 더 값싼 노동력이 경쟁력을 갖고 화물노동자의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에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으로 한정 운영된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이동 거리와 화물 무게를 고려해 화물노동자가 운임 1건당 지급받는 최소한의 가격 기준을 법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라고 볼 수 있다.

김씨는 "안전운임제 시행이 12월31일자로 종료되면, 개인사업자 신분인 화물노동자를 둘러싼 최소한 법적 장치는 전혀 없어진다"며 "최저임금 개념처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을 정도의 적정 운임료 기준과 처벌규정을 정부에 마련해 달라는 거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도입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시범 운영된 안전운임제를 △위험물 △곡물·사료 △자동차 운송(카 캐리어) △철강 △택배 지·간선 등 다른 5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는 적정 운임료 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지는 안전운임제가 정착되면 과로, 과적, 과속으로 인한 도로 위 위험천만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김씨는 "정부는 화물노동자의 파업 교섭대상은 국가가 아니라면서 도로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를 무책임하게 외면하고 있다.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면서도 강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공표했다"며 "정부 말대로 월 600만원씩 버는 고소득자 화물노동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차량 할부금을 감당하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돈을 벌고 있다. 정부가 화물노동자 월 임금이 600만원 수준이라면서 참고한 보고서에는 실제 차량 할부금이 계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