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앞 광장에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개막식이 진행된 가운데 이숙경 총감독을 비롯해 참여작가 50여명이 단상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이 오른 가운데 광주비엔날레 본관 전시뿐 아니라 지역 미술관의 협업으로 다양한 연계전시가 이어져 광주 전역이 예술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광주비엔날레 본관을 제외한 전시는 무료입장이 가능한 만큼 광주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본관 1전시실부터 5전시실까지 이어지는 본전시에 이어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외부전시가 진행된다. 또 광주비엔날레의 국가별 부록전시 프로젝트 파빌리온은 9개국이 참여,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한국(구철우·김기라), 대만(제임스T. 홍), 미국(켄디스 린), 사모아(유키 키하라), 캄보디아(소핍 핏)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 6건과 더불어 대표 소장품인 신안해저문화재 도자류 764점이 함께 선보여진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외부 전시가 진행되는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실 모습. 국립광주박물관 제공

무각사에서는 파리(베트남 출신 흐엉도딘) 브리즈번(파푸아뉴기니 출신탈로이 하비니), 서울(홍이현숙), 상하이(류젠화), 산후안 코말라파(앙헬리카 세레), 뉴델리(다야니타 싱)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들은 삶의 순환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공간 집에서는 방글라데시 혈연의 나임 모하이멘이 단독으로 전시에 참여하며 그의 영상작품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2020)’이 상영된다. 뉴욕 컬러비아대학교 조형예술과 부교수인 그는 작품을 통해 죽음을 앞둔 인도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과 상실에 대해 반추해본다. 한때 가정집 한옥이었던 ‘예술공간 집’에서 선보이는 가족 이야기가 특별함을 준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의 전시에는 서울(김영재·고(故) 정재철), 베를린(한국 출생 앤 덕희 조던), 도쿄(모리 유코), 과테말라의 도시 파나하첼(비비안 수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곳에서는 아마존의 풍경에 대한 회화적 표현부터 바다 위를 부유하는 버려진 물건들을 추적하는 작품까지,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모리 유코는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아 사운드 작품 ‘I/O’를 제작해 눈길을 끈다.

이번 파빌리온에는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9개국이 참여한다. 각각 이강하미술관, 은암미술관, 양림미술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동곡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포도나무, 이이남 스튜디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국가별 협력기관으로 선정됐다.

캐나다 파빌리온이 진행되는 쿠비안턱 푸드 작 무제/2022/107.2x261.5cm.

캐나다 파빌리온이 열리는 이강하 미술관은 ‘신화, 현실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인다. 이누이트는 캐나다, 그린란드, 시베리아의 북극 지방에서 사는 족이다. 전시에 이누이트 족 32명의 원로·신진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90점 이상의 드로잉과 조각들을 엿볼 수 있다.

중국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한진펭의 작 Words of Bamboo/2023/Bamboo and Steel/310x320x100cm.

은암미술관에서 ‘죽의심원 竹意心源: 뱀부로 보는 마음의 공간’을 제목으로 중국 파빌리온이 진행된다. 중국 문명에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대나무를 소재로 현대적인 전시 공간을 조성했다.

프랑스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지네브 세디라의 작/Dreams Have No Titles/2022/Duration: 24 mins/Shot in 16 mm and digital film.

프랑스 파빌리온은 양림미술관에서 진행되며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지네브 세디라(Zineb Sedira)의 작업실 재현과 그의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이스라엘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알로나 로데의 작 Runway Freefall/2022/still from video.

이스라엘 파빌리온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에서 ‘불규칙한 사물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이곳에서 기계가 작동하는 가상의 초현실적인 도시 풍경이나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을 보여주는 오브제나 설치, 영상 등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카밀라 알베르티의 작업 모습.

이탈리아 파빌리온은 동곡미술관에서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참여 작가들은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조명한다.

네덜란드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라다 드수자와 요나스 스탈.

광주시립미술관은 네덜란드 파빌리온으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오후 2~5시에 나흘에 거쳐 재판 퍼포먼스 형태의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 전쟁’을 선보였다. 이번 재판은 군수산업 유지로 생태계 파괴에 영향을 미친 한국 기업을 재판에 세우고 다양한 사회 운동 단체와 활동가들이 증인으로 참석, 활동 경험과 연구내용을 증언하는 식이었다. 법원을 모티브로 꾸며놓은 전시장은 오는 7월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폴란드 파빌리온 갤러리 포도나무 ‘포스트-아티스틱 어셈블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다. ‘포스트 아트’라는 용어를 도입한 예술 평론가 예지 루드빈스키(Jerzy Ludwinski)와 연관된 공공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5월5일부터 5월7일까지는 10년후그라운드와 양림쌀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스위스 파빌리온에 참여하는 알렉산드라 도텔의 작 May You Continue to Blossom.

스위스 파빌리온은 이이남 스튜디오에서 ‘Spaceless’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스위스와 한국 출신의 젊은 사진작가 8명이 사진과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플로리안 아모저(Florian Amoser), 알렉산드라 도텔(Alexandra Dautel)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파빌리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우크라이나: 자유의 영토’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7월9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우크라이나 현대 영화가 상영된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에게 다양한 세계 미술을 관람할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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