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답답한 공격으로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고구마 야구'가 이어지고 있어 고심이 깊다. 팬들은 지난해와 같은 호쾌한 장타력을 앞세워 경기를 뒤짚으며 열광케 했던 '사이다 야구'를 기대하고 있지만 투타 부진으로 성원에 보답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KIA타이거즈는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과의 홈 2차전에서 1대6으로 무릎을 꿇었다. 선발 임기영이 등판해 3승 도전에 나섰지만 4회 박병호(9호), 5회 주효상(1호) 홈런을 내주며 승수를 쌓는데 실패했다. 6회 1아웃까지 97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2피홈런 3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눈물을 삼켰다.
전날 열린 홈1차전 역시 팻딘이 등판해 승수쌓기에 도전했지만 이날 역시 8대12로 완패했다. 로저스의 구위에 눌리며 5회에 이미 4대10으로 밀리며 주도권을 내줬다. 8회 1점, 9회2점을 추격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타 정성훈이 9회 2점홈런(4호)을 터트리며 4점차까지 따라가는 데 그쳤다. 찬스마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고 모처럼 터진 정성훈의 홈런포에 경기장을 찾은 9199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박수로 환영해 줬다. 1점도 못 뽑을 줄 알았는데 2점씪이나 뽑아 기특하다는 듯한 환호였다. 그렇게 넥센에 두경기를 다 내주면서 2연패, 리그 순위 6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최근 KIA의 답답했던 무득점 장면을 되짚어 보자.
30일 넥센전 2회말 1사 후 김주찬의 안타, 이범호의 볼넷으로 1사 1, 2루를 만들었지만 나지완, 김민식은 각각 내야뜬공으로 물러났다. 3회말 3루에 있던 이명기가 패스트볼로 포수 뒤로 공이 빠지자 득점을 올렸다. 이 날 올린 유일한 득점이었다. 이어 버나디나가 볼넷으로 나간 뒤 2사 뒤 도루로 3루에 안착했지만 최형우가 친 공이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되며 물러났다.
이번에는 7회말. 2번 버나디나가 투수와 1루앞을 지나가는 행운의 타구로 1루에 세이프 됐다. 이어 안치홍이 안타로 무사 1, 2루 찬스를 얻었다. 적어도 1점 이상은 뽑아낼 수 있는 저력을 믿었다. 하지만 최형우, 김주찬, 이범호가 외야로 넘어가는 공 하나 때려내지 못하며 이닝을 마쳤다.
8회말도 답답한 경기는 이어졌다. 선두 7번 나지완이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좌익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2루까지 내달려 무사히 안착했다. 7회 무득점의 아쉬움을 만회해보려는 지 김기태 감독은 8번 김민식 대신 정성훈을 내세웠다. 전날 9회 2점 홈런을 때려낸 타격감을 믿은 듯했다. 하지만 때린 타구 역시 외야를 넘지 못하고 2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9번 김선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은 안타없이 땅볼, 뜬공, 땅볼에 머물러 있어 안타 한방 정도는 나올때가 됐다 싶었다. 잠시의 기대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1루땅볼. 2사 3루에서 이명기가 나와 마지막 한방이라도 쳐주길 바랬다. 안타, 3루타, 삼진, 뜬공으로 두개의 안타를 쳐 낸 그였기에 1득점이라도 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1스트라이크에서 두번째 친 타구가 유격수 앞으로 굴러갔다. 찬스때만 되면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KIA의 공격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전날 29일 경기에서는 3명 타자의 타구가 외야 수비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지독하게도 운이 없는 경기를 보여줬다.
반면 실점은 허무하게도 쉽게 내줬다. 30일 1대5로 뒤지고 있던 8회초 임병욱이 불펜으로 나온 문경찬을 상대로 센터를 넘어가는 홈런포로 1대5에서 1대6으로 점수가 벌어지자 9591명의 관중들은 경기를 포기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상대팀을 추격하는 공격력을 기대했지만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상대 선발은 한현희가 올라왔지만 그의 공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한현희는 지난해 KIA전 4경기에 등판해 14이닝을 던져 2패(평균자책점 6.43)에 그쳤고 지난해 시즌전적도 5승6패(평균자책점 4. 47)에 그친 평범한 선수다. 이날도 107개(최고구속 직구 148)의 공으로 KIA 타자들을 요리했다.
올시즌 144경기 중 이제 90경기만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치다. 팬들이 원하는 건 묻지마 승리가 아니다. 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두산 오재원처럼 잘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걸려 아웃된 뒤 헬멧을 집어던지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여달라는 건 아니다. 3루에 주자가 있는데 3루 정면타구를 날린 뒤 전력질주 하는 타자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잘터지는 타선도 '믿을 게 못된다'지만 생각하는 야구,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