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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이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답답해했고 눈앞에서 무너지는 공동체의 가치에 속수무책으로 마음졸여야 했습니다 품격을 잃고 진실은 짓밟히며 외세에 기웃거리는 매국정치가 극보수의 이름 아래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말 그대로 나라가 망해가고 있었지요 힘든 싸움이었지만 우리는 새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것은 승리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단죄하고 청산하고 포용하면서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라 걱정에 잠 못 ...
감사의 꽃, 연대의 꽃, 희망의 꽃을.2025.06.19 17:41날이면 날마다 새날이지만 이제 조금 남은 그날이 정말 기다려진다. 선택인 듯하지만 우리에겐 절실한 심판이기에 늘 봐왔던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라 건국한다는 진정한 마음을 담아 다시금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워가는 그날이기를 기대한다. 좋은 날은 항상 꿈꾸듯 밀려온다 했다. 그래도 여기는 어쩔 수 없는 인간 세상이다. 우리가 만들고, 우리를 위한 세상일지라도 그게 절로 품에 안겨 오던가. 그저 꿈꾸는 세상에 가까이 다가서고 내일은 조금 더 나다운 방향이기를 기...
2025.05.29 14:49또 다시 5월에 흠뻑 젖어간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광주 시민들의 가슴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앞서간 영혼들을 기리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핑계 삼아서라도 아직도 채 이루지 못한 꿈을 안타까워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수년 전에 한 작가의 ‘숨 쉬는 꽃’이라는 조형물이 민주광장 분수대에 한동안 설치되어 있었다. 광주 시민들의 응어리가 그날의 현장에서 꽃으로 승화한 듯한 당시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주화의 열망을 상징하는 것이겠지만 이제 이 잔인한 5월도 단지 붉디붉은 꽃으로만 피었다가 시들어가고 마는 것에 그쳐...
기필코 살만한 세상 만들자!2025.05.15 14:54석가탄신일이 다가옴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얼마 전에 다녀온 불교 문화유산을 하나 소개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향하다 보면 중국 간쑤성(甘肅省)의 하서회랑을 지나다가 장예(張掖)라는 오아시스 도시를 만나게 된다. 그 도시의 남쪽 치롄산맥 기슭에 ‘마티스(馬蹄寺)’라는 불교 석굴들이 암벽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마티스 천불동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조용히 멈춘 듯하고 거친 바위 절벽을 벌집처럼 파고든 채 수백 년, 아니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불상...
2025.05.01 15:54그동안 광주 시내에 버티고 있던 방직공장이 사라져간다. 일제강점기 시대 시작한 알짜배기 공장이어서 그동안 수많은 시골 아낙들을 도시로 불러들인 일터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것. 섬유산업의 쇠퇴에 따라 그동안 숨만 쉬어 오다가 2020년 정식으로 가동을 중단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철거 마무리 중이다. 이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비롯한 복합 개발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니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하다. 방직공장의 굴뚝이 있는 건물만...
2025.04.17 16:04제주 4.3의 흔적을 찾아가는 중에 토벌대장 박진경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고, 그의 악랄한 행위로 군영 내에서 부하에게 죽임을 당하는 흔치 않은 사건이 있었다는 기록을 봤다. 제주시 충혼묘지에 그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과 그 비의 존재에 대해 논란이 되어오다 시민단체에서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설치해 그의 행적을 비판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는 친일 극우파로 일본군 공병대 출신이며, 미군정의 앞잡이로 11연대 제주토벌대장으로 부임해 ...
2025.04.03 16:18봄이 오는 길목이다. 12·3 내란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지난 겨울은 참 길었다. 그러나 봄은 정말 오고 있는가. 새싹이 돋아나고 꽃망울 터지는 것을 봐야 봄인가 하는데 우리의 삶과 도시가 삭막하다 보니 계절 감각이 무뎌진다. 꽃이 피는 고향의 봄이라 했는데 도시의 거대한 고층아파트 숲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그런 고향을 그리는 낭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최근에 변한 우리 동네의 놀라운 풍경이다. 잘 나가는 아파트라고 누군가는 으스댈지 모르지만, 볼 때마다...
2025.03.20 10:10고로쇠나무들이 물을 올리기 시작하고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지리산 의신면의 빗점골이 열린다. 빨치산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개울가의 커다란 바위가 불러서 찾아왔다. 이름하여 ‘이현상 바위’다. 은신처에서 멀지 않고 그의 주검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던 곳이기에 망각의 시간 속에 묻혀버린 역사의 진실과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찾는 이들이 종종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에 계곡에 울려 퍼지는 요란한 총소리.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
2025.03.06 18:01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잇는 곳이 시나이반도다. 겉으론 척박해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금도 민족문제, 종교 간의 갈등….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한밤중에 출발해 걸어서 산을 오른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잘 보이지도 않는 길만을 따라 무릎이 깨져가면서 오르고 또 올랐다. 그 옛날 모세가 십계명 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워낙 성스럽게 전해져서 믿음이 있든 없든 이 시나이산에 오르고 싶었고 또 올라야만 했다. ...
2025.02.20 17:34중국 샨시성(陝西省)의 중심이고, 중국 지형의 중심에 있는 시안(西安)은 역사의 고도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이라 부르면서 ‘실크로드’라는 무역로 활성으로 세계의 중심이라 했다. 그 시안의 중심에 ‘종루(钟楼)’가 있어 요즘 밤마다 난리가 나고 있다. 당나라 시대의 귀족들 의상을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이 밤이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든다.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종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특별한 날인가 했지만 ...
2025.02.06 17:15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리산 자락을 끼고 도는 섬진강을 보기 위해 왕실봉에 올랐다. 해발 1200m의 제법 높은 곳이다. 겹겹이 보이는 산세가 험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또 학창 시절 시인이시던 선생님께서 ‘며느리 허리띠 같은 강’이라 표현하셨던 곳이 바로 이 섬진강이다. 날씨 관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대하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퍼져 나오는 햇살이 가느다란 물줄기를 빛나게 하는 광경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 있는 채로 멍을 때려...
2025.01.23 17:52이 나라는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물 하나를 뽑자고 했더니 이무기를 뽑아놓으니 나라도 아닌 나라가 되었다. 술 취한 정신으로 이 나라를 주무르려다가 안 되니 내란을 일으킨 것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았는데도 적법한 통치행위라 우겨대면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거기다가 내란 동조와 방조 집단의 행태가 가관이다 보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참으로 창피하다. 나라가 망가지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이 창피한 것이다...
2025.01.09 17:03내가 또다시 광야에 던져졌다. 아니 어쩌면 진즉부터 나는 황량한 이곳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을 에는 추위가 늪처럼 깔린 이 광야에 내가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수많은 시간이 스쳐 지나갔음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누구를 목놓아 불러야 할까. 호랑이가 성년이 되면 숲속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듯, 나 또한 처음부터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바람 잘 날 없이 세상이 요동친다. 참으로 못되고...
2024.12.26 17:02제주 성산일출봉을 향해 가다 보면 못미처 길옆 바닷가에 ‘터진목’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름부터가 지극히 제주스럽기도 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멋모르는 자에게는 목이 터지라고 무언가를 간절히 불러야 하는 곳인가, 아니면 확 트인 풍경이 멋지게 펼쳐지는 곳인가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말한다. 이곳에서 엄청난 일이 터지고 말았기에 ‘터진목’이라고. 제주 4.3 학살의 비극 현장이 어찌 이곳만이겠는가마는, 미군정과 반민족 세력...
2024.12.12 15:09동학농민혁명의 주요 격전지 중의 하나인 장흥 석대들 전투. 이곳은 순절한 동학농민군을 안장한 곳이다. 1894년 가을, 3만여 명의 농민들이 관아를 점령하는 등 초기에는 사기가 올랐으나 근대 무기로 무장한 관군과 일본군 앞에 낫과 죽창을 들고 뛰어든 농민군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막 추수가 끝난 들녘을 피로 물들여가며 쓰러져 간 이들이 수천이다. 1989년 공설운동장을 만들면서 무더기로 발견된 1,699기의 유골을 뜻있는 자들이 힘을 모아 이곳 제암산에 이장했는데 대부분...
2024.11.28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