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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이불 빨래방 맹그러 줘서 참말로 고맙소잉. 다들 복 많이 받을 것이오. 나도 여러분님들 덕택에 얼마 안 남았지만 편히 살다가 가겠소. 징하게 감사허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편지글의 일부분이다. 편지는 곡성군의 ‘마을 빨래방’ 사업에 지정 기부를 한 기부자가 공개했다. 편지를 읽은 누리꾼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기부자가 좋은 일 했다는 칭찬에서부터 ‘어르신,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편지만 읽었는데 눈시울을 적신다. 진한 사투리에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는...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3.20 10:16버스커버스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수밤바다’를 흥얼거리며 여수로 간다. 그렇다고 목적지가 ‘여수밤바다’는 아니다. 화려한 밤바다의 조명 속에 들어앉은 여수 당머리다. 당머리는 전라남도 여수시 대교동(大橋洞)에 속한다. 대교동은 오래전 남산동과 봉산동이 합해졌다. 남산동은 예암산의 다른 이름인 ‘남산’ 아래에 자리한다고 이름 붙었다. 남산은 전라좌수영성 남쪽 산을 가리킨다. 봉산동은 구봉산에서 구(九)를 버리고 ‘봉산’만 취했다. 당머리는 돌산대교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 4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대부...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3.06 18:00겨울이 탄핵될 분위기다. 새봄을 인용하려는 듯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고로쇠 수액이 떠오른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많이 머금은 수액이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수액 한 사발을 그리며 백운산 자락 추산마을로 간다. 광양 백운산은 고로쇠 수액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입구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수액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20 17:33‘대나무 고을’ 담양 별미 가운데 하나가 국수다. 비빔국수도, 멸치국수도 맛있다. 국수와 벌을 이루는 삶은 달걀도 입맛을 돋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국숫집은 담양천변 시장 부근에 모여 있다. 국수 한 그릇과 삶은 달걀이 주는 포만감을 안고 천변 둔치에 섰다. 관방제림으로 이어지는 천변 풍경이 넉넉하다. 천변을 따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어르신들 파크골프장도 저만치 보인다. 천변은 영산강 상류 관방천이다. 담양읍내를 가로질러 ‘담양천’으로도 불린다. 둔치가 관방제(官防...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06 17:15설날을 앞둔 이맘때면 유난히 옛 생각이 난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골목과 돌담 풍경은 그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때 그 시절 골목과 돌담은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한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마을사람들도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골목에는 그때 그 시절의 정취와 애환, 정겨움이 배어있다. ‘남도답사일번지’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한골목이다. 길게 이어진 돌담이지만, 여느 마을과 다르다. 층층이 엇갈려 지그재그로 쌓은 것이 별나다. 담장도 높다. 우리 전통이라기보다, 네덜란드식 담쌓기라고 전해진다. 돌담에는 수백 년 이어온 이야기가 새겨져...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23 17:52앙상한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하나둘 달려 있다.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다. 열매는 땅에도 떨어져 있다. 여름 햇볕과 가을바람을 머금은 향이 짙다. 매혹적이다. 나무도 굵고 크다. 나무 자체로 풍경이 되는 모과나무다. 열매 하나 주워 자동차 안에 둘까? 잠깐 생각한다. 큰 분재처럼 다듬어진 팽나무도 멋스럽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산골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낸 나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당산나무여서 더 정겹다. 이야깃거리 많고 전설까지 간직한 팽나무다. 여름날 풍성한 초록 열매는 새들이 좋아한다.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09 17:07구심점(求心點). 가운데로 쏠려 모이는 점(點)을 가리킨다.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구심점은 규모가 크든 작든 다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정당은 물론 읍면동, 마을에도 있다. 최근 윤석열 탄핵과 구속,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도 ‘촛불행동’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구심점이 되는 노래도 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촛불집회에선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2024.12.26 17:02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1년 동안 한 사람당 평균 512잔을 마셨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통계다. 커피 관련(카페, 원두 구매 등) 지출도 성인 1인당 월평균 10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조사한 결과다. 커피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커피 전문점만 2만8000여곳에 이른다. 크기도 갈수록 대형화 추세다. 지난해 커피 관련 매출이 11조원을 넘었다는 보도도 있다. 가히 커피 전성시대다. ‘대나무 고을’ 담양에도 커피 전문점이 많다. 현재 300...
2024.12.12 18:08침계정(枕溪亭). 계곡을 베개 삼다, 멋스럽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간결하고 소박하다. 뒷면 칸막이가 별나다. 정자는 사방으로 트인 게 일반적인데, 뒷면을 약간 높여 막았다. 정자 뒤쪽이 하천이다. 오호! 사생활 보호다. 정자에서 하천이 보이지 않게 한 것이다. 하천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도 정자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를 배려한 칸막이다. 여름날 정자에서 쉬는 어른과 물놀이하는 어린이를 생각해 본다.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배려심 묻어나는 침계정은 1936년 처음 지었다. 주변에...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1.28 16:20율촌산업단지가 발아래 있다. 여수국가산단과 광양항, 광양컨테이너부두도 저만치 보인다. 산단과 부두로 개발되기 전엔 모두 바다였다.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짱뚱어 뛰놀고 바지락도 지천이었다. 아직도 갯골이 남아 있다. 갯내음도 짙다. 갯골에서 두눈 부릅뜨고 먹잇감을 찾는 왜가리도 가끔 만난다. 신성포다. 이 바다에 이순신과 진린이 이끈 조·;명 연합군이 주둔했다. 1598년 이맘때다. 조명연합군은 일본군을 순천왜성에 가두고 대치했다. 왜교성전투다. 사면초가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명나라...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1.14 18:07‘나는 피가 머리로 역류하는 분노를 느꼈다. 가뜩이나 그놈들과 한 차에 통학하면서도 민족 감정으로 서로 멸시하고 혐오하여 지내온 터인데, 그들이 우리 여학생을 희롱하였으니 나로서는 당연한 감정적인 충격이었다. 더구나 박기옥은 나의 사촌 누님이었으니, 나의 분노는 더하였다. 나는 박기옥의 댕기를 잡고 장난을 친 후쿠다를 개찰구 밖 역전 광장에서 불러 세우고, 우선 점잖게 따졌다.’ 박준채(1914~2001) 선생의 회고집 ‘독립시위로 번진 한·일 학생 충돌’의 일부분이다. 박준채는 당시 광주고등보통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1929...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0.31 16:29한때 1000명 넘게 살았다. 자연마을이 10여 개나 됐다. 인근 섬지역 물산도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어업협동조합 지점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인구는 반토막 났다. 빈집이 지천이다. 물산도 모이지 않는다. 분기점이 진도대교 개통이었다.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를 잇는 다리가 놓이면서 섬까지 자동차가 드나들었다. 물산은 차에 실려 보내졌다. 낚시꾼도 차를 타고 섬으로 곧장 들어갔다. 울돌목은 바닷물의 거친 숨소리보다 자동차 소리로 더 요란해졌다. 젊은이들은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대처로 블랙홀처럼 빨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0.17 17:51한낮 마을이 고요하다. 길에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마을 앞 들판에선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마을길을 따라 해찰하는데, 관광버스가 보인다. 고택 앞이다. 고택 안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 들려온다. 사람이 많이 모인 것 같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왁시글덕시글하다. “마침 잘 왔소. 기러기 아범이 없었는데, 잠깐 도와주쇼.” “예?” “잠깐이면 돼요.” 고택체험 프로그램으로 전통혼례식을 하는데, 기럭아범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잠깐이면 된다는 말에 거절 못하고, 이끄는 데로 따라 들어갔다. 한쪽에서...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4.10.03 17:33‘드넓은 나주평야 호남의 명촌/ 노령산맥 서기 받은 식산 자락에/ 세 갈래길 물줄기로 내천(川) 자를 그려서/ 아름답게 펼쳐진 도래마을/ 선비정신 얼을 살려 유교문화 지켜가는/ 선조들의 숨결 가득한 유서 깊은 도래마을….’ 홍건석이 지은 ‘도래마을 노래’ 앞부분이다. 도래마을은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에 속한다. 마을을 식산(食山)이 품고 있다. 식산 감투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내 천(川) 자를 이룬다고 ‘도천(道川)마을’이었다. 우리말로 바뀌면서 ‘도내’에서 ‘도래’가 됐다. 배산임수 지형 그대로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9.19 18:28여수에서 돈 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 했다. ‘장흥에 가선 문장(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전라남도 장흥은 백광홍과 백광훈 등 많은 문장가를 배출했다.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내로라하는 현대문학 작가도 즐비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흥군을 문화관광기행특구로 지정했다. 장흥은 문림고을로 통한다. 장흥에서도 문장을 대표하는 마을이 사자산 아래 기산(岐山)마을이다. 중국 주(周)나라 도읍 기산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이름 붙었다. 기산마을은 ‘팔문장마을’로 통한다. 문장가 8명이 난 데서 비롯됐다. 8...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전라남도 대변인실2024.09.05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