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제보했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밀고자로 낙인찍힌 장성 모 사립고등학교 20대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A 씨가 근무한 학교의 교사였던 B(60) 씨의 행실을 국민신문고에 제보했다가 실명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진 A씨의 휴대전화에는 21회에 걸쳐 B씨가 보낸 협박성 문자 메시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신문고 청원과 개인정보의 유출, 그로 인한 B 씨의 괴롭힘이 A 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드시 보호돼야 할 공익제보자의 정보가 고발 대상자에게까지 여과 없이 전해진 사실은 고인에게 큰 압박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민신문고는 민원을 직접 해결하는 게 아니라 민원인과 민원 처리 기관을 매개하는 '전달자'에 더 가깝다. 그런데 권익위는 민원서류에서 민원인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가리지 않은 채 처리 기관에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 신상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장성의 고교 여직원 A씨 신원이 외부로 공개된 과정도 비슷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를 보면, 국민권익위는 A씨의 개인 신상 정보가 적혀 있는 국민신문고 청원을 전남도교육청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피청원 대상자인 B씨가 승진 탈락과 관련된 소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A씨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국민신문고가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없이 허술하게 운영되면서 용기를 내 제보를 한 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공익 제보자 지원 단체인 호루라기재단이 지난 2013년 12월 발표한 '내부 공익신고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부 고발로 인해 직장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당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국민권익위는 당장 국민신문고 운영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공익제보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