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저자 · 20~30대에 위로 공감 담은 책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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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여성 저자 · 20~30대에 위로 공감 담은 책 인기
2018 광주전남 독립서점 올해의 책 발표||총14개 서점 참여… 베스트 342종 도서 소개
  • 입력 : 2018. 12.30(일) 17:35
  • 박상지 기자
지난해 광주 동네책방 연합이 주최하는 북페스티벌 오늘산책 행사 모습. 오늘산책 제공


서점의 대형화, 온라인화 추세 속에 한때 고사 위기를 맞았던 동네책방이 변신을 거듭하며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추세다. 신고만 하면 개업을 할 수 있는 업종인만큼 정확한 집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일반 서점들의 감소세가 이어지는데 반해 독립출판물로 채워진 동네책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독립서점 앱 운영업체 퍼니플랜의 '독립서점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독립서점은 36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57곳에 비해 3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상승세는 지역에서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지역에 10여개에 불과했던 동네책방은 1년여만에 20여개로 2배가량 증가했다.

소규모 공간에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와 책방의 정체성이 담긴 독립출판물 위주의 북 큐레이션은 독자로 하여금 '동네책방 투어'라는 독특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여기에 매주 열리는 독서 모임과 세미나, 강연 등은 책을 판매하는 책방 고유의 기능을 넘어 문화 사랑방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책방이 독자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데는 그곳에서만 읽을 수 있는 출판물이 있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일반적으로 동네책방에서는 상업적이고 획일화된 대형출판사의 출판물을 철저하게 지양한다. 대신 '이런게 책이 될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소소하고 일상적이며 신선한 혹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적인 출판물들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판다. 소위 독립출판물이라고 말하는 책들이다. 책방 주인의 취향이 판매 출판물 리스트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국 지음책방 대표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 발품을 판다"며 "독특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타 지역을 직접 찾아가 구해오기도 하고, 출판사가 없는 경우 작가들에게 직접 연락해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지역 동네책방 연합인 '책사'는 올해 처음으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2018년 광주·전남 독립서점 올해의 책'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있다. '책사'에는 △타인의책 지음책방 △검은책 방흰책방 △삼삼한 책방 △연지책방 △소년의서 △라이트라이프 △파종모종 △완도살롱 △메이드 인 아날로그 △심다 △동네책방숨 △책과생활 △러브앤프리 △이상현실 등 14곳이 참여했다.

책방마다 페미니즘, 시, 소설, 예술, 5·18 등 각각의 정체성을 담은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까닭에 베스트셀러 역시 제각각이다. 각 책방별 도서 1위에 오른 책으로는 '미주의 삶' '책기둥' '내사랑 모드' '너를 모르는 너에게'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잔다' '그림자가 고이는 날'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_ 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 '평화의 소녀상을 그리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 봤는데요' '나는 네 번 태어난 기억이 있다'로 집계됐다.

2위에 오른 도서로는 'i에게' '엄마는 50시' '사라지는, 살아지는' '조선공산당평전' '엄마와 딸'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 '모두의 페미니즘' '82년생 김지영' '탐욕' '자기만의 방'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달나라의 장난' 등이었다.

또 '파일명서정시'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동네서점 베스트컬렉션' '우울증 회복일기'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오빠일기' '식물생활' '시의 문장들' '매거진B 츠타야' '한 달 책방' '나는 기다립니다'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바다로 퇴근하겠습니다' '있으려나 서점'이 3위에 올랐다.

14개 동네책방에서 거의 중복없이 개성이 뚜렷한 베스트셀러가 나오게 된 데는 각 책방별로 정체성이 다른 까닭이다. 즉 다양한 독립ㄷ서점의 존재가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김정국 대표는 "대형 출판사 및 기존 출판사 뿐만 아니라, 독립출판물이 활발하게 독자들을 만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현상은 광주·전남 독립서점들이 대형서점과 베스트 셀러 위주의 획일화된 독서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독서문화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창구로 점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집계된 베스트셀러를 통해 올해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올 한해에는 여성 저자들의 활약이 두드러 졌음을 알 수 있다. '자기만의 방' '일간 이슬아 수필집' '며느라기'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 여성 저자들의 책이 올 한해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또 젊음이 겪는 고민과 상처를 이야기하고 위로해주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책들이 상위를 이루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를 꼽을 수 있고, '사라지는, 살아지는' '너를 모르는 너에게' 등의 독립출판사의 에세이류도 강세를 이루었다.

특히 광주 정체성을 드러내는 책들에 독자들의 관심이 두드러졌는데 대표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책으로는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소년이 온다' 등이 서점별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