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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SNS나 데이팅 앱을 활용해 친분 관계를 형성한 후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광주 동부경찰은 12일 여대생 행세를 하며 채팅 어플에서 알게 된 남성들에게 거짓 구애를 해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A(29)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B(26)씨 등 피해자 6명으로부터 약 5000만원을 송금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도박자금과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랜덤채팅 앱을 이용, 금품을 갈취할 사기 대상자들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을 '수원에 사는 22살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 남성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답장을 하면 인터넷에서 도용한 여성의 사진과 함께 SNS 메신저 아이디를 보내며 관심을 표현했다. 신원을 의심하는 사람에게는 합성한 주민등록증과 손글씨 등 사진을 보내 경계를 무너뜨렸다.
실제 여성에 대한 믿음이 생긴 B씨는 매일같이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단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채 교제를 하기에 이르렀다.
B씨는 지난해 10월 A씨가 '배가 고픈데 식비가 없다. 오빠가 돈 좀 빌려달라'는 메신저 메시지를 보내자 별 의심 없이 알려준 계좌에 송금했다.
이후 '빚 갚을 돈이 없다', '어머니 병원비가 필요하다', '휴대전화 요금을 미납해 연락 못 할 것 같다' 등 어려운 형편을 토로하며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이 이어졌다. A씨를 실제 여자친구로 믿은 B씨는 금융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돈은 100차례에 걸쳐 총 2900여만원. 휴대전화 소액결제 금액도 100만원에 달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 여자친구와 메신저 연락이 끊기자 의심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가 최근 SNS나 데이팅 앱 사용이 늘면서 등장한 신종 사기 수법, 이른바 '로맨스 스캠'에 당한 사실을 밝혀냈다.
로맨스 스캠은 SNS 등을 통해 상대의 신뢰·환심을 얻은 뒤 연애·혼인을 빙자해 돈을 가로채는 식으로 이뤄진다. 비슷한 수법의 범죄는 이미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울산에서는 주부 C(54·여)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이라크 파병 육군 장성이라고 소개한 신원불상자에게 미화 3만5000달러를(3900만원 상당) 송금하려다 금융기관 관계자에 의해 저지됐다.
C씨는 '연인관계로 지내고 싶다'며 접근해 온 사기범과 2개월간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이미 3차례에 걸쳐 5600만원 상당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결혼·재혼 중매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46명에게 사업가 행세를 하며 1100만원을 갈취한 50대 남성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대형병원 의사를 사칭해 여성 3명으로부터 39회에 걸쳐 1115만원을 편취한 30대 남성도 있었다. 이 남성은 자신의 SNS에 의사 가운이나 수술복을 입은 사진을 도용해 올리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로맨스 스캠 수법을 △신분·사진 위장 △접근한 이성과 연락처 교환 △적극적인 연락·구애 통한 신뢰 구축 △연애·혼인 빙자 금품 요구 △감정적 호소 통한 지속적 금품 편취 △결별 등 단계별로 분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 크거나 외로움·박탈감을 느끼는 세대·계층을 노린 범죄다"면서 "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결혼 중매 앱·채팅 앱 등을 통해 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신원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상에서 낯선 사람과 교제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특히 친분을 빌려 개인정보 또는 금품을 계속 요구할 경우에는 범죄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