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도착한 한화 송광민이 KIA 김기태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KIA 김기태 감독이 더그아웃에 있는 야구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지난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1차전 9회말 2사 상황, 7-13으로 KIA는 6점을 한화에게 뒤지고 있었다.
8회말 등판한 한화 이태양은 9회말도 등판해 이창진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박준태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후 류승현의 내야 땅볼로 만들어진 2사 1루 상황. 단 1개의 아웃카운트만을 남겨놓고 한화 한용덕 감독은 정우람을 마운드에 등판시켰다.
이후 8번 타자 황대인이 후속 타석에 들어서서 몸을 풀고 있었지만 KIA 벤치는 황대인을 불러들이고 투수 문경찬을 대타로 기용했다. 헐레벌떡 나온 문경찬은 타자용 헬맷을 쓰긴 했지만 방망이를 든 손에 장갑은 끼지 않은 상태였다. 맨 손으로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준비 동작 없이 선 문경찬은 정우람의 스트라이크를 쳐다만 보다가 3구 삼진당했다.
아웃카운트 한 개만 남겨둔 상황에서 한용덕 감독이 투수 정우람을 마무리에 올린 것은 "개막 후 실전에 등판한 적이 없는 주전 소방수 정우람에게 실전 기회를 주기 위해 등판시켰다"는 한용덕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반면 KIA 김기태 감독이 투수 문경찬을 타석에 세운 것을 놓고 해석은 분분한 상태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경기 당일 뿐만 아니라 다음 날인 27일까지 취재진에게 이에 대한 어떤 언급도 삼갔다.
김 감독의 문경찬 기용은 '항의성 대타 기용'이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기태 감독은 8회부터 승부가 이미 기울어졌다고 판단해 최형우, 김주찬, 이명기, 나지완, 김민식 등 주전들을 빼고 다음날 펼쳐질 경기를 준비했다. 사실상 오늘보다는 내일 필승을 도모한 '백기 투항' 상태였는데 한 감독이 내건 정우람 카드가 '예의 야구'를 강조하는 김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새가 됐다. 패배를 받아들이고 백업 선수들로 경기력을 점검하고 있는데 팀의 특급 소방수를 등판시키자 김 감독은 패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판단, 황대인을 빼고 투수 문경찬을 곧바로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의 이 같은 투수 대타 기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감독이 LG 트윈스의 수장으로 있었던 지난 2012년 9월 12일 잠실구장. 당시 SK와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LG의 9회말 공격, SK는 박희수-이재영-정우람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다. 아웃카운트가 1개씩 채워질 때마다 투수를 바꾼 셈이다. 김 감독은 2사 2루 상황에 마무리로 나온 정우람을 상대로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타석에 올렸다.
이날 신동훈도 마찬가지로 방망이를 들고 선 채 정우람에게 삼진 아웃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투수 정우람을 상대로 벌어진 일이다.
당시 김 감독의 '9회 2사 후 투수 대타' 기용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당시 KBO는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하여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김 감독의 행위를 '경기 포기'로 간주했다. 이후 김 감독은 KBO로부터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7년 후 똑같은 일이 재현된 것에 대해 김 감독의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여 놓는게 아닌가 싶었다"며 "더그아웃에서 선수들 전원에게 상대가 우리를 얼마나 약하게 생각하길래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잘 생각하라고 강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감안했을 때 김 감독은 '예의 야구'를 저버리는 상대팀 처사에 대한 항의 표시이자 개막 3연패에 빠져 의기소침해져 있는 KIA 선수들을 향해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메시지 전달용 조치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여러 해석이 나올수 있지만 '투수 대타 기용'은 홈 팬들의 실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KIA 타이거즈 호랑이 사랑방에는 많은 팬들이 "경기 포기는 직관한 팬과 TV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였다"며 "개막전 3연패를 보며 감독과 선수들에게 실망감이 높다. 자존심을 부리기 보다는 승리로 갚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