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추모객들로 39번째 봄 맞은 5.18묘지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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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추모객들로 39번째 봄 맞은 5.18묘지는 뜨거웠다
39주년 일주일 앞둔 주말… 추모 열기 달아올라|| ‘BTS 파워’ 영향에 5.18 관심 갖는 외국인 늘어 || 민족민주열사묘역, 故 정광훈 의장 추모제 성료
  • 입력 : 2019. 05.12(일) 19:11
  • 이한나 기자

지난 11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유족들이 묘소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39번째 5월의 추모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1일 오전 찾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과 30도에 육박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전국에서 찾아온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지난 11일 국립 5·18민주묘지 주차장 인근에 마련된 천막에서 '추모의 글 남기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입구 주차장부터 추모객들의 차량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주차장 근처에는 5·18 관련 시가 담긴 현수막과 추모글을 적은 리본들이 화단에 조성돼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근처에 마련된 천막에는 방문객이 직접 추모글을 적어 곳곳을 꾸밀 수 있도록 준비됐다. '5월 영령들께 죄송합니다', '민주주의 구현' 등의 문구가 적힌 리본들이 민주묘지를 노랗게 물들였다.

지난 11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이 소나무 숲 그늘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민주묘지를 찾은 이들 중에는 가족 단위 추모객들과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5·18을 심도 있게 알아가는 고등학생·대학생 추모객들이 가장 많았다.

가족들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은 김인호(29·서구 쌍촌동)씨는 "1년에 한 번씩은 와야지 하면서도 지금까지 서너번 밖에 오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마저 든다"며 "오늘 가족들과 바람도 쐴 겸 찾은 것처럼 앞으로 무거운 마음으로만 방문할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자주 찾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대학생들이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묘소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 친구들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은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 유학 중인 아드리아나 오초아(27·여·미국 뉴욕시)씨는 "한국어에 조금씩 능숙해지면서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커졌다"면서 "'BTS(방탄소년단)'의 팬이기도 한데, BTS 노래를 듣기 위해 시작했던 한국어 공부가 나에게 한국의 5·18과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미국이 5·18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11일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지)을 찾은 가족 단위 추모객들이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추모 열기는 민주묘지를 넘어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지)까지 이어졌다. 여기서는 가족 단위 추모객들이 안내단과 함께 묘역을 돌아다니며 영화 '택시운전사' 주인공 고(故) 힌츠페터 기념석을 시작으로 이한열·백남기 등 3묘역에 안장된 열사들에 대한 해설을 듣고 있었다.

이연실(54·여·북구 운암동)씨는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을 맞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척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5·18 왜곡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 가족들이 모인 김에 뜻깊은 활동을 하고 싶어 방문했다"며 "우리 아이들이 왜곡된 역사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앞으로 종종 이런 기회를 마련해서 어른들도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5·18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12시30분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지)에서 故 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8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오후 12시30분에는 고(故) 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추모제가 열렸다.

정 의장이 2011년 5월17일 이곳에 안장된 이래 8주기째를 맞은 이번 추모제는 6·15남측위원회, 한국진보연대, 전국농민회총연합 등의 단체가 참가해 추모객들만 200여명에 이르렀다.

고 정광훈의장 추모사업회 문경식 회장은 "의장님을 떠나보낸 지 벌써 8년이 지났음에도 대한민국의 적폐인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날뛰고 있어 자주·민주 통일 세상은 요원하기만 하다"며 "민중을 들었다 놨다 하시던 의장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단결된 투쟁으로 민중 세상을 건설해 그 자리에 꼭 다시 모시겠다"고 추모했다.

한편 국립 5·18민주묘지는 5·18민주화운동에 온몸을 바친 영령들이 안장된 곳으로,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고 의미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지난 1997년 5월13일에 완공된 이래 현재까지 수많은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소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해마다 60만명에 이르는 추모객들이 민주묘지와 구묘지를 찾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인 30만명이 5월에 집중적으로 방문한다"며 "올해는 5월 초까지 10만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