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베트남의 느억맘(Nước Mắm)과 우리 젓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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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베트남의 느억맘(Nước Mắm)과 우리 젓갈
  • 입력 : 2019. 06.26(수) 14:00
  • 편집에디터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 앞 바다에서 멸치를 잡고 있는 바구니배(건너편이 다낭 시내임). 이윤선 촬영

베트남 중부 다낭 해안의 젓갈 담던 마을 남오(Nam O)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이 느억맘과 맘넨이 한국의 젓갈과 너무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나는 20여년 전 베트남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이 관심사를 확대시켜 왔다. 하지만 정작 심도 있는 연구의 단계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최근 2014년 베트남 중부 다낭 해안에 있는 남오 마을을 다시 찾아 느억맘 제조 전문집을 조사했다. 2015년과 2016년 재차 방문하여 바구니배(흔히 '통버이'라고 부름)로 물고기 잡는 과정 등을 추가 취재했다. 전체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발효실과 발효 과정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남오마을 바닷가에는 지금까지도 바구니배 수십 척이 어로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바구니배로 멸치 등의 물고기를 잡아와서 느억맘을 만드는 전통적인 마을이 남오마을이다. 다낭의 다이아몬드 프로젝트(대규모 개발사업)로 인해 곧 철거당할 위기에 있고 현재 대부분의 주택들이 헐려있는 마을이긴 하지만 고래를 모시는 마을사당 등 민속문화가 풍부한 마을이라는 점 주목을 요한다. 차차 기회를 만들어 소개하기로 한다.

젓갈의 트라이앵글, 동아시아와 한해륙

동아시아가 세계적으로 젓갈문화의 중심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발효음식으로써 젓갈 없는 문화권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만큼 비교우위를 점한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남부, 그리고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음식의 기본이 젓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영향이 깊고 넓다. 이 지역을 젓갈의 트라이앵글 권역이라고 호칭한 것은 1910년대 일본학자들에 의해서였다. 유목문화권에서는 우유를 발효시킨 치즈가 발달했고 유럽을 중심으로 와인이 잘 발달했다는 것도 주지하는 바와 같다. 유럽에는 냄새 고약한 어장(魚醬)이 있고 하몽류의 육장(肉醬)도 있다. 그렇지만 문화 전반에 걸쳐 동아시아처럼 음식 문화 자체가 젓갈 중심이지는 않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발효문화가 존재하는데도 유달리 동아시아권에 특히 어장이 발달한 이유가 있을까? 베트남과 한국의 젓갈에 대해서는 이미 최덕경이 핵심적인 논의를 한 바 있다. '동아시아 젓갈의 출현과 베트남의 느엉맘'(비교민속학 제48집)이 그것이다. 오늘 칼럼도 그에 의존하는 바 크다. 또한 동아시아의 발효문화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하면서 레비스트로스를 뛰어 넘는 문제제기를 해 준 이가 전경수다.'보존과 접신의 발효문화론-통합과학의 시행모델을 지향하며'(비교민속학 제41집)에서 발효가 가진 문화적 특성을 레비스트로스가 정리한 이항대립의 도식으론 도저히 설명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발효의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메콩강과 동남아시아 해양을 중심으로 형성된 젓갈

베트남은 한국과 더불어 젓갈이 가장 발달한 국가 중의 하나다. 대표적인 젓갈로 느억맘과 맘넨을 들 수 있다. 느억맘은 한국으로 치면 액젓에 해당하고 맘넨은 건더기를 포함한 젓갈에 해당한다. 느억맘은 모든 요리의 간을 맞추는 데 사용한다. 한국처럼 김치를 저장할 수 있는 기후가 아니기 때문에 신선한 야채를 싸서 먹는데도 소스로 사용한다. 맘넨은 주로 돼지고기를 싸먹거나 반찬 자체로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처럼 느억맘이나 맘넨이 베트남 혹은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 보편적인 조미료로 정착하게 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많은 논의들이 필요하겠지만 전경수와 최덕경의 논의를 인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느억맘은 갈색의 액체다. 메콩강 빈탄주와 푸쿼 섬에서 나오는 것이 가장 좋다고 평가 받는다. 메콩강 따라서 배타고 가다 보면, 군데군데 느억맘 냄새가 진동하는 장소들을 지나게 된다. 태국에서는 새우나 작은 생선들을 먼저 소금에 절이고 독에 담아서 봉한 후, 땅 속에서 수개월 동안 저장한다. 결과적으로 진액 상태의 느억맘이 만들어진다. 발효 시작 된지 2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이 생산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멸치로 만들며 '부두(budu)'라 한다.톤레삽 호수를 가지고 있는 캄보디아의 젓갈은 주로 민물고기로 만든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젓갈 느억맘이 왜 발달했을까?

수도작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를 주목한다. 베트남 느억맘 관련 논문을 썼던 최덕경도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고온다습한 수도작 농업지역이기 때문에 젓갈의 전승과 발달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베트남을 포함한 인도차이나지역은 몬순시기가 되면 논은 홍수처럼 물에 잠기고, 생선이 강의 본류에서 모여 산란한다. 증식한 어린 생선들이 물이 빠질 때 대량으로 잡힌다. 이 생선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이 젓갈 가공이다. 베트남에서 상징성 있는 수상 인형극인 '조이느윽'이 발달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베트남은 낙전(?田)의 경작 방식을 통해 벼농사와 양어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다. 강을 이용한 벼농사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논농사와 강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중국 남부지역과 베트남이 공유하는 벼농사 방식이고, 젓갈문화도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둘째는 강뿐만이 아닌 바다의 영향이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절반이 넘는 해안선을 보유한 국가다. 또 메콩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따라서 이 긴 해안의 어로문화와 메콩강을 중심으로 하는 강변문화가 젓갈의 탄생을 가져왔을 것이다.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문화권도 톤레삽 호수 등 메콩강 민물 어로문화의 영향권 안에 있다. 대개 벼를 주식으로 삼는 문화권에서는 벼가 가진 탄수화물을 보충해줄 수 있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주로 바다와 강에서 잡는 물고기가 그것이다. 이런 문화적 속성들이 물고기를 썩지 않게 오랫동안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을 것이고 이것이 오랜 기간 동안 전승되어 왔을 것이다. 셋째는 열대지방이고 고온 다습하기 때문에 젓갈 자체 보다는 이를 재가공하는 액젓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건더기가 있는 맘넨보다 액젓인 느억맘이 베트남 젓갈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겠는가. 넷째는 우리나라처럼 한겨울을 나기 위해 채소를 저장할 필요가 없고 또 저장할 수도 없기 때문에 모든 간을 해야 하는 음식에 느억맘 방식의 액젓을 사용한다. 예컨대 한국은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 액젓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데 비해 베트남은 액젓을 직접 먹는 방식으로 발달되었던 것이다.

한해륙(한반도)의 젓갈 등장과 남도음식의 미래

다시 최덕경의 논의를 빌린다. 한반도의 젓갈은 7세기 후엽 신라의 기록에서 처음 등장한다. '제민요술'에 다양한 육장과 젓갈이 등장한다. 동이족 특유의 내장 젓갈과 옹기그릇이 발달했음을 엿볼 수 있다. 10세기의 '연희식'에도 젓갈의 기록이 있다. 한해륙 젓갈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료다. 12세기를 전후하여 한해륙에 젓갈 보급이 확산된 것은 중국의 강남정권(송나라와 명나라)과의 교류나 세계 제국인 원나라의 등장이다. 남방의 수전 농업문화와 함께 백월지역 특유의 젓갈인 액젓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덕경 주장의 핵심이다. 이 주장을 펴면서 그간 한국 젓갈의 최초 기록 즉, 삼국사기를 통해 고구려조의 젓갈과 남방의 젓갈은 다른 발전 경로를 가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삼국사기 683년 신라 신문왕 3년에 왕비를 맞이할 때 "米酒油蜜醬豉脯醢"을 지참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것을 오늘날 한국의 젓갈문화와 바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왜냐하면 북방계열의 젓갈문화는 주로 사슴뒷다리젓, 거북이젓 등 육장을 말하는 것이고 남방계열의 젓갈문화는 멸치젓 등 해산물이나 강물고기의 젓갈을 뜻하기 때문이다. 최덕경은 그래서 한반도의 젓갈 문화속에는 화북(華北)의 요소에 베트남을 포함한 백월(百越)의 요소까지 스며들어 복합적인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고려중기 이전에는 젓갈이 민간 속에 크게 자리 잡지는 못하여 일부계층이나 해변가에만 존재했던 독특한 기호식품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지 못해 즉각적인 반론은 펴지 못하지만 적어도 서남해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의 해안지역 곧 남도문화권에서는 젓갈문화가 더 보편적이지 않았을까? 수도작 농업과 관련되어 고품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김치를 중심으로 남도음식에 대한 관심들이 뜨겁다. 젓갈을 소재삼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남도문화의 저변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구체적인 것은 아직 말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젓갈을 토대 삼는 남도음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남도인문학팁

육고기 젓갈과 물고기 젓갈

나는 남도의 젓갈문화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논점을 정리해 두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마한 이전부터 한반도 남방에서 자연스럽게 어장(魚醬)이 보편화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최덕경의 논의처럼 육장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계열의 젓갈 형태와는 많이 다른 형태다. '증보산림경제'에 실려 있는 납육(臘肉)은 예컨대 유럽의 하몽과 같은 돼지고기 발효햄 방식이다. 나는 이것을 북방계열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운남성의 일부 소수민족들에게도 이 전통은 남아있다. 돼지고기를 땅에 묻어 삭혀먹는 방식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일본 큐슈나 오키나와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한해륙 남부 이른바 남도문화권에서 이런 육젓 계열의 전통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반도 남쪽이 개펄 습지가 발달한 수도작 재배지역이라는 점을 단서 삼아 논의를 펼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액젓 보다는 젓갈 자체를 반찬으로 먹는 경향이 강하다. 액젓은 주로 김치를 담거나 저장 음식의 소스로 활용할 때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콩간장이 느억맘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굳이 반찬용으로 액젓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대신 반찬으로 사용하는 젓갈의 종류가 다양하다. 웬만한 바닷물고기는 거의 모두 젓갈로 활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내장이나 물고기머리 등 부위별로 발달한 젓갈들도 있다. 이것은 젓갈이 베트남의 느억맘처럼 소스 중심으로 활용된 것이 아니라 단백질 섭취의 직접적인 음식이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따라서 느억맘같은 액젓은 주로 김치를 담는데 사용했으며 맘넨같은 젓갈은 반찬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느억맘류의 액젓은 이미 김치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맘넨류의 젓갈이 다양한 단백질 섭취용으로 식용되었던 것이다.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 한 어가에서 느억맘을 숙성시키고 있는 장면. 이윤선 촬영 (1)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 한 어가에서 느억맘을 숙성시키고 있는 장면-2014. 이윤선 촬영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의 농가 오찬(가운데 젓갈 느억맘이 있음)-2014. 이윤선 촬영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의 농가 오찬(가운데 젓갈 느억맘이 있음)-2014. 이윤선 촬영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의 바구니배-2014. 이윤선 촬영

베트남 다낭 남오마을의 바구니배-2014. 이윤선 촬영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