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추석 연휴 하루 전인 오는 11일에 한국 영화 세 편이 일제히 개봉한다. 범죄, 코미디, 액션 등 장르는 다양하지만 오락물이라는 점이 공통점이 있다. 관객들은 어느 작품에 손을 들어줄지 흥행 결과가 주목된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포스터.
영화 '럭키'로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계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럭키'의 제작사 용필름이 이 감독과 다시 손잡았고, 영화 '신라의 달밤'(2001) '라이터를 켜라'(2002) '선생 김봉두'(2003) 등에 출연하며 한국 코미디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차승원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장과 군수' 이후 12년 만에 코미디 영화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정신지체를 앓는 철수(차승원 분)는 맛집 '대복 칼국수'의 수타 달인이다. 갑자기 나타난 어른 같은 딸 샛별(엄채영 분)과 예정에 없던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타인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 철수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높은 사전 예매량을 자랑하며 올 추석 연휴 최대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사전 예매 관객수는 오후 2시 25분 기준 4만2031명이다. 올 설 연휴 1600만 관객을 사로잡은 '극한직업'의 사전 예매량(2만 8834장/2019년 1월 21일 개봉 주 월요일 기준)을 훌쩍 돌파한 수치다. 영화 '럭키'에 이어 또 한번 '럭키(Lucky)'한 영화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111분, 12세 관람가
△'타짜: 원 아이드 잭'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의 포스터
'타짜' 시리즈 세 번째 영화로, 전작들 못지 않은 완성도를 갖췄다. 오락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타짜' 시리즈는 도박판에서 펼쳐지는 타짜들의 배신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이번 영화에서는 화투 대신 포커로 종목이 변경됐다. '믿고보는 배우' 박정민이 타짜로 변해 카드를 들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도박의 세계, 예측 불가한 포커 플레이가 펼쳐진다.
'원 아이드 잭' 카드를 받고 한 팀으로 뭉친 '일출'(박정민), '애꾸'(류승범), '까치'(이광수), '영미'(임지연), '권 원장'(권해효), 그리고 이들의 판을 주시하는 '마돈나'(최유화)까지 타짜들의 포커페이스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할 수 없게 한다. 이들은 하나로 뭉쳐 상대를 속이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추석 연휴 개봉작 중 유일하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명절에 개봉하는 만큼 '청불' 등급은 관객 동원에 한계가 있는 '딱지'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범죄도시'는 지난 2017년 청불 등급으로 추석에 개봉해 크게 흥행한 바 있다. 여기에 '타짜' 시리즈의 브랜드 파워까지 감안한다면 올 추석 최대 흥행작이 될 지도 모른다. 139분, 청소년관람불가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포스터
지난 2014년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영화 버전이 나왔다. 영화 '살인의뢰'를 연출했던 손용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드라마에서 활약한 마동석과 김상중이 출연한다. 인기스타 김아중과 장기용도 합류해 4인4색의 매력을 펼치며 범죄 오락물의 흥행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 분)과 설계자 오구탁(김상중 분), 사람 심리를 꿰뚫어보는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분), 독종 신입 고유성(장기용 분). 이 네 인물이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더 나쁜 악을 소탕한다'는 설정이다. 드라마에서의 박웅철, 오구탁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해 기존 팬을 흡수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세계관은 유지하면서 액션과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작 드라마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손 감독은 "기존 드라마의 팬들도 있고,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팬들도 설득이 가능해야 한다는 명제가 가장 중요했다"고 밝혔다. 114분, 15세 관람가
△흥행 비결은 '재미'
범죄,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개봉되는 만큼 올 추석 연휴엔 관객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작년 추석 개봉 영화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제작비 100억~200억원 규모의 한국영화 4편이 개봉했으나, '협상' '물괴' '명당' 모두 흥행에 참패했고 '안시성'만 손익분기점(누적관객 541만명)을 넘겼다.
당시 흥행 성적 부진의 요인으로 '장르의 빈곤'이 지적되기도 했다. '협상'을 제외한 세 작품 모두 사극이었다. 명절에는 사극이 가족 단위 관람객에 환영받는 장르지만,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사극 영화 세 편이 동시 개봉하면서 그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반면 올해 추석엔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 세 편이 경쟁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흥행 기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흥행은 '재미'에 달렸다. 올 추석 개봉 영화들은 각기 다른 관람 등급과 범죄, 코미디, 액션 등 차별화된 장르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년보다 짧아진 연휴인 만큼 멀리 여행을 가지 못한 가족들이 한데 모여 즐길 수 있는가가 흥행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