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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 이야기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이돈삼 /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19. 09.19(목) 15:02
  • 편집에디터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바람결이 달콤하다. 쪽빛 하늘의 뭉게구름도 멋스럽다. 고샅 돌담에 살며시 기댄 감나무에선 주렁주렁 열린 감이 달달하게 익어가고 있다. 호박덩이도 담장 위에서 가을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까치발을 하고 내다본 담장 너머 기와집이 단아하다. 세월의 무게가 내려앉아 있다. 물 흐르듯 유연한 곡선을 그린 처마가 아름답다. 마당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도 애틋하다. 빈터에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붉은 맨드라미꽃도 산들바람에 하늘거린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예스럽다.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이다. 골목마다 옛 정취가 넘실대는 전통의 한옥마을이다. 흔한 전봇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선이 모두 땅으로 들어가 있다. 요란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어릴 적 뛰놀던 옛 기억 속의 마을 그대로다.

'드넒은 나주평야 호남의 명촌/ 노령산맥 서기 받은 식산 자락에/ 세 갈래길 물줄기로 내천 자를 그려서/ 아름답게 펼쳐진 도래마을/ 선비정신 얼을 살려 유교문화 지켜가는/ 선조님들의 숨결 가득한 유서 깊은 도래마을….' 홍건석의 '도래마을 노래' 앞부분이다.

도래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마을이다. 마을을 식산(食山)이 품고 있다. 식산 감투봉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세 갈래로 내 천(川) 자를 이룬다고 '도천(道川)마을'이었다. 우리말로 바뀌면서 '도내'에서 '도래'가 됐다.

고려 때 남평문씨가 처음 들어왔고, 조선 초 강화최씨가 들어와 마을을 이뤘다. 조선중종 때 풍산홍씨 홍한의가 들어왔다. 정암 조광조와 가깝게 지내던 그는 기묘사화의 화를 우려해 낙향했다. 시나브로 풍산홍씨의 집성촌이 됐다. 지금도 마을주민(100여 명)의 절반 가까이가 풍산홍씨다. 소설 〈임꺽정〉으로 유명한 벽초 홍명희의 할아버지(홍승묵)와 약자들의 편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고 홍남순 변호사가 이 마을 출신이다.

마을로 가는 길목, 양쪽으로 두 개의 정자가 서 있다. 오른편이 영호정이다. 오래 전 도천학당이 있던 자리다. 풍류의 장소였던 일반적인 정자와 달랐다. 지금은 마을사람들의 쉼터로 쓰이고 있다. 왼편에는 양벽정이 있다. 양반들이 풍류를 즐겼던 정자다. 시문으로 빼곡한 스무 개 남짓의 현판에서 옛사람들의 멋을 엿볼 수 있다. 해마다 설날이면 마을주민들이 한데 모여 합동세배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양벽정 앞은 잉어가 노니는 연못이다. 지난 여름 하얀 연꽃을 몽실몽실 피웠던 연못이다. 도래마을은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가 연 제1회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마을의 한가운데에 '도래마을옛집'이 있다. 마을의 안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본디 풍산홍씨 종가의 넷째 집이었다. 1936년에 지어졌다.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지정한 시민문화유산 제2호다. 시민들이 모은 돈으로 터를 사고 복권기금으로 안채와 문간채를 복원했다. '옛집'이라 부른 것도 특별하다.

"우리 옷을 한복, 음식을 한식, 집을 한옥이라고 하잖아요. 이 말에는 서양의 것이 훨씬 우수하고, 그것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어요. 우리 것의 장점을 제쳐두고요. 옛사람들의 지혜를 소중히 여기자는 뜻에서 '옛집'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정감도 더 있잖아요." 도래마을옛집에서 만난 김현숙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전남지부 관리팀장의 얘기다.

마을에 옛집이 많다. 모두 풍산홍씨의 고택이다. 홍기헌가옥(중요민속자료 165호)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 된 집이다. 도래마을옛집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홍기창가옥(전라남도민속자료 9호)도 오래 됐다. 사랑채와 행랑채는 없어지고, 안채만 남아 있다. 나머지는 채마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홍기응가옥(중요민속자료 151호)은 현존하는 풍산홍씨의 종가다. 안채는 一자형, 사랑채는 ㄱ자형 구조를 하고 있다. 안채와 사랑채, 헛간채, 사당, 정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형적인 남도의 양반주택이다. 사랑채에 책을 보관하는 장서실이 따로 있는 것도 별나다. 옛주인이 책을 가까이 한 당대의 독서광이었다. 1892년에 지어졌다. 압권이던 문턱 낮은 솟을대문은 해체하고 지금 복원공사를 하고 있다.

정자와 고택이 마을의 격을 높여준다. 모두 주변 풍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대문과 담장으로 나눠진 건물이지만,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작은 샛문을 둔 것도 눈길을 끈다. 굴뚝도 하나같이 따로 만들지 않았다. 밥 짓는 연기가 담장을 넘지 않도록 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집주인의 배려가 담겨 있다. 옛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까지도 아름다운 마을이다.

감투봉 자락에 살포시 들어앉아 있는 계은정도 소박하다. 인공의 흔적을 최소화한 정자다. 조그마한 연못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공동혁신도시 빛가람도 마을 너머로 보인다. 누렇게 물들기 시작한 들녘도 마음 넉넉하게 해준다.

계은정에서 한참 머물다가 산정으로 가는 숲길을 따라간다. 길이 제법 넓다. 경사도 완만하다. 타박타박 걷기 좋다. 감투봉과 식산 정상이 금방이다. 드넓은 나주평야와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이 눈에 들어온다.

식산 정상에서 숲길이 전남산림자원연구소로 이어진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는 담양에 버금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연구소 정문에서 사무동까지 500여m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폭이 담양의 길보다 좁다. 더 정겹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과 하얀 옥잠화가 피어있다. 멋스럽다. 싱그러운 숲길을 뉘엿뉘엿 걸으며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둘이서 밀어를 속삭이며 걸으면 더욱 달콤하겠다. 혼자 걷든, 둘이 걷든 모두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주변에 희귀한 나무도 많다. 은청가문비, 들메나무, 개잎갈나무, 꽝꽝나무, 칠엽수…. 나무에 붙은 이름표를 하나하나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롱나무와 푸조나무, 붉가시나무도 있다. 수목원이 따로 없다. 산림자원의 보물창고다. 내부 단장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다시 개방되길 기다린다.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풍경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내 펜션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내 펜션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내 펜션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식산 산책로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식산 산책로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식산 산책로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계은정.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 계은정.

나주시 다도면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나주시 다도면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나주시 다도면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응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창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창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창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창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창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홍기창가옥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양벽정앞 연지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양벽정앞 연지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양벽정앞 연지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양벽정앞 연지

나주시 다도면 도래마을 양벽정앞 연지

이돈삼 /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