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나마하게(ナマハゲ)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나마하게(ナマハゲ)
  • 입력 : 2019. 09.25(수) 12:58
  • 편집에디터

Japan Monthly Web Magazine

아키타현의 도깨비 축제(나마하게 마쯔리)

일본의 아키타현에 나마하게(なまはげ)라는 신격이 있다. 딱히 대입할 만한 우리 신격은 없다. 다만 나마하게 자체를 오니(鬼)로 인식하기 때문에 굳이 비교한다면 도깨비다. 2018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나는 10여 년 전 아키타현은 물론 홋카이도에서 큐슈까지 오니 관련 답사를 한 적이 있다. 아직 논문으로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현지 정보들을 갈무리해두었기 때문에 차차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키타현 오가시(男鹿市)에서 대표적인 축제를 한다. 날짜가 바뀌기 전에는 원래 정월 15일 밤에 빨강과 파랑의 무서운 가면을 쓰고 몸에는 짚으로 엮은 '케데'를 두른 나마하게들이 호호방문을 했다. 양발을 크게 구르며 큰 소리로 외치는 등 겉으로는 위협적인 태도를 취한다. 아키타현 내에서도 광범위하게 전승되어 왔다.언동은 횡포스럽고 위협적인 듯 보이지만 징계적이기도 하고 악령을 퇴치시켜 예축(豫祝)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마하게를 맞이하는 각 가정에서는 복신 혹은 내방신의 의미로 이해하기 때문에 밥과 술을 내어 환대한다. 주인이 전통 정장을 입고 맞이하는 이유다. 침착한 자세와 정중한 말로 대응한다. 나마하게와 주인 사이에 예축, 천후점 등의 문답이 오간다. 나마하게가 돌아갈 때는 떡(키리모찌)을 준다. 내년 예방을 약속한다. 울면서 부모에게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공부 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마하게가 혼내준다" 등의 훈육을 한다. 전통시대일수록 이 훈육효과가 컸다.

나마하게의 탈과 복장

결혼하지 않은 총각들이 나마하게 역할을 맡는다.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정작 설명은 단순하다. 가가호호 방문하면 먹을 것과 술을 내놓는데 이를 소화할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 지역의 상인협회(온천 관련 중심), 청년회 등 지역의 남성들이 중심이다. 한조에 6~7명을 뽑는다. 천년이 넘는다는 '진산신사'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준비에서부터 마쯔리 전반의 내용들을 결정한다. 나마하게탈은 나무를 조각해서 만든다. 나무껍질, 오래된 종이를 몇 장씩 붙인 것 등 다양하다. '숫사슴 설화'를 기반으로 삼는다. 설원의 사슴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하다. '빨간 도깨비(아카오니)'는 머리카락을 산발한다. 험악하게 꾸민 가면을 쓴다. 손에는 작은칼을 든다. '파란 도깨비(아오오니)'는 각이 없는 머리띠를 한다. 작은 칼을 들고 들통(허리 닿은 부분)을 찬다. 나마하게 가면의 재질과 형태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전 지역 공통적인 소지품은 부엌칼, 들통, 괭이자루(쿠아다이) 등이다. 큰 도끼(마사카리), 드룹나무봉(타라노끼), 고헤이(御幣)등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진산지역의 나마하게는 빨간 도깨비(아카오니)다. 오니라고 호명하진 않고 단지 나마하게라고만 한다. 가면엔 뿔이 없고 소지품도 없다. 가가호호 방문하는 풍속은 같다. 1900년 이후에는 악습이라고 하여 금지되기도 했다. 고헤이의 사용이 근래부터라고도 한다. 나마하게가 몸에 두르는 짚으로 만든 우롱이는 몇 가지 계열들이 있다. 케대계열, 케라계열, 미노계열이 그것이다.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케대(켄데, 케타, 케다시오 등)를 사용하는 지역이 가장 많다.

관련문헌에 나오는 나마하게의 성격

'아카가미야마 다이켄 켄로쿠기'(赤神山大權現綠起)에는 중국의 한무제가 보낸 다섯 마리 오니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 중 두 오니는 부부, 세 오니는 형제로 나타난다. 부모 오니는 죽어서 득도한다. 나머지 세 오니(산시오니 등) 중 남신은 바위굴로, 여신은 해변의 바위집으로 남아 있다. "만민풍악 영대불개자야"라 기록된 작은 상자가 중요한 보물로 보관되어 있다. 이 작은 상자 속에는 부부오니의 뼈와 이빨이 들어있다. 매년 5월에 자식 오니가 제사를 준비해 봉행한다. 오가지역의 나마하게는 이 부모 오니와 자식 오니들의 깊은 관계를 보여준다. '오가의 나마하게'라는 책에 의하면, 아까오니(赤鬼)와 아오오니(靑鬼)한 쌍의 구성을 보이는 지역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까오니는 남성, 아오오니는 여성으로 부부를 상징한다. '牡鹿乃寒'(1900년)라는 책에도 관련 기록들이 있다. 삽화를 보면, 아까오니가 어깨에서 허리까지 걸친 작은 상자가 있다. 나무상자 안에는 무언가를 넣어 카라카라(달그락거리는 소리로 보인다)하게 울리게 한다. 어느 시기 나마하게는 콩을 넣은 큰 조롱박과 나무상자를 준비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함석캔 등을 준비한다. 음향을 내기 위해 상자에 작은 돌 등을 넣어서 휴대했다는 증언도 있다. 나마하게의 모습이 전국적인 출판물의 삽화로 소개된 것은 '풍속화보'(아카타현 현립박물관 소장, 1900년)제 202호가 처음이다. 아키타의 카마쿠라 마쯔리 등으로 소개되어 있다. 섬 지방의 풍속으로 음력 정월 15일, 각 마을 사람들이 거친 남자로 분장하여 얼굴에 채색을 하고 삼나무껍질 혹은 종이로 만든 오니가면을 쓰고 머리에는 흐트러뜨린 해초를 얹으며, 짚으로 만든 우롱이를 입고 풀로 만든 신발, 종아리에도 유사한 복장을 하며 딸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호호방문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가반도 나마하게와 이향(離鄕)관념

해안표착설화와 비슷하다. 선조 혹은 입도조(섬에 최초로 들어와 살게 된 이)가 바닷가로 떠밀려(漂着)왔다는 뜻. 일본에서는 흔히 내방신(來訪神)이라고 한다. 일본 북부 서쪽에는 크고 넓은 바다가 펼쳐져있다. 북쪽의 해안에서 오가방향을 바라보면 바다의 동쪽 방향에 두 개의 산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산, 진산과 한풍산이 그것이다. 이 산들을 포함하여 오가반도의 자연환경을 참배하는 장소로 해석한다. 야나기다 구니오(柳田國男)의 해석이다. 오리구찌 노부오(折口信夫)는 해안지방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산악신의 대상이 많다고 했다. 바다에서 신(神)이 출현해 온다고 하는 신앙이 토대다. 바다에서 올라온 신이 산쪽으로 올라간다고 믿는 것. 바다 속에서 용출한 산의 모습들이 오가반도의 산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을까. 이것이 조상신이나 조상관념으로 결합된다. 오가반도에서는 예로부터 산악신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수행의 장소로 인식되기도 했다. 본산(赤神, 아까가미)과 진산이 각각 남쪽 봉우리, 북쪽 봉우리로 나뉘어졌다. 근대 이후, 동해의 해상교통이 활발해지면서 항해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오가반도는 이러한 신비관, 이향관을 불러일으키는 자연환경인 듯하다. 수행신앙의 전파와 함께 신격 형성들이 중층적으로 구성되면서 급기야는 오야마(산을 높여 부르는 말)로 인식하게 되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나마하게, 우리의 도깨비는?

이향관념, 표착설화 등을 전제해보면 나마하게가 어디서 왔을까를 짐작해볼 수 있다. 나마하게(なまはげ)의 어원 유래가 있다. 추운 시기에 일도 하지 않고, 화로 앞에 불을 계속 쬐고 있으면 피부가 빨갛게 일어난다. 이것을 나고미(和み 혹은 나마미)라 한다. 게으른 사람 혹은 게으름뱅이를 총칭하는 말로 변화했다. 이것이 게으른 여성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훈하고 훈육시키는 의례로 발전하게 되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나마하게의 어원이 그것을 벗겨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장품 중 부엌칼 같은 예리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 벗겨내는 나마미(生身)를 담는 용기로 나무통이 사용된다는 해석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마하게가 매우 험악한 이미지를 가지고 악신으로 등장했다가 지금은 여성들과 아이들을 훈육하는 조력자 신으로 등장하고 있다. 외딴 지역에서 물을 건너온 외국인(백인, 서양인)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한무제가 보낸 다섯 마리의 오니라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정월 15일에 이 오니들이 나와서 마을을 털어간다는 것. 한 설화에 의하면 한무제 때 다섯 마리의 오니가 해안을 통해서 들어왔다. 부녀자들을 괴롭히거나 잡아가며 농작물에 피해를 주곤 했다. 마을 사람들이 꾀를 내어 천개의 계단을 세워주면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했다. 다섯 마리의 오니들이 신사의 계단 천개를 만들어가는 중, 아마도 한 계단정도 남았을 때 마을 사람들이 '꼬끼오'하고 닭울음소리를 냈다. 그래서 나마하게를 물리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우리로 말하면 천불천탑을 세우다 하루 앞세우고 실패했다거나 백일불공을 들이다 하루 전에 파계했다는 설화들을 연상하게 해준다.

우리의 도깨비와 일대일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바다나 섬을 통해서 표착한 신격 관념들이 민간신앙으로 또 지역축제로 오랫동안 전승해 내려온 내력, 나아가 시대별로 크게 변화해온 맥락을 살필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도깨비다. 섬진강 푸른돌 도깨비와 삼국유사의 비형랑설화 관련은 내가 몇 차례 칼럼을 썼기 때문에 재삼 리뷰할 필요는 없다. 불도깨비나 소금장수 도깨비, 숲속의 빗자루도깨비, 개펄지역의 물아래 진서방 등으로 전승되었던 우리의 도깨비는 어느새 귀면와(용면와로 불러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단계로 변화했다. 학자들은 전통적인 도깨비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데, 이 이미지를 차용한 도깨비 담론은 수백권의 어린이용 도깨비 책들이 쏟아질 정도로 확장되었다. 내가 일본의 오니와 나마하게를 유심히 보는 이유다. 우리 안의 도깨비를 주목해야 한다.

남도인문학팁

아키타현 나마하게 마쯔리

아키타현은 우리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내에서도 스키와 온천, 깨끗한 자연환경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 동해와 연결되어 있는 일본 서북부의 반도다. 해안절경이 매우 아름답다. 나마하게의 고장 오가반도가 대표적이다. 겨울철에는 강한 북서풍이 험한 물보라를 만든다. 나마하게 세도 마쯔리 혹은 간또 마쯔리가 유명하다. 거대한 등불을 벼이삭 모양으로 만들어서 연행하는 여름 축제다. 대형 유람선이 이 기간에 아키타항구에 정박할 정도로 큰 축제라고 한다. 아키타의 쌀이 이름나 있다. 쌀의 원산지라고도 하는데 이 주장을 다 수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마하게마쯔리는 아키타현 오가반도를 중심으로 정월 대보름 행사로 열리는 행사였다. 이후 새해 전야인 12월 31일로 변경되었다가 근자에는 2월 둘째 주로 변경되었는데 지금은 다시 섣달 말일로 변경한 모양이다. 오가반도의 서남단 끝에 위치한 몬젠지구에 오사당이 위치하고 있다. 도래한 다섯 마리의 오니를 모신 사당이다.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가 2018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가가호호 방문하는 나마하게 의례와 제사의례인 세도마쯔리가 합해진 것이다.

나마하게 마쯔리가 열리는 오가반도

나마하게 전시관에서 시연하는 장면. 이윤선촬영

전통적인 나마하게-아키타현 현립박물관 소장 풍속 사진

아키타현 오가반도. 구글지도

아키타현 오가시 나마하게 홍보 사이트

아키타현 오가시 나마하게관 나마하게탈 특별전시. 이윤선촬영

아키타현 오가시 나마하게관, 각 지역의 나마하게. 이윤선촬영

아키타현 오가시 나마하게관의 나마하게. 이윤선촬영

아키타현 오가시 나마하게관의 나마하게2 이윤선촬영

아키타현 오가시 입구에 설치된 대형 나마하게. 이윤선촬영

아키타현 현립박물관 소장 풍속화보 중 와타베 집의 독특한 가면

아키타현 현립박물관 소장 풍속화보 중 와타베의 집에 모인 나마하게 무리

오가시 나마하게관에서 나마하게를 조각하는 광경. 이윤선 촬영

카페에스케의 스케치 중 나마하게의 앞면-아키타시 아카렝가관 소장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