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 |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24·사진). 올 시즌 '리빌딩'을 기조로 내세운 팀의 최대 성과이지만 정작 본인에겐 성취감 보단 아쉬움이 큰 한 해였다. 시즌 막바지에 들어선 급격한 체력저하로 타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시즌 종료를 코 앞에 둔 현재 '개인 타이틀'인 도루왕을 목전에 뒀다.
26일 경기를 치르기 전 박찬호는 38도루를 기록하며 도루 1위에 랭크돼 있다. 7위라는 팀 성적에 변변한 타이틀을 선점하지 못한 팀에게 박찬호의 도루왕 수상은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선 KIA의 남은 위안이 됐다.
박찬호도 올 시즌 본인의 성과로 첫 풀타임 소화와 '도루'를 꼽았다. 그는 "도루는 연습이라기 보단 연구를 많이 한 결과다. 상대 투수 영상을 보면서 타이밍 캐치하는 방법을 혼자 고민했던 것 같다"며 "나는 발이 빠른 타자가 아니다. 내가 성공시킨 도루 8할은 김종욱 주루 코치님이 떠먹여 주는 거나 다름없다"고 겸손해했다.
시즌 초반 기록했던 3할대 타율(0.350)은 어느 덧 2할대(0.263)로 하락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 8월에는 타율이 1할대(0.190)까지 내려앉는 등 첫 풀타임은 그에게 체력적 한계를 느끼게 했다. 박찬호는 "시즌이 길게 느껴졌고 특히 8월이 가장 힘들었다"며 "당시 방망이를 어떻게 돌리는 지도 모르겠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무력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뚝뚝 떨어지는 타율과 천근만근 같은 몸, 박찬호의 손을 잡아준 건 주장 안치홍이었다. 박찬호는 "치홍이 형이 내가 고꾸라질 때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형은 나한테 안타를 치고 못치고 어떻게 쳐야하고 이런 것들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잘 친것도 못 친것도 다 경험이라고 해준 말이 나에게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 종료 후에도 박찬호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 2019 WBSC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 승선은 아니지만 2차 엔트리60명에 들며 올 시즌 '국가대표급 활약'을 인정받았다.
박찬호는 "청소년 국가대표는 해봤는 데 성인 대표팀은 처음이라 영광스럽다"며 "만약 태극마크를 단다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제 실력이 도움이 될까 싶어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고 쑥스러운듯 웃음을 머금었다.
박찬호의 내년 목표는 '꾸준함'이다. 박찬호는 "한 시즌 치르면서 한 달은 자기 기록보다 좋은 때가 있고 한 달은 자기 평균 보다 떨어지는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올해 그 갭이 너무 컸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그 차이를 좀 줄이는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