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안전 위해 바나나 경계석 설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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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이들 안전 위해 바나나 경계석 설치해주세요"
“시인성 높아 보행자 보호 기대” 수도권 도입 시작돼||지자체 “검토하겠다”… 오렌지존 등 사고예방에 활용
  • 입력 : 2019. 11.07(목) 17:07
  • 양가람 기자

기존 경계석보다 인지도가 높아 보행자 보호에 효과적인 바나나 경계석의 모습. ㈜안전한도로 제공

지난 2일 광주 동구 두드림 참여게시판에 민원글이 하나 올라왔다. 작성자는 어린이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내 시인성 확보 문제점을 지적했다. "옐로우존의 도색이 쉽게 변색되고, 어두운 밤길에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바나나 경계석'을 설치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자고 주장했다.

'바나나 경계석'은 기존 경계석보다 인지도와 심미도가 뛰어나 어린이, 노인 및 시각장애인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주는 안전 시설물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도로경계석으로 지난해 세계 특허와 실용신안을 인정받았다. 보도에서의 추락 및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안전보호 색상으로 도로와 차로의 구분을 명확히 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반사체를 설치해 야간 운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서울 도봉구는 올해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사업으로 창림초등학교 후문 기존 경계석에 바나나 경계석을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동구 측 반응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예산 문제 탓이다.

현재 동구청 교통과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사업으로 대략 3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동구 지역 스쿨존 53개소에 대한 수시 점검 및 보수 사업만으로도 해당 예산이 빠듯하게 쓰이고 있다.

동구는 바나나경계석의 효용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동구는 현재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표지판·안전울타리 등 다양한 시설물을 설치,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시인성 확보를 위해 옐로우존(오렌지존)을 설치하고 있다. 횡단보도 대기 공간을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칠해 시각적 대비 효과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보행안전을 위협하던 노상 주차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도로가 좁은 곳은 학교 담장을 허물어 보행로를 확보했다. 나무에 가려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 구역도 함께 정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광주 동부경찰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5건에서 2018년 1건으로 크게 줄었다. 어린이 보행자 사고도 2017년 3건에서 2018년 0건으로 개선됐다. 어린이 보호는 물론 시각적 효과까지 더해져 도시 미관이 개선됐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바나나 경계석을 모두 다 설치하기엔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그만큼의 효용을 기대하기도 아직은 어렵다. 추후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시 다양한 안전시설물에 대한 검토를 통해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민원글은 동구 게시판 뿐 아니라 남구 등 다른 지자체 민원 게시판에도 올라와 있다.

지자체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경찰과 도입 논의를 해나가는 등 검토해 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남구청 관계자도 "오렌지존, 옐로우카펫 등 어린이보호구역 표시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현재 도입하고 있다. 바나나 경계석 등 시설물 설치 관련해서는 남부경찰서와 협조를 통해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 교통과는 지난해 12월 학운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대기공간을 오렌지존으로 정비했다. 동구 교통과 제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