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전날 불출마 선언으로 촉발된 인적쇄신 바람이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을 휘감고 있다.
이들의 불출마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다선 의원들에 대한 용퇴 압박과 세대교체의 깃발로 작용해 인적쇄신에 불을 붙일 것이란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문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 의원, 한국당에선 친박, 영남, 강남 중진 의원, 호남에선 다선 의원들에 대한 용퇴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 안에선 인적쇄신 논의가 점차 확대될 조짐이다. 이용득 의원은 18일 이철희·표창원 의원에 이어 세번째로 "정치의 한계에 부딪혔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당내에선 초선 의원들의 잇달은 불출마 선언이 '아래에서부터의 인적쇄신 요구였다'면, 전날 임 전 비서실장의 사실상 '2선 후퇴' 선언은 당내 86그룹과 다선 의원들의 용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5선인 원혜영 의원, 3선의 백재현 의원 등이 불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에선 김세연 의원이 영남권 3선이기 때문에 영남권부터 시작해 당세가 강한 서울 강남 등에서 중진 물갈이론으로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치권 전면으로 인적쇄신과 세대교체 요구가 확대되면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총선 물갈이'로 여론이 쏠릴까 조심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내 86그룹 대표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이 '86세대 용퇴론'에 대해 묻자, "개인의 거취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정치 문화 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들이 좀 더 이야기 되면 좋겠다"면서 에둘러 답했다.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한국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일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총선 패배시 사퇴'하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황 대표는 "당 쇄신은 국민적 요구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불출마 선언과 당 쇄신 요구는) 김세연 의원의 충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현 시점에서 '지도부 총사퇴'보다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총선에서 당이 승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거대 양당의 기존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며 당과 제 3지대의 골든타임이라고 해석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 사람만 바뀌는 물갈이가 아닌 정치 구조 개혁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새 인재를 영입하고 국민과 함께 총선을 준비하겠다. 제3지대, 새로운 정치를 힘차게 열어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