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기억' 담은 영화 '박하사탕' 오페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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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오월의 기억' 담은 영화 '박하사탕' 오페라 되다 
광주시립오페라단, 13일 오후 7시 30분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이창동 감독 동명 영화, 내년 5·18 40주년 맞아 오페라로 시연||작품은 '가해자의 참회'에 초점… 내년 대비 60% 완성 모습
  • 입력 : 2019. 12.11(수) 16:47
  • 최황지 기자

오페라 '박하사탕' 연습모습. 광주문화예술회관 제공

광주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해 비극적 사건을 겪으며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힌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하사탕'이 내년 5·18 40주년을 맞아 오페라로 각색 된다. 이번 공연에는 가해자들의 진정한 참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동명의 오페라로 각색·작곡해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마련한다.

한국 영화 역사 속 수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박하사탕'은 기차 선로 위에서 주인공 영호가 "나 이제 돌아갈래"라며 절규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후 극 중에선 기차의 기적소리가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로 사용돼, 순수 했던 영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되짚어 간다. 1994년 여름, 1987년 봄, 1984년 가을의 영호가 나오고 1980년 5월의 '그 사건'이 등장한다. 영호는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돼 순수한 여고생을 쏜 죄의식으로 인해 인생의 방향성을 상실하며 비극의 인생길에 접어든다.

영화와 오페라는 개인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은 폭압의 시대가 순수한 개인의 인생을 비극적으로 바꾼다는 점을 주목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오페라는 선로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영화의 주요 설정을 뒤엎는다.

박하사탕의 대본을 쓴 조광화 작가는 "영호가 죄책감을 가졌다면, 참회를 한다면, 더 많은 할 일이 있다. 상처를 위로하고, 왜곡된 주장들을 멈추게 할 행동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가해자들의 참회가 있어야 용서도 가능하다. 영호의 참회로 광주도 위로받고, 다른 시대로의 가능성이 열리길 바랬다"고 밝혔다.

또한 오페라 버전에선 영화가 선택한 암울하고 황폐한 분위기 대신 다채로운 음악과 발랄한 조역들을 첨가해 5·18이 가진 생명력을 재현한다. 공연에선 광주 시민군을 지원한 주먹밥 어머니 부대, 생활력 있는 조연들을 첨가해 주인공 영호의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키는 조연들이 오페라의 분위기를 살린다.

오페라 아리아를 채울 작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서울시오페라의 단장을 역임하는 등 한국 오페라 창작에 힘을 쏟은 이건용 작곡가가 맡았다. 그는 이 공연을 위해 지난 7월 부터 작업에 매진했으며 이번 공연은 내년 5·18 40주년을 위한 시연 무대의 일종이다.

이건용 작곡가는 "이번엔 오페라 전곡 중 대략 60%가 연주된다. 나머지 부분은 지금도 쓰고 있고 내년 연습이 시작될 때까지, 또 부분적으로는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보충될 것이다"라며 "미완성의 작품이나마 우리가 상상하는 완성작의 모습이 객석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오페라 '박하사탕' 프로젝트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정갑균 예술감독이 내년 5·18 4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제작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약 9개월만에 마련되는 이번 공연은 조광화 작가와 이건용 작곡가가 협업한 결과물로, 영화 원작을 썼던 이창동 감독 역시 "선선히 동의"해줘서 가능한 의미있는 작업이다.

무대에는 독일 코부르크 극장에서 음악코치 및 지휘자를 역임한 정주현이 지휘봉을 잡고 테너 윤병길, 바리톤 양준모,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광주·전남 출신의 소프라노 윤정난을 비롯해 소프라노 장유리·정수희, 메조소프라노 임지현·임선아·방신제, 바리톤 이하석·박성훈, 베이스 최공석 등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공연은 전석 1만원으로 광주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및 티켓링크(1588-7890)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공연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전화(062-412-2507)를 통해 문의 가능하다.

최황지 기자

광주시립오페라단 '박하사탕' 포스터. 광주문화예술회관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