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을 겪은 무용수가 만들어낸 '오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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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80년 5월을 겪은 무용수가 만들어낸 '오월바람'
서울 M발레단 문병남 감독… 안무창작 공연 '오월바람' 호응||3월 광주시립발레단과 합작한 오월바람 광주서 펼칠 예정||"평범한 무용수가 느낀 평화·자유에 대한 갈망 표현하고파"
  • 입력 : 2020. 02.03(월) 17:05
  • 최황지 기자
지난달 29일 광주시립발레단을 찾은 문병남 안무가.
1980년 조선대학교 무용학과에 입학한 한 청년은 그해 5월 참담했던 '광주'를 겪었다. 귀청을 때리는 총성과 헬기 소리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에게도 울분을 치솟게 했다. 불의한 권력의 '메타포'는 한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동시에 그는 짓밟힌 민초들이 짜내듯 표출하는 희망의 소리도 들었다. 평범한 광주 시민들이 간절한 외침,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가슴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겪은 오월은 휴머니즘 그 자체였다.

80년 5월 조선대 무용학과 재학생이었던 문병남(59) 안무가는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창작 발레 '오월바람'을 만들었다. 다른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콘텐츠들은 '혁명'과 '운동'에 집중하며 역동성을 부여했으나 '오월바람'은 다소 결이 다르다. 평화를 향한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을 드라마틱한 발레로 다룬다는 점에서 5·18을 담담하고 깊이 있게 다뤘다는 평가다.

지난 1월 서울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마련된 '오월바람'은 전석 매진으로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올해 5·18 40주년을 기념해 광주시립발레단은 문 안무가와 협업해 '오월바람'을 광주에서 선보인다. 공연은 오는 3월 13~14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광주 공연을 위해 지난달 29일 단원 캐스팅을 위해 광주를 찾은 문 안무가는 "내가 안무자가 된 계기는 내가 겪은 5·18 때문이었다. 광주의 초대로 공연할 수 있게 돼 무척 영광이다"며 "'오월바람'이 광주 이야기이기 때문에 광주시립발레단 단원들은 더욱 이해력 있게, 호소력 짙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오월 바람'은 대학교 무용과 연습실에서 발레 연습을 하는 혜연과 민우가 5·18을 우연히 맞닥뜨리는 내용이다. 평범한 무용수들이 계엄군에 의해 짓밟히며 자유와 평등에 대한 갈망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문 안무가는 "5·18과 관계된 영화를 많이 봤지만 다소 폭력적인 부분이 아쉬웠다"며 "당시 시민들은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었다. 정치성을 배제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 딸을 지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연에는 헬리콥터 소리 한 번, 총 소리도 '탕 탕 탕' 세 번 밖에 안 나온다"며 "'오월바람'은 인간의 감정과 정신을 표현하기 위한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드라마다"고 설명했다.

공연의 음악은 나실인 교수의 창작곡으로 마련됐으며 각색은 문 안무가의 대학 동기인 광주시립발레단의 운영실장 이재승이 참여했다.

한편 문 안무가는 조선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1984~1992), 국립발레단 지도위원(1993), 국립발레단 상임안무가(1999~2002),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2002~2005),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을 지냈으며, 현재는 M발레단 대표이자 예술감독이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문화부 장관상(1986), 체육부 장관상(1988)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처용', '안중근', '남남북녀', '어느 장군의 죽음' 등이 있다.  



글·사진=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