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현직 의사, 인간의 무의식과 운명을 소설로 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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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현직 의사, 인간의 무의식과 운명을 소설로 엮다
  • 입력 : 2020. 02.06(목) 16:24
  • 최황지 기자

스키마.

스키마 | 조안영 | 지식과감성 | 1만3000원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 부른다"

책은 칼 구스타프 융의 말로 시작한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 개인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판단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바로 무의식이 작동하는 방식, 스키마(Schema)다.

조안영 작가는 출간 첫 번째 장편소설 '스키마'에서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건들을 소설로 가지고 온다. 어떤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각기 다른 시점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과 운명을 미스터리와 형식으로 풀어냈다.

조 작가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게 정말 옳은 일인가.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이 곧 운명일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살아서 사는 것인지, 살아지기 때문에 사는 것일지, 인생을 깊이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직 성형외과 의사가 업무 중 틈틈이 완성해 나간 소설이다. 조 작가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대한 것들을 다뤘지만 신체 안에는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심리학 쪽도 관심이 생겨 공부하게 됐다"고 했다. 조 작가는 문예창작학과 박사와 심리학과 석사 과정을 밟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있다. 이번 소설은 그의 2년 간의 고민이 담겼다.

개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에서 자신이 인식하는 방식으로 대상을 판단한다. '개인의 세상'이란 성벽에 균열을 내고 세상 밖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은 결국 문학 작가의 일이다. 작가는 독자의 정신과 마음을 부검하는 검시관처럼 인물과 관계를 필사적으로 파헤쳐 들어간다.

조 작가는 "의사는 개인이 판단과 결정 책임을 다 혼자 지게 된다"며 "그러나 문학은 타인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거고 그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일이기 때문에 '나'보다 '독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글 쓰는 일은 나에게 삶을 돌아보게 하고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의사가 창작한 추리 소설답게 생생한 현실감과 몰입도 높은 배경 묘사도 눈에 띈다. 출간되지 않았지만 그의 첫 번째 소설 '인간은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으리라'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소설로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인 추리물이다.

그러나 조 작가의 가까운 목표는 '의학 에세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겨울은 바빠서 시간 내기 힘들지만 봄·가을 한적한 시간에는 틈틈이 글을 쓸 수 있다"며 "현재는 의료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 그런 분야 에세이를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 작가는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로 지난 2017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단편 '두 개의 그림자'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조안영 전문의.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