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동네책방 속으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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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오월, 동네책방 속으로 들어가다
오월서가×동네책방 '동네책방, 오월을 만나다'전||12일부터 6월7일까지 전국 동네책방 23곳서 개최||동네책방 대표들이 추천한 17권 책 속 문장 전시
  • 입력 : 2020. 05.12(화) 16:22
  • 박상지 기자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으로 기획된 '동네책방, 오월을 만나다'전이 마련된 광주지역 동네책방의 모습. 518기념재단 제공

녹두서점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고등학교 앞에 있었다. 작은 헌책방에 불과한데다 운영기간도 4년 남짓이었지만, 대한민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의미있는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헌책방에서 출발한 녹두서점에서는 대학가의 의식화 교육 필독서는 물론 판금서적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녹두서점 주인 김상윤씨와 윤상원 열사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의식화 학습조가 운영되면서, 사상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 작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녹두서점을 들락거렸던 청춘들은 유신말기를 통과해 군사정권에 맞섰다. 1980년 5·18 당시 공수부대에 맞서 화염병을 만들고, 대자보를 작성해 시민들을 정신적으로 무장했다. 녹두서점의 의미있는 활동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국 동네서점을 통해 부활한다.

5·18기념재단과 전국의 동네책방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한 전시 '동네책방, 오월을 만나다'전을 12일부터 6월 7일까지 전국 동네책방 23곳에서 개최한다.

'동네책방, 오월을 만나다'전은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책안의 문장들을 나누며 광주의 오월정신을 기리는 취지로 시, 소설, 에세이 그리고 그림책 속에 새겨진 5·18의 정신을 만나볼 수 있다. 광주지역 동네책방 대표들이 모여 각각 5월과 관련된 의미있는 책 17권을 추천하고, 결코 잊혀지지 않은 명문장 70여개를 추출했다.

선정된 책은 꿈에게 길을 묻다(나무연필), 봄날(문학과지성사), 스무살 도망자(전라도닷컴), 요즘 광주생각(꼼지락), 5월18일 맑음(창비), 오월의 달리기(푸른숲주니어), 오월의 사진첩(아카이브북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창비), 누나의 오월(산하), 피어라 돼지(문학과지성사), 오늘은 5월18일(보림), 운동화 비행기(평화를품은책), 아빠의 봄날(휴먼어린이), 씩스팀(평화를품은책), 나는 아직도 아픕니다(꿈교출판사), 오월의 사회과학(오월의봄) 등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는 문장추출이 아닌 책으로 전시된다.

추출된 명문장은 광주를 비롯해 전국 23개의 동네책방에서 장르를 기준으로 큐레이션 된 후 전시될 예정이다. 책방마다 정체성과 시각이 어떻게 표출되는 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감상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소는 광주 동구에선 검은책방흰책방, 리을피읖, 소년의 서, 문학서점, 지음책방, 책과생활, 책인클래스, 서구에서는 사이시옷, 남구에는 러브앤프리, 북구 파종모종, 광산구 동네책방 숨, 인공위성, 예지책방 등이다. 전국동네책방은 이음책방(서울), 동아서점(속초), 나비날다(인천), 다다르다(대전), 더폴락(대구), 심다(순천), 물결서사(전주), 아마도책방(남해), 책과아이들(부산), 미래책방(제주) 등 10곳이 함께 한다.

전시장에는 5·18기념재단에서 제공하는 5·18관련 교육자료와 도서, 컬러링북, 입체퍼즐 등을 시민과 사적지 탐방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전시기간 중 방문 시 5·18기념재단에서 제작한 소정의기념품도 증정한다.

광주지역 책방들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오월서가(五月書架)'를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전시를 기획한 러브앤프리 관계자는 "1980년 당시 사회과학서점이자 시민군의 항쟁지도부의 회의실이었고 투사회보를 통해 고립된 광주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했던 시민상황실이었던 '녹두서점'이 2020년 동네책방과 5·18기념재단의 '오월서가'프로젝트로 새롭게 부활한다"며 "의미있는 동네책방들의 오월동참에 시민들도 함께 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