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기억들이 선사하는 치유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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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행복했던 기억들이 선사하는 치유의 메시지
포스트코로나 6〉정승원(38)작가||시각디자인과 졸업 후 독일에서 9년간 유학||유학 중 떠난 여행추억으로 판화 첫 도전 호응||실크스크린판화 통해 다양한 재료 실험||행복했던 기억, 장소 주제 판화 속에 담아
  • 입력 : 2020. 08.10(월) 17:47
  • 박상지 기자

정승원 작 '크리스마스 마켓'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떠들썩한 분위기를 그려낸 캔버스엔 즐거움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밤하늘을 붉게 수놓은 불꽃놀이, 롤러코스터에서 들리는 듯한 아찔하고 즐거운 탄성, 동심을 자극하는 대관람차, 무엇보다 놀이공원 곳곳을 가득메운 수많은 인파들은 '코로나19' 이전 일상의 아득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미술작품은 좋은감정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량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 속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활성화 시키는데 정승원(38)작가의 실크스크린 만큼 적당한 작품도 없을 것 같다.

●살아남기: 행복했던 여행, 작업의 시작

판화의 한 종류인 실크스크린이 정 작가의 주작업이었지만, 사실 그의 전공은 시각디자인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후 출판사의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던 중 독일 유학을 결심했다. 배움을 향한 갈증이 때문이었다. 독일 베를린의 예술학교에 입학해 '통합디자인'이라는 학문을 9년이 넘도록 공부했지만 정작 그가 실크스크린이라는 작업의 길을 걷게된 것은 행복했던 여행에서 비롯됐다.

"유학시절 당시 친하게 지냈던 친구커플이 있었어요. 수년간 동고동락을 하며 지내다, 친구커플이 먼저 귀국을 하게되자 추억을 남기기 위해 스톡홀름 여행을 계획했죠. 여행 중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서로 여행에 대한 그림을 그려서 선물하기로 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행복했던 순간순간을 짜집기 하듯 캔버스에 옮기고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작업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후 10여년간의 독일 유학생활의 장면장면을 실크스크린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매년 11월 베를린에서 열리는 크리마스 마켓의 풍경, 단골 유기농빵집과 독일 전통식당, 인적 드문 숲에 비밀스럽게 숨어있었던 강 등 유학시절의 일상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작업하기: 실험적인 재료로 독창적 판화 연출

"완성된 작품들로 베를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전시회에 온 이들이 한결같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 이 작업을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제 작품을 보는 이들이 치유받는 모습이 좋았어요."

유학시절부터 '치유가 되는 그림'을 목표로 변함없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소재에 있어서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중이다. 유화물감을 비롯해 야광물감, 발포물감 등 그의 판화에서는 흔하지 않은 재료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묘미다.

"독일 유학중에 인상적이었던것은 독일 작가들은 재료에 대해 겁을 내지 않아요. 특히 실크스크린은 다른 미술장르에 비해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어떤 작가들은 밀가루풀로 판화를 찍기도 하고요, 심지어 초콜릿으로 판화를 찍기도 해요. 재료에 대한 연구가 언제부턴가 저도 즐겁더라고요."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주제로 한 작업에서는 야광물감을 사용해 낮과 밤의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겨울캠핑 작품에서는 발포물감을 사용해 눈의 질감을 표현, 판화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입체감을 선보였다.

●살아가기: 다양한 장르 통해 주제 표현

최근에는 목판화에 매료돼 있다. 실크스크린에서 염료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면, 목판화에서는 나무, 칼 이라는 재료와 도구가 주는 색다른 느낌이 좋았단다.

"실크스크린으로 목판화 특유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는데, 안되더라고요. 흔히 목판화의 묘미로 '칼성' 혹은 '칼맛'을 이야기해요. 전통적인 분위기를 살려야 할때 '칼성'만한 것이 없어요. 최근 울산에서 목판화 페스티벌에 운영진으로 참여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목판화로 모빌을 만들었어요."

행복, 치유에 대한 주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행복이 몽글몽글 묻어나는 그의 작품은 판화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설치 작품 등으로도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것은 판화와 영상입니다. 올해 초 미디어아트 그룹에 가입했어요. 미디어아티스트들이 기획한 전시에 작품을 출품할 예정인데, 먼저 오는 10월 저의 대표작인 '크리스마스 마켓'을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정승원 작 '스톨홀름'

정승원 작 '프라이막'

정승원 작 '겨울캠핑'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