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학교 밖은 유독 더 추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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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올 겨울 학교 밖은 유독 더 추운 것 같아요"
•코로나 속 그들은 ④학교 밖 청소년||학교 밖 청소년 향한 부정적 시선 여전||코로나에 알바도 청소년 작업장도 불안||제한된 예산에 학습자료도 선착순 배부
  • 입력 : 2021. 02.03(수) 17:07
  • 양가람 기자

지난해 청소년 작업장에서 드론 관련 작업을 했던 송빛여울 양. 사진 맨 오른쪽. 송빛여울 양 제공

올해 스무살이 된 학교밖청소년 박채연 씨.

코로나19 장기화는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경우 아르바이트 자리가 사라지면서 생계가 어려워진데다 한정된 정보 탓에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좀 더 당당하게, 원하는 공부·활동 마음껏 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스무살이 된 학교 밖 청소년 박채연 씨는 대학생이 된다는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캠퍼스를 거니는 낭만은 이루지 못할 것 같지만, 사회복지 전공을 살려 본인이 다니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 멘토 지원을 할 계획이다.

중학교 3학년, 교우 관계로 힘들어했던 박씨에게 담임 선생님은 아무런 조언도, 도움도 주지 않았다. 대신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배달하거나 술집에서 일한다"는 말을 툭 내뱉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공부에 흥미를 붙여보려 했지만, 선행학습을 해본 적 없던 터라 수업 따라가기도 벅찼다. 결국 1학년 1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퇴서를 냈다.

박씨는 "짜여진 틀 속에 가두려 하는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자퇴 후엔 바로 검정고시를 치렀다. 하지만 대학에선 검정고시를 낮게 평가하는 면이 있어 입시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부모님과 상의한 후 결정한 자퇴지만,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교복을 입지 않았으니 어른 요금을 내라며 화를 내는 어른들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눈치를 봐야했다.

무엇보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다보니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박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쉬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가 망해 강제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 단기로 소일거리 찾는 것도 쉽지 않아 현재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박씨는 "일을 쉬니까 자괴감이 들 때도 많고 수입이 없어 불안하다"면서 "청소년 작업장은 일이 재밌긴 해도 임금이 너무 낮아 나같은 생계형 알바생들은 지원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청소년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최저시급에 준하는 임금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작업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예년보다 줄어든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으로 작업장 전체가 쉴 때도 많았다.

다른 학교 밖 청소년인 송빛여울(18) 양.

초등학교 졸업 후 유학을 떠났던 송양은 외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듬해 귀국했다. 중학교 대신 택한 대안학교에서 제로 웨이스트나 비거니즘 등 환경에 관한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엔 덴마크에 환경 친화적인 대안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유학을 결정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됐다.

송양은 "자퇴를 하고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배웠다.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코로나 때문에 바깥 활동 자체도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최근까지 광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소속이었던 송양은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외부 활동을 많이 했다. 체육대회도 기획하고 청소년 작업장에서 드론 진로체험 보조강사로도 활동했다. 그동안의 활동들을 글로 써서 '학교 밖 도전기' 공모전에서 광주시장상도 받았다.

꿈드림청소년단으로도 활동한 송양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으로 '교육비 지원'을 꼽았다.

송양은 "상당수 자퇴생들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센터에 다니는 청소년들 사이에도 정보 차이가 난다. 뒤늦게 센터에 가서 책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은 다른 애에게 책을 빌리거나 선생님이 PDF파일로 만들어준 자료로 공부한다"고 말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청소년들에게 학습을 위한 책과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각 센터별 예산도 다른 데다 수요가 많다 보니 모두에게 혜택이 가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기존 예산에서 방역 비용이 많이 책정돼 더욱 어려움이 컸다.

센터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베이킹 동아리를 운영해 온 송양은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먼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양은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이 센터의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 빨리 힘든 시기가 끝나 예전처럼 같이 빵도 만들어 먹고 환경에 관한 토론도 나누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학교밖청소년 송빛여울(18)양.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